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민호(84·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씨와 백성희(83·〃)씨
팔순 노구에도 왕성한 활동 장민호·백성희씨
‘한국 연극계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국립극단 원로단원 장민호(84·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씨와 백성희(83·〃)씨.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두 ‘영원한 현역 배우’들이 연극 <백년언약>에서 부부로 무대에 선다. 오태석(68)씨가 2006년 국립극장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뒤 처음으로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한 신작으로, 국립극단이 한국 연극 100년을 기념해 오는 28일부터 6월1일까지 국립극장 대극장에 올리는 작품이다.
28일부터 한국연극 100년 기념작 ‘백년언약’ 공연
<백년언약>은 억척스런 한 여인의 이야기를 빌어 지난 100년 현대사를 우화처럼 그리며 앞으로 올 100년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백씨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한테 남편을 잃고 온갖 세파를 겪으며 살아야 했던 새댁 역을 맡았고, 장씨는 남편과 인민군, 버스 운전사 등 3가지 배역을 동시에 맡았다.
두 사람은 요즘 국립극장 대극장 연습실에서 60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동료’와 한창 연습 중이다. 60년 넘게 한국 연극판을 지켜오면서 이미 여러 차례 한 무대에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백 선생과 나는 부부 역을 참 많이 한 것 같아.”(장민호)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단역을 주로 했는데, 그래서 부부로 출연할 만큼 긴 배역이 없었어요. 모처럼 장 선생님과 부부 역을 맡으니까 기분이 새롭네요.”(백성희)
마치 다정한 부부 같기도 하고 우애 깊은 오누이 같기도 한 두 노배우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우리를 오태석씨가 다시 맺어주었다”고 활짝 웃었다.
현역 최고령 배우인 장민호씨는 1947년 극단 원예술좌의 창단공연 <모세>로 데뷔해 230여 편의 연극에 출연했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천년학> 등에도 나왔다. 특히 1960년 서항석 연출의 <파우스트>부터 1998년 이윤택 연출의 <파우스트>까지 파우스트 역만 4번이나 맡아 ‘파우스트 장’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1943년 극단 현대극장의 <봉선화>로 데뷔한 백성희씨는 나이는 장씨보다 한 살 아래지만 연극 경력은 오히려 앞선다. 65년째 연극배우의 길을 걸으며 400여 편의 연극무대에 섰다. 1950년 만들어진 국립극단의 유일한 창립단원으로 ‘국립극장 안방마님’으로 불린다. 어느 억척 여인의 이야기 통해
일제~현재 100년사 풀어내 백씨는 “오태석씨가 ‘한국 연극 100년을 기념한 작품이니 60년 넘게 연극을 한 배우가 있다면 국립극단 단원이 아니라도 데려와야 할 판인데 국립극단에 두 분이 있어서 여간 다행이 아니다’라고 하더라”며 밝게 웃었다. “<백년언약>의 새댁 역은 서른한 살부터 여든 살까지 연기해야 해서 젊은 배우들이 소화하기 힘든데 우리가 건강해 이렇게 쓰인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라고 할까, 운이 좋다고 할까 그렇죠.” 장씨는 “오태석 작품은 데뷔작 <환절기>부터 국립극단에서 공연한 작품 거의 전부 다 주연을 맡았다”며 “꼭 나를 끌고 들어간다고 물귀신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백 선생이나 나나 배역이 없을 거라고 하더니 물귀신 같이 우리 둘을 끄집어내 주연을 맡겨 버렸다”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연출가 오태석씨의 이야기는 달랐다. “두 분은 정말 해방 이후의 산 증인으로 나오는 거지. 지금도 나는 장 선생님이나 백 선생님의 무대 위 발성이 제일 정확하다고 믿어요. 끝까지 잘 들리거든요. 배우는 결국 숨쉬기로 관객과 만나는데 숨쉬기의 핵이 언어 아니에요? 우리 연극에서 구어체를 가장 무난하게 구사하는 배우는 두 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실제로 두 노배우는 여든이 넘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명확한 발음과 또랑또랑한 발성, 긴 대사를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기억력으로 젊은 배우들의 기를 죽이고 있었다. “요즘 젊은 배우들은 우리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요. 요즘 연극을 보면 소리는 들리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애매할 때가 많아요.”(백성희) “난 성우 생활을 많이 했어. 청각만 가지고 이해 시켜야 되는 거니까 발음이 정확해야지. 지금도 무대에 서면 다른 사람들 대사는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내 대사는 거의 80% 정도는 다 들린다고 해요.”(장민호) <백년언약>에는 두 노익장과 함께 이상직, 서상원, 이영호, 서희승, 이문수, 김종구, 권복순, 이혜경 등 국립극단 단원들이 출연한다. (02)2280-4115~6.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1943년 극단 현대극장의 <봉선화>로 데뷔한 백성희씨는 나이는 장씨보다 한 살 아래지만 연극 경력은 오히려 앞선다. 65년째 연극배우의 길을 걸으며 400여 편의 연극무대에 섰다. 1950년 만들어진 국립극단의 유일한 창립단원으로 ‘국립극장 안방마님’으로 불린다. 어느 억척 여인의 이야기 통해
일제~현재 100년사 풀어내 백씨는 “오태석씨가 ‘한국 연극 100년을 기념한 작품이니 60년 넘게 연극을 한 배우가 있다면 국립극단 단원이 아니라도 데려와야 할 판인데 국립극단에 두 분이 있어서 여간 다행이 아니다’라고 하더라”며 밝게 웃었다. “<백년언약>의 새댁 역은 서른한 살부터 여든 살까지 연기해야 해서 젊은 배우들이 소화하기 힘든데 우리가 건강해 이렇게 쓰인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라고 할까, 운이 좋다고 할까 그렇죠.” 장씨는 “오태석 작품은 데뷔작 <환절기>부터 국립극단에서 공연한 작품 거의 전부 다 주연을 맡았다”며 “꼭 나를 끌고 들어간다고 물귀신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백 선생이나 나나 배역이 없을 거라고 하더니 물귀신 같이 우리 둘을 끄집어내 주연을 맡겨 버렸다”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연출가 오태석씨의 이야기는 달랐다. “두 분은 정말 해방 이후의 산 증인으로 나오는 거지. 지금도 나는 장 선생님이나 백 선생님의 무대 위 발성이 제일 정확하다고 믿어요. 끝까지 잘 들리거든요. 배우는 결국 숨쉬기로 관객과 만나는데 숨쉬기의 핵이 언어 아니에요? 우리 연극에서 구어체를 가장 무난하게 구사하는 배우는 두 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실제로 두 노배우는 여든이 넘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명확한 발음과 또랑또랑한 발성, 긴 대사를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기억력으로 젊은 배우들의 기를 죽이고 있었다. “요즘 젊은 배우들은 우리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요. 요즘 연극을 보면 소리는 들리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애매할 때가 많아요.”(백성희) “난 성우 생활을 많이 했어. 청각만 가지고 이해 시켜야 되는 거니까 발음이 정확해야지. 지금도 무대에 서면 다른 사람들 대사는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내 대사는 거의 80% 정도는 다 들린다고 해요.”(장민호) <백년언약>에는 두 노익장과 함께 이상직, 서상원, 이영호, 서희승, 이문수, 김종구, 권복순, 이혜경 등 국립극단 단원들이 출연한다. (02)2280-4115~6.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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