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파란 등 실력파 젊은이와 작업
록 색깔 줄이고 러시아 민속악기 동원
이국적 부드러움 12곡에 담아
록 색깔 줄이고 러시아 민속악기 동원
이국적 부드러움 12곡에 담아
11번째 음반 ‘욕망’ 내놓는 한대수
한국 최초의 히피, 영원한 보헤미안, 자유인 …!
포크 가수 한대수의 이미지는 자유롭게 흐르는 유랑민과 맞닿아 있다. 그는 실제로 평생을 한국과 미국을 끊임없이 오가며 떠돌아다녔다. 그는 심지어 “나의 고향은 태평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음악과 문학, 사진, 영어에 골고루 탁월한 재주를 지닌 ‘르네상스형’ 인간인 그는 밥벌이 또한 잡다했다. 그는 한때 수의학도였고, 공무원이었고, 영어신문 기자였고, 사진작가이며, 시인이었다.
그러나 한대수의 본모습에 한걸음 더 다가간다면 그는 유랑민이라기보다는 실향민에 더 가깝다. 여기서 그의 고향은 물론 음악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75년 “체제 전복적인” 〈고무신〉 음반 때문에 자기의 뜻과 상관없이 한국의 대중음악계를 떠나야 했다. 그 이후 그의 활동의 초점은 ‘귀향’에 맞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그는 97년 단 한번의 후쿠오카 공연을 위해서 비교적 안정적인 미국의 직장을 접기도 했다.
음악적인 유배생활을 접고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한 99년 이후 지금까지 그는 라이브 음반 두 장을 포함해 무려 여섯 장의 음반을 내놓았다. 거의 해마다 하나씩 음반을 낸 셈이다. 그가 오랜 공백 시절 얼마나 강렬한 음악적 향수에 목말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그가 올해도 11집 음반 〈욕망〉을 내놓는다. 이번달 말 출시 예정인 새 음반에는 12곡의 새로운 노래가 촘촘히 담겨 있다. ‘행복의 나라로’ 등 옛 노래를 리메이크 한 것이 일곱 곡이나 실렸던 10집 음반에 비해 이번에는 음악적인 욕심을 더 냈다. 장영규, 방준석, 달파란 등 실력 있는 젊은 음악인과의 공동 작업으로 음악은 조금 더 간명하고 동시에 섬세해졌다.
그는 새 음반에는 록의 색깔도 많이 줄였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자면 드럼이 눈에 띄게 빠졌습니다. 그 대신 동유럽의 이국적인 소리가 보태져서 부드러우면서 이국적인 소리가 나옵니다.”
음반에 실린 ‘바부쉬카’는 음반의 ‘동유럽적’인 음색을 잘 드러내는 곡. 아코디언 외에도 러시아의 민속 현악기인 ‘발랄라이카’를 써서 모스크바의 황량한 길바닥에서 채소를 파는 여인의 모습을 묘사했다. 바부쉬카는 러시아어로 나이 든 여성을 지칭하는 말.
그가 타이틀곡으로 꼽는 ‘바다의 왕국’은 “너무나 비참하고 너무나 억울”했던 미국의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의 삶에 띄우는 헌사다. 한대수는 자신의 삶도 아울러 이 가사에 투영되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곤경에 빠지고 정말 죽고 싶을 때마다 위안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폴 고갱, 잭슨 폴록, 에드거 앨런 포. 이들도 비극적인 삶 속에서 위대한 창작품을 냈던 사람들이죠.”
그가 영어로 부른 ‘웬 아이 워즈 어 차일드’는 서정적인 선율 속에 외로웠던 유년의 기억을 담았다.
“나는 허공 속에 살았죠/ 어두운 외로움에 둘러싸여서/…/ 어릴 때 아버지는 저를 버렸죠/ 어릴 때 어머니는 저를 버렸죠.”
그는 실제로 아버지의 돌연한 실종에 이은 어머니의 재가 때문에 부모로부터 떨어진 채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정사’와 ‘바닷가에서’는 단조롭고 반복적인 기타 반주를 쓰면서 성애를 표현했는데 두 노래의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바닷가에서’에서 교성까지 동원하면서 성애의 기쁨을 노골적으로 그린 반면, ‘정사’의 분위기는 낮고 감각적이다.
“〈욕망〉이라는 음반의 이름이 가리키듯이, 우리의 끝없는 욕망과 결핍을 노래 속에 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식욕과 성욕, 명예욕 등 수많은 욕망을 품고 살지만 그 어떤 것도 끝내 채우지 못하고 살죠.”
그의 거처인 신촌의 한 원룸에서 만난 한대수는 인터뷰 동안 새 음반을 설명하면서 특유의 활력으로 넘쳤다. 무엇이 이 ‘실향민’을 길고 긴 유랑의 세월을 거쳐서 고향인 음악으로 이끌었을까.
그는 “마음속에 항상 고통의 지느러미가 꿈틀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겐 그 고통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 ‘행복의 나라’인 듯했다.
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8월31일 서울 연남동 장영규 스튜디오에서 새음반 <욕망>을 녹음중인 한대수.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8월31일 서울 연남동 장영규 스튜디오에서 새음반 <욕망>을 녹음중인 한대수.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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