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해 연안 사진전’ 연 갯벌연구가 김준 교수
‘서남해 연안 사진전’ 연 갯벌연구가 김준 교수
“육지의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 어민의 시선으로 바다와 갯벌을 보고 싶었습니다.”
갯벌연구가인 김준(45·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연구교수·사진)씨가 27일 광주시 북구 문화의집에서 서남해의 연안 풍경과 어민 생활을 담은 사진전을 열었다.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와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바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을 계기로 바다를 대하는 도시민의 태도를 바꿔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에서다.
전시에는 그가 1992년부터 16년 동안 연안과 섬의 갯벌을 답사하며 찍은 사진 수만장 가운데 골라 뽑은 보성 과역면, 신안 지도면, 완도 청산면 등지의 모습 31점이 선을 보였다. 그는 “계절이 바뀌거나 현안이 있을 때마다 한 주 한 곳꼴로 갯마을을 돌았다”며 “한 곳을 방문하면 디지털카메라로 300~400장, 필름카메라로 100~120장을 찍어 정리해 왔다”고 말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도 그에게 어촌과 바다는 겉모습만 나타날 뿐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태쯤 지나 바다의 계절과 물때를 알고서야 비로소 바다를 삶터로 삼은 어민의 애환과 어촌의 속살이 어렴풋하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육지에서는 바다를 먹고 놀고 쉬는 곳 정도로 바라본다. 이런 육지 중심적 사고 탓에 바다의 원형질들이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어민의 시각으로 바다를 바라보면 연안을 개발하고 바다를 보존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그는 “요즘도 전국 곳곳의 어민 200여명한테 의견을 듣는다”며 “바다의 원형을 가르쳐준 이들한테 보답하려고 소수만 읽는 학술논문을 쓰는 대신 잡지에 기고를 하거나 사진을 남기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28일 오후 4시 전시장에서 ‘잃어버린 바다, 고장난 바다시계’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다음달 5일까지 전시를 이어간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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