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란(29), 거정(36·본명 임거정), 저스틴 김(32)
어쿠스틱 밴드 ‘이바디’로 새음반 낸 호란
목에 힘빼고 화려함 덜고
깃털같이 바람같이 의외다. 클래지콰이의 일렉트로니카 음악 위로 육감적인 목소리를 선보였던 호란(29)이 어쿠스틱 밴드를 결성했다. ‘이바디’. 클래지콰이 세션맨 출신인 기타리스트 거정(36·본명 임거정), 베이시스트 저스틴 김(32)과 결성한 3인조 밴드다. 이바디라는 이름은 단골 술집 이름에서 따왔다. “순우리말인데, ‘잔치’라는 의미가 저희가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과도 딱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전자음 위로 몽환적이면서도 힘 있는 음색으로 깔렸던 호란의 목소리를 생각하면, 그가 어쿠스틱 음악을 하는 모습이 선뜻 그려지지 않는다. “원래 제가 포크나 어쿠스틱 음악을 매우 좋아했어요. 기회가 왔을 때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계기가 된 것은 거정, 저스틴 김과의 만남. “한 소속사라 서로 알고 지내다가 지난해 여름 연습실에 놀러갔는데, 저도 갖고 있던 애니 디프랑코 음반을 거정씨도 갖고 있더라구요. 얘기를 하다가 마음이 통해 뜻을 모았죠.”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뜻에서 앨범 이름도 <스토리 오브 어스>(STORY OF US)다. 클래지콰이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음악을 한다는 것은 그동안 프로그램 진행자,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해 온 호란에게도 큰 도전이었을 터다. “차이를 둬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정도였다”고 그는 말한다. “이런 음악을 열망해 왔는데, 옷만 갈아입었단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죠.” 목에 힘을 뺐다. 화려함을 덜어내고, 느낌을 살려 부르려 노력했다. 리듬을 정확하게 잡아내야 하는 일렉트로니카 음악과 달라 처음엔 적응이 어려웠다. “기술적으로 불러왔던 게 오히려 장애가 됐어요. 녹음할 때 느낌을 막 타다가도 피치가 나갔다 싶으면 거기 신경쓰다가 느낌이 사라지는 거에요.” 그래서 녹음은 자주 멈춰졌다. 잠 많기로 소문난 그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민한 새 음반 속의 목소리는, 호흡까지 그대로 음악이 됐다. 듣는 이를 빠져들게 만드는 농염한 음색이 한결 자연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신비하게 빛난다. 타이틀곡인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모던포크 색채가 짙은 곡으로, “두라파 두루”하고 노래하는 입바람이 감각적인 음색의 기타에 실려온다. 전반적으로 여유롭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절제된 편곡이 돋보이는 성인들을 위한 어쿠스틱 팝 음반이다. 작사, 작곡은 모두 밴드 안에서 소화했다. 거정은 “꾸미기보다 솔직한 색깔을 보여주려 애썼다”고 말한다. “자극적인 음악이 많은 상황에서 처음엔 부드럽다고만 느껴질 수 있는데, 그 부드러움 속에 보이는 강함의 매력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호란은 최근 누구보다도 바빴다. 이바디 녹음에, 책 <호란의 다카포> 출간 준비, 그리고 클래지콰이 앨범 작업까지 겹쳤지만 몸살 한번 앓지 않고 해냈다. “아직도 제 목소리에 완전히 만족스럽지만은 않아요. 이바디 2, 3집까지 쭉 하면 더 나아지겠죠. 물론 클래지콰이도 해야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 보고 싶어요.” 아직 후속곡을 정하진 않았지만, 세 멤버 모두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비로 뒤덮인 세상’을 꼽는다. 그냥 들어도 좋지만, 꼭 빗소리와 함께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정이 “비 오는 날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단골 음악이 됐음 좋겠다”고 말하자, 호란은 “앗, 올해 수해 나면 홍보할 수가 없는데”라고 거든다. 이바디는 5월30일~6월1일 케이에스 청담아트홀에서 첫 공연을 한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깃털같이 바람같이 의외다. 