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움직임연구소 임도완 소장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임도완 소장
이야기 중심의 기존관행 깨고
‘신체언어 연극’ 새로운 실험
이달 런던마임축제 초청 받아 배우들이 무대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순수한 방법은 ‘몸짓’이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이야기 중심의 한국 연극계에서 드물게 몸짓이란 신체언어를 고집해 온 연극집단이다. 프랑스 자크 르 코크 국제연극마임학교에서 마임과 연극을 전공한 연출가 임도완(49·서울예술대 연기과 교수)씨와 백원길, 고창석, 권재원, 이은주, 정은영, 이수연씨 등 젊은 연극인들로 1998년 출발한 이 집단이 올해로 창단 10돌을 맞았다. 10년을 맞은 올해 초부터 사다리움직임연구소에는 의미 깊은 경사가 생겼다. 이달 세계적 페스티벌인 제30회 런던마임축제(12~27일)에 초청받아 24일과 26일 런던의 퀸 엘리자베스홀에서 연극 <보이첵>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연극의 본고장이라고 자부하는 유럽 연극의 중요한 고전 작품을 한국의 연극단체가 새롭게 해석해 오히려 본고장으로부터 초청 받아 선보이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작지 않다. 특히 사다리연구소의 <보이첵>은 앞서 지난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에든버러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헤럴드앤젤상’, 참가작 2000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신체연극에 주는 ‘피지컬시어터상’을 수상하며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세계 연극계가 변방으로 여기는 한국의 작고 이름없는 연극집단이 이처럼 세계 연극계의 관심을 끄는 비결은 무엇일까? “기존의 리얼리즘 연극의 고정화된 틀을 깨는 새로운 연극을 하기 때문이죠. 세계 연극인들이 잘 아는 <보이첵>을 배우들의 움직임과 의자만 사용해 내용을 전달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서브텍스트를 수면 위에 올려놓은 것에 굉장히 놀라워합니다. 어떤 극단은 ‘사다리움직임연구소한테 한 수 배웠다’고 해요.” 임도완 소장은 “<보이첵>이 한국의 특수성이나 전통성을 내세우지 않고도 외국 연극계에서 현대연극이란 무대언어 자체만으로 인정받은 점이 가장 기쁘다”고 평가했다.
임 소장은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 서울예대 98학번 학생들과 함께 신체라는 새로운 연극언어를 실험해왔다. 98년 여름, 그는 제자들과 함께 소를 키우던 빈 축사를 빌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재해석한 <스펙트럼 2001>을 만드는 것으로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사다리몸짓연구소는 배우와 제작팀이 기존 연극의 틀을 답습하지 않고 서로 즉흥연기와 토론으로 장면을 구성하는 공동창작 방식으로 작품을 만든다. 현재 대학로에서 장기공연하는 <휴먼 코메디>를 비롯 <보이첵> <4 그리고 선> <벗나무 동산> <안경 잡지 식욕> 등 이들이 선보인 작품들이 모두 이런 방식의 결과들이다. 그리고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이야기 중심 구조를 깨고 몸짓과 오브제 등을 활용해 새로운 연극언어를 시도하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이런 도전은 기존 연극에 익숙한 관객들은 물론 배우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일반 연극의 구조를 해체한 뒤 따로 독립적으로 놓아두어 관객들이 머리 속으로 이해해 메타포(은유)를 찾아내게 하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배우들도 처음에 이해를 못했는데 관객들은 오죽 했겠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반응이 엇갈렸죠. 놀랍다는 관객도 많았고, ‘저게 뭐야’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런 실험성을 오히려 스위스, 일본, 프랑스 등 외국공연계가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이다.
정통 서양 연극으로 서양을 놀래키고 있지만 정작 임소장은 “외국에 진출하려고 만든 작품은 없다”고 잘라말한다. “누가 연극이란 게 바람에 새겨진 문자라고 하던데…, 오브제를 가지고 새로운 연극을 만들고자 할 뿐입니다.”
