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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나비 그리기가 내겐 바로 ‘도’

등록 2007-02-07 18:42

금강사 주지 대행 스님
금강사 주지 대행 스님
반세기 작업 금강사 주지 대행 스님 4월에 고희전
“도가 별건가? 마음속으로 좋은 거 빌면서 그림그리는데 염불하고 뭐가 달라?”

충남 천안 금강사 주지 대행 스님은 나비 그리던 붓을 멈춘 채 ‘껄껄껄’ 웃었다. 그림에는 막 검정색과 초록색으로 날개를 단장한 제비나비가 노랑나비와 호랑나비들 사이로 날갯짓하며 바위를 넘었다.

그가 처음 나비를 그린 것은 50여년 전, 우석 김기창 선생의 나비 그림을 보고 나서 시작됐다. 논일 밭일을 하면서, 길을 걸으며 지천으로 보던 나비인데 고운 자태를 왜 못 봤을까 한탄했다.

우석 선생을 졸라 그림을 배우는 한편 나비를 따라 뛰어다니며 크로키하고 나비 날개를 풀칠한 한지에 찍어 놓고 따라 그렸다. 우석의 소개로 이당 김은호 선생에게 지도를 받기도 했다. 그러다 병을 얻어 공주 정안의 한 절에 들었다.

‘죽는다니 할 수 없이 팔자에 없는 중 노릇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큰스님이 재주를 예뻐하셔서 대웅전 닫집을 짓고 불화도 그렸단다. 그림과 조각에는 언제나 나비가 날았다.

절집들이 종파로 나뉘고 분쟁을 겪자 환속해 화가 이재창으로 20여년을 살았다. “나비를 잘 그린다고 소문나면서 1981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개인전 때는 미술 전문가보다 곤충학자들이 더 많이 찾아오기도 했어.”

그가 다시 불가에 귀의한 것은 15년 전, 태고종 총무원장 운재 스님을 만나 ‘그림과 종교는 공존하는 하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계를 받았다.

그는 “20여마리 나비가 그려진 작품을 1년에 열서너점 정도 완성하니 50년 동안 1만3천마리는 족히 그렸을 테지만 늘 부족하다”며 “불제자가 욕심이 없어야 하는데 ‘누구나 마음 편해지는 나비’를 그리고 싶어 붓을 잡는다”고 또 ‘껄껄껄’ 웃었다. 그는 오는 4월24일 천안시민회관에서 고희전을 연다.


천안/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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