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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주도권 다툼 버리고 국제행사 이끌어야”

등록 2006-08-02 21:03

‘동북아 평화’ 노래한 혁명음악가 기념
광주시·남구·문화부 갈등에 사업 표류
다양성·순수성 재조명 초점 맞춰야
[이사람] ‘정율성 음악제’ 준비하는 노동은 교수

“국제음악제의 명맥이 끊어진다면 태동하기 시작한 한-중 문화협력도, 광주시민 자부심도 사라지고 말 겁니다.”

중국 인민해방군가 작곡가 정율성(1914~1976·사진 아래) 선생 30주기 기념행사를 준비해온 ‘정율성국제음악제 조직위원회’ 노동은(60·중앙대 국악대 교수·위) 위원장은 2일 예산 확보가 불투명해지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조직위는 지난해 8월 정 선생 딸인 정소제(63·중국 거주) 중국바로크합창단 단장과 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 한국과 중국 인사 12명으로 짜여졌다. 이들은 12월7일 정율성 30주기를 맞아 그의 고향 광주에서 국제음악제를 열기 위해 5억원을 마련하는데 정성을 쏟아왔다.

그러나 광주시 남구가 지역 연고를 앞세워 기념사업을 주도하면서 문화관광부와 광주시가 미온적인 태도로 돌아서 개막을 넉달 앞둔 여태까지 예산을 한푼도 확보하지 못했다. 올초 문화부에서 홍보비로 2천만원을 약속했고, 중국 문화부도 적극성을 보였지만, 광주시가 특별교부금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자 갑작스레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부터 행사 일정과 내용을 짜는 준비가 뒷걸음질쳤고, 마침내 중국 관광객 600명을 유치하려던 여행사 쪽도 행사 무산을 통보했다. 국제행사인 만큼 반년 전에는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노 위원장은 “본질이 아닌 출생지 논란과 주도권 다툼이 지원의 걸림돌”이라며 “위대한 작곡가를 낳았고 국제적인 음악도시를 꿈꾸는 광주시는 예술혼을 조명하고 창작열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국가에서 추진해야 마땅한 국제행사를 기초단체에서 맡아 힘겨워하는 현실이 서글픕니다. 정책결정자들이 안목을 넓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고, 일본 군사대국화에 맞서는 국가적인 문화자원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분단 뒤 이념문제로 50년 남짓 잊혀졌던 정 선생을 재조명하는 데 앞장섰던 그는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가 중국과 한국, 남한과 북한을 아우르는 정율성 예술의 국제성·다양성·순수성을 제대로 평가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지난해 첫 정율성국제음악제가 중국 관광객 4천명을 끌어모으고 광주시민한테도 예술적 자부심을 심어줬다”며 “올 국제음악제를 반드시 성사시켜야 기념관 건립과 그의 노래 대중화도 기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음악제 전망과 관련해 “윤이상이 민족 통일을 염원했다면, 정율성은 동북아 평화와 우의를 노래했다”며 “아시아 전역에 창작공모를 하고, 그의 행적을 따라 개최장소를 광주·베이징·평양 등지로 옮겨간다면 이념과 국적을 초월한 아시아 대표음악제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정율성 선생은 광주 숭일학교를 마치고 19살 때 항일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이주했다. 37년 연안 루쉰예술학교에서 작곡 전공 뒤 공산당에 입당해 중국 인민해방군가 〈팔로군행진곡〉과 중국의 아리랑으로 불리는 〈옌안송〉 등 가곡·군가·동요 360여곡을 남겼다. 13억 중국 인민 가운데 80% 이상이 그의 노래를 알 정도로 사랑과 칭송을 한몸에 받고 있다고 한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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