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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10년 만에 차리는 재즈 연주자들 ‘생일 잔칫상’ 풍성해요”

등록 2022-04-20 19:27수정 2022-04-21 02:34

[짬] 한국재즈협회장 웅산 가수

한국재즈협회장을 맡아 ‘2022 서울재즈페스타’ 총지휘하는 가수 웅산. 제이피컴퍼니 제공
한국재즈협회장을 맡아 ‘2022 서울재즈페스타’ 총지휘하는 가수 웅산. 제이피컴퍼니 제공

재즈의 한판 난장이었다. ‘서머타임’ 선율에 색소폰과 대금이 몸을 섞고, ‘아모르 파티’ 장단에 장구와 드럼이 배틀을 벌였다. 지난 18일 오후 7시, 서울 양재동 지하 연습실 타임스튜디오. ‘아모르 파티’는 ‘범 내려온다’로 갔다가 ‘흥보가 기가 막혀’로 흐르더니 ‘쾌지나 칭칭나네’로 이어졌다. 오는 26일부터 새달 1일까지 열리는 ‘2022 서울재즈페스타’ 리허설 현장은 재즈를 향한 진심과 열정이 응축돼 있었다.

“10년 만에 차려 먹는 한국 재즈 뮤지션들의 생일 잔칫상이라고 할까요.” 이날 리허설에서 만난 가수 웅산(49)은 강한 에너지를 내뿜었다. “마지막 4마디만 다시 하지요.”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리허설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이번 재즈축제가 잘 차려진 재즈의 성찬이 될 것”이라며 “애피타이저에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한국 재즈의 풍성한 메뉴를 고루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는 26일~새달 1일 한강 노들섬
‘2022 서울재즈페스타’ 진두지휘
총음악감독·총연출·출연까지 ‘3역’

유네스코 4월30일 ‘재즈의 날’로
1~3세대·다양한 장르 100여명
“재즈는 가장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음악”

이날 밤 10시까지 이어진 리허설엔 재즈계의 원로와 신예들이 함께했다. ‘한국 재즈 역사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신관웅(76)은 백발 꽁지머리를 하고 있었다. 즉석에서 장구와 드럼의 배틀을 제안한 것도 그였다. ‘한국 색소폰 연주의 대표주자’ 이정식(61)은 신들린 듯 고음의 소프라노 색소폰을 불어제꼈다. 두 사람은 각각 한국재즈협회 1대와 2대 회장을 했고, 3대 회장을 웅산이 맡고 있다.

정통 재즈를 지키고 있는 원로가수이자 패티김·장미화의 곡을 쓴 작곡가 김준(78)은 “템포를 조금 빨리 해보자”고 제안했다. 나지막한 목소리에 여전히 윤기가 흘렀다. 젊은 재즈인들도 적극적이었다. 기타리스트 찰리정(45)이 여러 아이디어를 냈고, 연주는 한결 풍성해졌다. “재즈에선 나이다 뭐다 다 필요 없어요. 무대에선 누구나 얘기할 수 있고, 인종과 종교, 국가와 이념 이런 거 다 떠나서 음악으로 배려하고 조화를 이루는 게 재즈거든요.” 웅산은 “재즈야말로 가장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음악”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서울 양재동 지하 연습실에 모여 ‘서울재즈페스타’ 리허설을 함께한 1~3세대 한국 재즈 연주자들. 뒷줄 오른쪽 세번째부터 피아니스트 신관웅, 보컬 웅산, 보컬 김준. 앞줄 맨왼쪽 색소폰 주자 이정식. 한국재즈협회 제공
지난 18일 서울 양재동 지하 연습실에 모여 ‘서울재즈페스타’ 리허설을 함께한 1~3세대 한국 재즈 연주자들. 뒷줄 오른쪽 세번째부터 피아니스트 신관웅, 보컬 웅산, 보컬 김준. 앞줄 맨왼쪽 색소폰 주자 이정식. 한국재즈협회 제공

서울재즈페스타는 한강 한가운데인 노들섬에서 즐기는 도심형 축제다. 유네스코가 2011년 4월30일을 ‘재즈의 날’로 지정한 게 계기였다. 한국 재즈인들도 조촐하게나마 생일처럼 이날을 기려왔다. 지난해엔 비교적 규모를 키웠지만 코로나 탓에 온라인 공연에 그쳐야 했다.

