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막읍에 둥지 틀고 공동생활
마을사람들과 하나되어 살면서
‘나눔’으로서의 연극 실험중
신작 ‘보이체크’ 서울관객 북적
마을사람들과 하나되어 살면서
‘나눔’으로서의 연극 실험중
신작 ‘보이체크’ 서울관객 북적
극단 노뜰의 폐교연극촌에 가다
연극이란 무엇인가. 수백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들이 인터넷을 통해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시대에 연극은 무슨 의미를 지닐까. 시골의 폐교에서 단체 생활을 하며 ‘연극 운동’을 하는 극단 노뜰을 찾아 나선 것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이 거기 있을까 해서였다.
지난 22일 오후. 영동고속도로 문막 요금소를 빠져나온 지 10여분 만에 후용공연예술센터에 닿았다. 행정구역으로는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후용1리 389번지. 6년 전까지만 해도 꼬마들의 책읽는 소리가 들리던 ‘후용초등학교’였다. 2천여평쯤 된다는 학교의 운동장은 푸른 잔디로 덮여 있었다.
이날은 극단 노뜰의 신작 〈보이체크> 공연 둘쨋날. 무대는 교사 앞 뜰, 공연 시작 시간은 ‘해질녘’이었다. 150석의 객석은 교실 두 칸의 벽을 헐어 마련한 것이다(아래 사진들).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로 이르는 길은 어느새 작은 개천이 됐다. 극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입체감이었다. 한 사내가 종아리까지 차오른 물을 절벅거리며 뛰어왔다. 보이체크(박범규 분)였다. 가난한 병사 보이체크는 사랑하는 여인 마리가 중대장과 불륜에 빠지자 마리를 살해하고 자살한다. 조명등을 향해 벌레들이 어지럽게 몰려들었다. 개교 당시부터 40년의 세월을 지켜온 향나무 뒤의 어둠은 천연 장막이 됐다. 배우들은 그 어둠 속에서 관객들의 눈을 피해 옷을 갈아입고 잠시 숨을 돌렸다.
이날은 유난히 서울에서 손님이 많이 왔다. 늦게 도착한 동네 주민들은 무대 옆 구석에서 공연을 봤다. 주민 신동숙(70)씨는 “폐교로 남아있었으면 무척 쓸쓸했을 텐데, 이 젊은이들이 와서 마을이 밝아졌다”며 “눈 앞에서 보여주는 공연을 어디 텔레비전에 비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관심은 공연보다는 이들의 생활태도에 있는 것 같았다. “젊은이들이 아주 착해요. 천렵할 때도 모두 나와서 일하고, 경로당 화장실 청소도 해줘요. 여자들은 아예 자기들이 부녀회원이라고 그런다니까.”(후용1리 노인회장 박순화씨·68) 후용1, 2리 주민들은 공연 입장료가 무료다. 이웃마을 사람들이 후용리 주민들의 ‘빽’을 이용해 주민행세를 하며 공짜 입장을 하기도 한다. 단원들은 다 알면서도 후용리 주민들의 ‘낯’을 생각해 눈감아 준다. 대신 주민들은 쌀이나 김치, 반찬을 갖다 준다. 품앗이인 셈이다. 10명의 단원들은 주민들에게 풍물과 연극을 가르치기도 하고, 아주머니 합창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마을에 큰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나서기도 한다. “똑같은 마을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다만 직업이 다를 뿐이죠. 주민분들은 농민, 우리는 연극인이죠.”(원영오·36·극단 노뜰 대표) 극단 노뜰은 2000년 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자본주의적 소비문화로서의 연극이 아니라, 나눔으로서의 연극을 실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상을 공유하는 외국의 실험극단들과 활발한 국제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럽에서는 노뜰을 한국의 대표적 극단으로 여길 정도로 유명하다. 노동운동의 일환으로 연극을 시작한 원 대표는 ‘라셍칸’이라는 다국적 극단에서의 연극배우 경험을 자양분 삼아, ‘지역에 뿌리박은, 세계로 열린 연극’을 만들고 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배우들이 손수 마련한 음식으로 뒤풀이를 했다. 파전과 제육볶음에는 공동생활의 역사가 녹아 있다.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배우들은 아침에도 라면을 끓여 게으른 서울 손님들의 끼니를 해결해 줬다. 시간은 더디게 갔다. 그리고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연극은 결국 삶이라는 것을. 글·사진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그러나 주민들의 관심은 공연보다는 이들의 생활태도에 있는 것 같았다. “젊은이들이 아주 착해요. 천렵할 때도 모두 나와서 일하고, 경로당 화장실 청소도 해줘요. 여자들은 아예 자기들이 부녀회원이라고 그런다니까.”(후용1리 노인회장 박순화씨·68) 후용1, 2리 주민들은 공연 입장료가 무료다. 이웃마을 사람들이 후용리 주민들의 ‘빽’을 이용해 주민행세를 하며 공짜 입장을 하기도 한다. 단원들은 다 알면서도 후용리 주민들의 ‘낯’을 생각해 눈감아 준다. 대신 주민들은 쌀이나 김치, 반찬을 갖다 준다. 품앗이인 셈이다. 10명의 단원들은 주민들에게 풍물과 연극을 가르치기도 하고, 아주머니 합창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마을에 큰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나서기도 한다. “똑같은 마을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다만 직업이 다를 뿐이죠. 주민분들은 농민, 우리는 연극인이죠.”(원영오·36·극단 노뜰 대표) 극단 노뜰은 2000년 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자본주의적 소비문화로서의 연극이 아니라, 나눔으로서의 연극을 실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상을 공유하는 외국의 실험극단들과 활발한 국제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럽에서는 노뜰을 한국의 대표적 극단으로 여길 정도로 유명하다. 노동운동의 일환으로 연극을 시작한 원 대표는 ‘라셍칸’이라는 다국적 극단에서의 연극배우 경험을 자양분 삼아, ‘지역에 뿌리박은, 세계로 열린 연극’을 만들고 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배우들이 손수 마련한 음식으로 뒤풀이를 했다. 파전과 제육볶음에는 공동생활의 역사가 녹아 있다.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배우들은 아침에도 라면을 끓여 게으른 서울 손님들의 끼니를 해결해 줬다. 시간은 더디게 갔다. 그리고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연극은 결국 삶이라는 것을. 글·사진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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