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2019년 영화 시장은 말 그대로 ‘디즈니 천하’다. 지난 4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천만 돌파를 시작으로 5월 <알라딘>, 6월 <토이 스토리 4>까지 히어로 무비, 실사 라이브 액션, 애니메이션을 번갈아 내놓으며 스크린을 융단폭격한 디즈니는 7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일 개봉)과 <라이온 킹>(17일 개봉), 12월 <겨울왕국2>까지 이어지는 파상 공세를 계획 중이다. 연초 호쾌하게 출발한 <극한직업> 이후 좀처럼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했던 한국영화는 6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으로 잠시 디즈니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약발은 오래 가지 못했다. 1년 중 가장 대목이라는 여름 시장을 눈앞에 두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디즈니의 광풍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
800만 고지를 넘은 영화 <알라딘>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우선 역주행 중인 <알라딘>이 버티고 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보면, <알라딘>은 30일 오전 기준으로 800만 고지(누적 관객 수 827만1822명)를 점령했다. 이는 <보헤미안 랩소디>(994만)보다 빠른 속도다. 놀라운 것은 <알라딘>의 끈질긴 뒷심이다. 지난 5월23일 개봉 이후 6주차에 접어든 이번 주말 이틀 동안 무려 75만여명을 쓸어담았다. <기생충>, <롱 리브 더 킹>, <비스트> 등 한국영화는 물론 <존윅3: 파라벨룸>, <애나벨 집으로> 등 주요 외화까지 모두 압도한 결과다. 전세계 극장가 흥행 순위를 집계하는 박스오피스 모조를 보면, <알라딘>은 북미,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 4번째로 큰 수익을 올렸다.
정지욱 평론가는 “<알라딘>은 지난 1992년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한 작품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램프의 요정 지니’ 이야기로 이미 잘 알려진 스토리 구조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볼거리는 물론 귀에 착 감기는 삽입곡, ‘여성주의’라는 시대의 흐름에 잘 맞는 줄거리와 캐릭터 각색, 4DX 등 첨단기술과의 접목 등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는 <알라딘> 뿐만이 아닌 디즈니 영화의 전체적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9년만에 귀환한 영화 <토이 스토리4>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알라딘>이 불을 댕긴 디즈니의 화력은 <토이 스토리4>로 옮겨붙었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이 작품 역시 이번 주말 동안 6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누적 관객 수 225만명)에 올랐다. 3편 이후 9년간의 긴 기다림에 응답한 이 작품은 버려진 일회용 숟가락으로 만든 애착 인형 포키의 등장과 주인의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 우디의 모험을 다룬다. 특히 지난 시리즈에 잠깐 등장했던 보핍이 우디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로 귀환한 것이 특징이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토이 스토리>는 1995년 1편부터 시작해 3편까지 관객과 평단 모두를 사로잡으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식품업계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토이 스토리 피규어’ 판매 등 다양한 프로모션이 이뤄지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아이들은 물론 ‘어른이’라 불리는 키덜트족까지 전 연령대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4>의 쌍끌이 흥행의 바통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이어받을 전망이다. 1일 오전 기준으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실시간 예매율 66.5%를 기록하며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전편인 <스파이더맨: 홈 커밍>이 판권 문제로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하지 못했던 스파이더맨의 ‘귀향’을 환영하는 의미였다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집이 있는 뉴욕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 나가는 스파이더맨의 상황을 나타낸다.
이번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의 상황에서 출발한다. 10대 청소년이 제작한 ‘슈퍼 히어로 추모 영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작품은 타노스의 핑거스냅 이후 사라졌던 절반의 사람들이 5년 후 돌아온 상황을 재치와 유머를 담아 풀어낸다. 학교 친구들과 집이 있는 뉴욕을 떠나 스위스, 이탈리아, 체코, 영국 등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정체불명의 또 다른 히어로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과 조우해 빌런과 맞서게 된다. 하지만 토니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피터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나 평범한 10대의 삶을 꿈꾼다.
오는 17일 개봉 예정인 영화 <라이온 킹>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는 줄곧 “다음 아이언맨은 누가 될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방황하던 피터 파커는 ‘다음 아이언맨’이 아니라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정체성과 의무를 자각하고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한다. <파 프롬 홈>은 10대 청소년의 성장담으로 ‘다음 세대의 영웅’의 모습을 그리며 ‘히어로 세대교체’를 선언하는 셈이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 이어 이제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의 정점을 찍을 <라이온 킹>과 사상 첫 천만 애니 <겨울왕국>의 후속편 <겨울왕국2>이 남아 있다. 김밥천국보다 다양한 메뉴, 미셰린 가이드보다 훌륭한 맛으로 관객을 홀린 디즈니의 마법이 올해 거둘 역대급 성적은 과연 얼마일까?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