이런 도전의식의 성과는 올해 더욱 많이 선보일 것 같다. 9월께 선보일 신작은 임 소장이 지난해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10년만에 만난 프랑스 마임학교 동창인 아일랜드 작가에게 대본을 선물 받은 <워월스 파스>란 작품이다. 이 연극을 그는 <굴레방다리의 소극>이라는 제목의 탈북자 이야기로 바꿔 공연할 생각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늘 탐구하는 변함없는 주제는 연극인들 누구에게나 영원한 소재인 셰익스피어다. “원작의 유려한 운문체가 우리 말로 번역되면 다 없어지는게 가장 큰 난점이에요. 이걸 어떻게 우리 말로 오게 하느냐, 아니면 우리 말로 간소화하면서 움직임을 집어넣느냐는게 고민이죠. 방법은 역시 움직임과 오브제를 집어넣는 것인데, 어떻게 현대적 감각에 맞게 확 바꿀지 궁리하고 있습니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신체언어 연극’ 새로운 실험
이달 런던마임축제 초청 받아 배우들이 무대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순수한 방법은 ‘몸짓’이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이야기 중심의 한국 연극계에서 드물게 몸짓이란 신체언어를 고집해 온 연극집단이다. 프랑스 자크 르 코크 국제연극마임학교에서 마임과 연극을 전공한 연출가 임도완(49·서울예술대 연기과 교수)씨와 백원길, 고창석, 권재원, 이은주, 정은영, 이수연씨 등 젊은 연극인들로 1998년 출발한 이 집단이 올해로 창단 10돌을 맞았다. 10년을 맞은 올해 초부터 사다리움직임연구소에는 의미 깊은 경사가 생겼다. 이달 세계적 페스티벌인 제30회 런던마임축제(12~27일)에 초청받아 24일과 26일 런던의 퀸 엘리자베스홀에서 연극 <보이첵>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연극의 본고장이라고 자부하는 유럽 연극의 중요한 고전 작품을 한국의 연극단체가 새롭게 해석해 오히려 본고장으로부터 초청 받아 선보이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작지 않다. 특히 사다리연구소의 <보이첵>은 앞서 지난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에든버러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헤럴드앤젤상’, 참가작 2000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신체연극에 주는 ‘피지컬시어터상’을 수상하며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세계 연극계가 변방으로 여기는 한국의 작고 이름없는 연극집단이 이처럼 세계 연극계의 관심을 끄는 비결은 무엇일까? “기존의 리얼리즘 연극의 고정화된 틀을 깨는 새로운 연극을 하기 때문이죠. 세계 연극인들이 잘 아는 <보이첵>을 배우들의 움직임과 의자만 사용해 내용을 전달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서브텍스트를 수면 위에 올려놓은 것에 굉장히 놀라워합니다. 어떤 극단은 ‘사다리움직임연구소한테 한 수 배웠다’고 해요.” 임도완 소장은 “<보이첵>이 한국의 특수성이나 전통성을 내세우지 않고도 외국 연극계에서 현대연극이란 무대언어 자체만으로 인정받은 점이 가장 기쁘다”고 평가했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이런 도전의식의 성과는 올해 더욱 많이 선보일 것 같다. 9월께 선보일 신작은 임 소장이 지난해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10년만에 만난 프랑스 마임학교 동창인 아일랜드 작가에게 대본을 선물 받은 <워월스 파스>란 작품이다. 이 연극을 그는 <굴레방다리의 소극>이라는 제목의 탈북자 이야기로 바꿔 공연할 생각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늘 탐구하는 변함없는 주제는 연극인들 누구에게나 영원한 소재인 셰익스피어다. “원작의 유려한 운문체가 우리 말로 번역되면 다 없어지는게 가장 큰 난점이에요. 이걸 어떻게 우리 말로 오게 하느냐, 아니면 우리 말로 간소화하면서 움직임을 집어넣느냐는게 고민이죠. 방법은 역시 움직임과 오브제를 집어넣는 것인데, 어떻게 현대적 감각에 맞게 확 바꿀지 궁리하고 있습니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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