훙카뭉카, 이탈리아 1972(오른쪽), 도너번, 영국, 1971(왼쪽맨아래) 마우로 펠로시, 이탈리아, 1973(왼쪽가운데) 무르플레, 이탈리아, 1974(왼쪽맨위)
음악평론·DJ 성시완씨
희귀 LP 전시회
희귀 LP 전시회

독특하고 기발하게 시류 담아
오늘부터 서울 대림미술관서 이제는 보기조차 힘들어진 희귀 음반 재킷들을 만날 수 있는 색다른 전시회가 열린다. 음악칼럼니스트이자 음반 수집가로도 유명한 성시완(47)씨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성시완 컬렉션 40/30/20’ 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에서 6월10일부터 7월31일까지 열린다. 음악 못잖게 다채로운 디자인을 보는 맛으로 음악팬들을 사로잡았던 엘피 음반 재킷의 매력을 모처럼 다시 느껴볼 기회다. 전시 제목에 들어간 숫자는 성씨의 수집 생활 40년, 음악 방송 30년, 음반 사업 20년을 의미한다. 성씨는 80년대 해외 대중음악에 빠졌던 이들에겐 유명한 이름이다. 아트록 등 해외의 마니아 성향 음악을 국내에 소개해온 전도사였으며, 직접 아트록 전문 음반사와 매장을 차리기도 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가방에 전과 대신 음반을 넣고 다녔던” 록음악 마니아로, 82년 대학생 신분으로 이종환의 뒤를 이어 <음악이 흐르는 밤>의 디제이로 발탁되어 팝음악 방송을 시작했다. 부담 없고 누구나 좋아할 법한 대중적인 곡들보다 독특한 색깔을 지닌 해외 음악을 집중 소개하는 것이 성시완표 방송의 특징이었다.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세미클래식 시간대를 공포음악으로 채웠죠.(웃음) 시골에서 밤에 라디오를 들고 화장실에 갔다가 기괴한 핑크플로이드 음악이 나오는 바람에 꼼짝도 못했다는 청취자 항의도 있었어요.” 그는 해외 음반은 사치품이라고 해서 5장 이상은 통관이 안 되던 시절부터 음반을 수입해 모으고 팔아왔다. 이번 전시회에선 외국 벼룩시장을 뒤지며 모은 희귀음반 1천여장을 전시장 2개 층에 가득 선보인다. 성씨는 “그래픽 디자인과 음악이 만나는 접점인 음반 재킷은 초현실주의와 에로티시즘, 미니멀리즘, 해체주의 등 당대의 시류가 잘 드러나는 예술 분야”라며 “특히 아트록 장르는 특성상 예술적이고 화려한 커버들이 많고 음악을 하는 이들이 직접 자기 음반을 그린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에선 변기 모양, 편지봉투 모양, 트로피처럼 열리게 된 표지 등 독특하고 기발한 재킷들도 선보여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일반 엘피판의 4분의 1 정도 크기로 ‘도넛판’이라 일컫던 싱글 엘피 음반도 알록달록한 색채를 뽐낸다. 전시 음반은 매주 교체될 예정이다. 28일과 7월12일·26일에는 재즈콘서트가, 주말 마다는 아트록 감상회가 열린다.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2000원. (02)720-0667.
글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대림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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