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대구 휩쓴 ‘만화방 미숙이’ 서울 왔어예~

등록 2008-03-06 19:26수정 2008-03-06 22:10

대구산 창작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 제작의 세 주역. 왼쪽부터 작곡가 윤정인, 연출·제작자 이상원, 작가 이성자씨.
대구산 창작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 제작의 세 주역. 왼쪽부터 작곡가 윤정인, 연출·제작자 이상원, 작가 이성자씨.
“피시방엔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카이 쎄삐릿다. 여는 마 완전 파리 날리네.” 김밥 행상 조 여사가 느닷없이 관객들에게 김밥을 사라고 강요하자, 관객들이 자지러진다. “조기 조 총각, 그래 니 말이다. 와 고개 돌리노. 니 김밥 살래, 내캉 사귈래?”

2일 저녁 9시 대구 봉산문화회관 소공연장,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의 막이 내리고 주제곡 ‘사랑이라는 건’이 흘러나왔다. 인기 등장인물 바보 달봉이가 “따라해”를 외치자 객석과 보조석을 가득 채운 관객 120명은 주인공 미숙과 진수의 선창에 따라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화답했다. “사람들이 문을 열 때 살짜기 노크하듯 사랑이 다가올 때도 가슴을 두드릴까….”

서민들 훈훈한 삶 다룬 토종 뮤지컬
대구 사상 최다관객·중국 공연까지
13일부터 대학로서 중앙무대 도전장

노래가 끝난 뒤 만화방 주인 장봉구 역의 김현규(65)씨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시즌3를 오늘로 마치고 서울로 공연하러 가니까 서울에 있는 친지나 친구에게 전화 마이 주이소. 서울에서 공연 잘하고 대구에서 찾아뵙겠습니다.” 객석에서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대구를 휩쓴 토종 창작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가 서울 나들이를 한다. 13일부터 4월27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 물’에서 공연한다. 모든 문화가 서울 중심이고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가 큰 한국 공연계에서 지역 뮤지컬이 공연 메카인 대학로에 진출하는 것은 실로 드문 일이다.

<만화방 미숙이>
<만화방 미숙이>
<만화방 미숙이>는 극작가 이성자, 작곡가 윤정인, 연출가 이상원·이응창을 비롯해 배우 강은애·김현규·장윤형·박진영·이동준 등 모든 제작진이 100% 대구 인력인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해 1월 초연해 20대는 물론 40~50대 중년층까지 불러모으며 대구 공연 사상 최다인 218회 공연과 2만5천명 관객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초청받아 상하이 등지에서 공연했고, 국내 지방 공연까지 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그런 성과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서울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저희들끼리는 ‘위험한 역주행’이라고 말하지예. 이미 시작은 했고 다시 되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최선을 다해야지예. 우리 배우들도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길끼고.” 제작사 뉴컴퍼니 이상원(48) 대표는 “기대 반 걱정 반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서울에 간다”며 “그런 위험이 있어야 무언가 결과도 크게 나오지 않을까”라고 되묻는다.

<만화방 미숙이>는 대구 변두리 만화방을 무대로 소시민들의 훈훈한 삶의 모습과 가족 사랑을 그린 뮤지컬이다. 예비역 육군 상사로 만화방 주인인 홀아비 장봉구와 삼남매 미숙, 미원, 미소가 사채업자에게 넘어갈 위기에 놓인 만화방을 살리기 위해 벌이는 갖가지 해프닝과 그 속에 싹트는 사랑을 보여준다. 김밥 행상 조여사, 바보 달봉, 분식집 노처녀 명자, 사채업자 바우와 똘마니 등이 투박한 대구 사투리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정겹게 그려낸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작곡가 윤정인(33)씨의 곡들과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로 여기게 되는 작가 이성자(35)씨의 이야기가 황금콤비를 이뤄 대구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배우들이 끊임없이 관객과의 소통을 꾀해 관객들이 함께 참여한다고 느끼게 만든 것도 성공의 비결로 손꼽힌다. 작가 이씨는 “연극을 전혀 모르고 저를 연극나부랭이나 하는 정도로 취급하던 친척들이 표 부탁을 해오더라”고 웃었다.

연출을 맡은 이상원 대표는 “작품을 보고 나서 인식이 바뀌고 행동 변화까지 일으키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연을 보고 아버지가 생각나서 호빵을 사가 ‘아빠 드세요’라고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아버지 입장에서는 ‘저게 안 하던 짓을’ 하게 만들고(웃음). 저희가 서울에 진출하는 것이 대구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뮤지컬 창작에 힘이 되어주고, 서울과 지방의 심리적 격차를 줄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서울 진출에 힘을 실어주려는 듯 <만화방 미숙이>에겐 최근 또 다른 희소식이 생겼다. 올 여름께 16부작 텔레비전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져 방송을 타게 될 것이라고 작가 이씨는 귀띔했다. (02)6408-9507. 대구/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