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사크 합창단 첫 내한 공연
‘코사크인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 한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러시아 경구는 바로 이 합창단에서 나왔다. 호소력 짙은 러시아 민요에서 장엄한 종교음악까지, 전통 러시아 합창의 진수를 보여주는 돈 코사크 합창단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한다. 17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돈 코사크 합창단은 널리 알려진 레드아미 합창단, 볼쇼이 합창단 등과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합창단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레드아미 합창단과 볼쇼이 합창단보다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이지만 대중적 명성과 음악적 깊이에서는 오히려 더 앞선다는 평을 듣는다.
돈 코사크 합창단과 레드아미 합창단은 둘 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의 산물이다. 공산주의 혁명 세력에 패한 제정 러시아군이 포로수용소에서 민요를 부르며 패배의 슬픔을 달래다가 수용소에서 나온 뒤 돈 코사크 합창단을 만들었다. 러시아 황제 친위대가 주로 돈강 유역 카자흐 기병으로 불리는 용병들이어서 카자흐의 영어 발음인 코사크란 이름이 붙었다.
1922년 세르게이 쟈로프 중위의 지휘로 첫 공연을 한 이 합창단이 세계적 성공을 거두자, 이에 자극받아 옛 소련군은 레드아미 합창단을 만들었다. 레드아미 합창단은 남성적이고 굵은 선율로 공산권 음악 대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냉전시기 우리 나라에는 당연히 소개되지 못했다.
반면 돈 코사크 합창단은 미국에 정착해 미국 시민권을 얻어 활동했다. 1만여 회 넘게 공연을 이어가다 1979년 해단했는데, 1991년 바냐 흘립카가 다시 설립했다.
돈 코사크 합창단이 레드아미 합창단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은 전통적인 아카펠라 합창단이란 점이다. 웅장함과 애조를 띠는 러시아 전통음악 색채가 반영된 정교 성가를 부르는 것도 이들만의 특징이다. 장일범 음악평론가는 “러시아 정교회 미사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온 아카펠라 합창에 견줘, 민속악기 반주에 맞춰 행진곡풍 대중적 음악을 하는 레드아미는 퓨전으로 여기는 러시아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입장료 3만~8만원. 예매 티켓링크 1588-7890.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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