클래지콰이의 일렉트로니카 음악 위로 육감적인 목소리를 선보였던 호란(29)이 어쿠스틱 밴드를 결성했다. ‘이바디’. 클래지콰이 세션맨 출신인 기타리스트 거정(36·본명 임거정), 베이시스트 저스틴 김(32)과 결성한 3인조 밴드다. 이바디라는 이름은 단골 술집 이름에서 따왔다. “순우리말인데, ‘잔치’라는 의미가 저희가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과도 딱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전자음 위로 몽환적이면서도 힘 있는 음색으로 깔렸던 호란의 목소리를 생각하면, 그가 어쿠스틱 음악을 하는 모습이 선뜻 그려지지 않는다. “원래 제가 포크나 어쿠스틱 음악을 매우 좋아했어요. 기회가 왔을 때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계기가 된 것은 거정, 저스틴 김과의 만남. “한 소속사라 서로 알고 지내다가 지난해 여름 연습실에 놀러갔는데, 저도 갖고 있던 애니 디프랑코 음반을 거정씨도 갖고 있더라구요. 얘기를 하다가 마음이 통해 뜻을 모았죠.”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뜻에서 앨범 이름도 <스토리 오브 어스>(STORY OF US)다. 클래지콰이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음악을 한다는 것은 그동안 프로그램 진행자,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해 온 호란에게도 큰 도전이었을 터다. “차이를 둬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정도였다”고 그는 말한다. “이런 음악을 열망해 왔는데, 옷만 갈아입었단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죠.” 목에 힘을 뺐다. 화려함을 덜어내고, 느낌을 살려 부르려 노력했다. 리듬을 정확하게 잡아내야 하는 일렉트로니카 음악과 달라 처음엔 적응이 어려웠다. “기술적으로 불러왔던 게 오히려 장애가 됐어요. 녹음할 때 느낌을 막 타다가도 피치가 나갔다 싶으면 거기 신경쓰다가 느낌이 사라지는 거에요.” 그래서 녹음은 자주 멈춰졌다. 잠 많기로 소문난 그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민한 새 음반 속의 목소리는, 호흡까지 그대로 음악이 됐다. 듣는 이를 빠져들게 만드는 농염한 음색이 한결 자연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신비하게 빛난다. 타이틀곡인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모던포크 색채가 짙은 곡으로, “두라파 두루”하고 노래하는 입바람이 감각적인 음색의 기타에 실려온다. 전반적으로 여유롭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절제된 편곡이 돋보이는 성인들을 위한 어쿠스틱 팝 음반이다. 작사, 작곡은 모두 밴드 안에서 소화했다. 거정은 “꾸미기보다 솔직한 색깔을 보여주려 애썼다”고 말한다. “자극적인 음악이 많은 상황에서 처음엔 부드럽다고만 느껴질 수 있는데, 그 부드러움 속에 보이는 강함의 매력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호란은 최근 누구보다도 바빴다. 이바디 녹음에, 책 <호란의 다카포> 출간 준비, 그리고 클래지콰이 앨범 작업까지 겹쳤지만 몸살 한번 앓지 않고 해냈다. “아직도 제 목소리에 완전히 만족스럽지만은 않아요. 이바디 2, 3집까지 쭉 하면 더 나아지겠죠. 물론 클래지콰이도 해야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 보고 싶어요.” 아직 후속곡을 정하진 않았지만, 세 멤버 모두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비로 뒤덮인 세상’을 꼽는다. 그냥 들어도 좋지만, 꼭 빗소리와 함께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정이 “비 오는 날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단골 음악이 됐음 좋겠다”고 말하자, 호란은 “앗, 올해 수해 나면 홍보할 수가 없는데”라고 거든다. 이바디는 5월30일~6월1일 케이에스 청담아트홀에서 첫 공연을 한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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