지난해 재즈협회장으로 취임한 웅산은 10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를 제대로 치르고 싶었다. 서울시 문화 담당 공무원 10여명을 노들섬으로 초대해 직접 프레젠테이션(PT)까지 했다. “처음엔 저를 의아한 눈으로 보더군요. 왜 재즈인지, 왜 노들섬이어야 하는지, 한국 재즈의 역사부터 설명했습니다. 그분들 눈이 점점 반짝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결국 이번 재즈축제는 ‘서울시 대표 7대 축제’로 선정됐고, 예산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번 축제엔 1~3세대 재즈 뮤지션들이 두루 참여한다. 블루스와 국악, 힙합 분야를 망라한 100여명이 나선다. 전석 무료 공연인데, 볼 만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티켓 오픈 20분 만에 전석이 예약됐다. 네이버티브이(TV)와 네이버나우, 유튜브에서 생중계로 볼 수 있다.

오는 26~28일은 ‘렉처 콘서트’로 문을 연다. 재즈 만화 <재즈 잇 업!>의 남무성 작가와 김광현 <재즈피플> 편집장, 보컬 문(혜원) 등이 연사로 나선다. 28일 저녁 개막공연 ‘블루스 나잇’엔 한영애와 웅산, 두 디바가 같이 선다. 둘이 최초로 듀엣으로 부르는 노래가 있으니, 바로 ‘누구 없소’다.

30일 공연이 이번 축제의 정점을 이룬다. 먼저 18인의 빅밴드와 함께하는 ‘재즈파크 빅밴드’엔 이정식의 색소폰에 바비킴과 웅산이 가세한다. 이어 내로라하는 1~3세대 재즈 뮤지션들이 총출동하는 ‘재즈 올스타스’ 무대다. 장구 장재효와 드럼 임주찬의 동서 타악기 대결에, 한충은은 대금과 소금을 번갈아 불며 최선배의 트럼펫, 이정식의 소프라노 색소폰과 대거리를 한다. 엠시(MC)스나이퍼의 랩과 스캣에 정태호의 아코디언이 끼어들고, 차세대 피아니스트 강재훈 트리오가 흥을 돋운다. 리허설에서 살짝 엿본 ‘아모르 파티’가 10여분 동안 이어지며 대미를 장식한다. 마지막 날엔 독보적인 색소포니스트 강태환(78)이 이끄는 트리오가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프리재즈’ 스타일을 선보인다. 폐막 공연은 4명의 재즈 피아니스트와 함께 ‘스캣의 여왕’으로 불리는 보컬 말로가 출격한다.

“고비가 많았어요. 그때마다 협회 직원과 스태프, 재즈 뮤지션들이 발 벗고 도와주지 않았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겁니다.” 웅산은 “한국 재즈의 새로운 부흥기를 열어보자는 재즈인들의 일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색소포니스트 이정식도 “이번 행사가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다. 많은 분이 재즈를 즐기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고 기대를 보였다.

올해를 기점으로 ‘4월 말 노들섬 재즈축제’를 정례화하고 싶다는 게 웅산의 바람이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과 함께 한국 재즈축제의 양대산맥으로 키워보자는 거다. “언젠가 국외 재즈 아티스트들도 초청하면 좋겠지요. 다만 여러 여건을 검토해봐야 합니다. 노들섬은 강북과 강남을 이어주는 소통의 장소이기도 하죠. 그런 의미를 살려보고 싶어요. 재즈의 본질이 소통이거든요.”

재즈협회장을 맡아 축제 준비에 매달리다 보니 ‘가수 웅산’으로선 적잖이 공백이 생겼다. 재즈축제 총음악감독에 총연출까지 맡은 셈이니 2년째 창작을 못 하고 있다는 거였다. “창작엔 감성적 에너지가, 행정엔 논리적 에너지가 필요한데 두 가지를 병행하진 못하겠더라고요.” 그는 이번 행사가 끝나면 바로 새 앨범 제작에 착수할 계획이다. 4년 만의 새 앨범은 오는 9월께 발매할 계획이란다.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가 뒤를 잇는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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