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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현대시 100편, 100개의 도자기로 ‘환생’

등록 2007-08-28 20:34

시인 신경림(72· 사진 왼쪽)씨 / 도예가 김용문(52·오른쪽)씨
시인 신경림(72· 사진 왼쪽)씨 / 도예가 김용문(52·오른쪽)씨
한국시 100년 기념 시도자전
신경림 시인의 평소 애송시
김용문 도예가 도기 형상화
한국 현대시 100년을 100편의 도자기로 기념한다!

한국 현대시의 들머리에는 최남선의 신체시 〈해(海)에게서 소년에게〉가 자리잡고 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최남선 자신이 1908년 11월 창간한 잡지 〈소년〉 권두에 실은 작품이다. 내년은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발표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

다음달 5~11일 서울 인사동 이화갤러리(02-720-7703)에서 열리는 현대시 100년 기념 시도자전은 시인 신경림(72· 사진 왼쪽)씨가 고른 애송시 100편을 도예가 김용문(52·오른쪽)씨가 도자기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복종〉(한용운) 〈풀〉(김수영) 〈저녁눈〉(박용래) 등 작고한 시인들의 작품에서부터 〈문의마을에 가서〉(고은) 〈타는 목마름으로〉(김지하) 〈가재미〉(문태준) 등 현역 시인들의 시까지가 두루 망라되었다.

“평소 많이 읽고 머릿속에 남아 있던 시들을 위주로 골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시들보다는 예전 시인들의 시가 많이 포함되었네요. 문학사적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은 아니고, 그저 제가 좋아하고 도자기로 형상화하기에도 적합하겠다 싶은 작품들을 골랐죠.”

신경림 시인은 시도자전 제의를 먼저 하고 삼복더위에 도자기를 만드느라 애쓴 김용문 도예가에게 공을 돌렸다.

“시를 도자기로 형상화하는 작업은 2000년 무렵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하면서는 일종의 타임캡슐을 꿈꾸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도자가 땅속이나 물속에 묻혀 있다가 먼 훗날 농부의 쟁기나 어부의 그물에 딸려 올라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후손들이 지금 우리 시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낄 수 있겠죠.”

홍익대 미대 공예과를 졸업한 김씨는 막사발과 옹기를 주로 제작하고 있다. 경기 오산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 막사발 장작가마축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 나온 시도자 중에는 전통 옹기 기법으로 제작한 둥근 바탕에 유약을 바르고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수화문’ 또는 ‘지두문’ 방식의 작품이 많다. 〈갈대〉(신경림) 〈자화상〉(서정주) 〈그리움〉(유치환) 등이 그렇게 제작됐다.

“옹기에 유약을 바른 다음 5초 안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빨리 그리지 않으면 그대로 굳어져 버리기 때문이죠. 미리 모양을 생각해 두었다가 순식간에 그리기를 마쳐야 하는지라 섬세하다기보다는 거친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많죠.”

신경림 시인은 “이번 전시가 사람들로 하여금 시를 더 많이 읽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70, 80년대에 비해 지금은 시집 판매 부수가 10분의1로 줄었다고 합니다. 살기 편해져서 그런지 전보다는 시가 안 읽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편한 세상에서도 시는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번 전시에서 다시 확인했으면 합니다. 한국 현대시는 서구 근대시의 영향을 받는 동시에 전통의 가치와 유산을 계승하는 식으로 발전해 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시도자전은 이화갤러리에 이어 12~18일은 31갤러리(02-732-1290)로 장소를 옮겨 계속 전시되며, 옥션사이트(auction.co.kr)에서 일반에 판매된다. 시도자전에 선정된 시도자 100편은 두 권의 시도자집으로 출간되어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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