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간 위기 ‘전라도닷컴’ 도우려 작품전 연 박문종 화백
폐간 위기 ‘전라도닷컴’ 도우려 작품전 연 박문종 화백
“곰삭은 홍어처럼 향수와 행복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월간 <전라도닷컴>을 살려내야지라.”
14일 광주시 동구 대인동 롯데화랑. 광주지역 중견화가 박문종(52·사진)씨는 월간 <전라도닷컴>을 도우려고 마련한 ‘전라도전’ 개막식에서 “허, 고것도 못 지키면 전라도가 전라도간디”라며 운을 뗐다.
“지난해 12월 중순 몇몇이 주막에서 폐간 위기를 맞은 <전라도닷컴>을 걱정하다 의기투합했지요. 다들 힘도 돈도 없지만 맘이라도 보태야 한다며 그날로 작당(?)을 했어요.”
박씨는 광주가 진짜로 문화도시가 되려면 거창한 사업말고 전라도의 가치를 아는 잡지부터 살려야 한다고 주변 동료들을 설득했다. 두달 동안 한희원·송필용·박태규·임남진·정선휘·허달용 등 내노라하는 화가 34명이 기꺼이 참여했고, 취지에 공감한 화랑 쪽도 전시공간을 선뜻 내주는 바람에 준비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가뜩이나 처지가 어려운 화가들이 이렇게 발벗고 나선 것은 1970년대부터 ‘현실’과 ‘고향’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세대와 갈래를 넘나들며 두루 교류해온 그의 후덕한 성품과 구수한 입담 덕분이었다.
박씨는 “서울 중심 사고에 휘둘리지 않고 줄기차게 고향을 탐구해온 접근방식이 30~50대 화가들의 공감을 받았다”며 “10호 안팎 그림을 통상값보다 낮은 30만~500만원에 팔아 <전라도닷컴>을 살리는 기금으로 보태려한다”고 말했다.
롯데화랑 전시는 20일까지 일주일 진행되며, 온라인 전시는 <전라도닷컴> 사이버갤러리에서 지속된다. 딸린 전시로 임실에서 해남까지 고샅고샅을 누비며 전라도의 사람과 자연을 기록해온 이 잡지의 8년 발걸음을 되돌아보는 전시 ‘전라도 속내를 만난다’도 마련한다.
<전라도닷컴>(jeonlado.com)은 2000년 10월 웹진으로 출발해 2002년 2월 월간지를 선보이며 전라도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넓혀왔다. 여태껏 기자 6명이 다달이 80여쪽 짜리 잡지 5000여부씩을 71호째 냈다. 지난해 11월 후원기업 빅마트의 경영난으로 홀로서기에 나섰으나 재정이 어려워 12월호 발간을 중단하기도 했다. 발간 위기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광주·전주·서울·대구 등 전국에서 500여명이 한 달에 3천원~1만원을 내는 이체후원에 자발적으로 동참해 발행이 재개됐다. (062)654-9085,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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