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처럼!>에서 휠체어에 의지하는 장애아로 나오는 김동규(가운데)씨 등이 연습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학전 아동뮤지컬 ‘슈퍼맨처럼!’ 연습 현장
걷지 못해도 씩씩한 동규와 가족들
‘장애는 차별 아닌 차이’ 보여줄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할 수 없는 일도 많지만/ 한번 해보지도 못한다는 게 바로 문제지 흥!/ 나도 한번 시켜줘 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두 눈 뜨고 똑바로 봐! 놀래 뒤로 자빠질걸?” 14일 오후 대학로 극단 학전 연습실. 동규가 휠체어를 밀며 여동생 은영과 노래 <나도 한번 시켜줘 봐>를 부르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동규는 교통사고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지만 영화 속 슈퍼맨처럼 건강하고 밝은 어린이다. “아니지, 손으로 다리를 옮겨야지, 다리를 움직여선 안돼. 동규, 네 다리는 아무런 힘이 없고 기능도 못하잖아. 오케이, 다시 한번!” 김민기(57) 학전 대표가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특유의 저음으로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살핀다. 탁자 위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다. 그는 녹차를 한 모금 달게 마시더니 입으로 음향효과를 넣는다. “잘 부르려고 하지 말고 아이들처럼 씩씩하게 불러봐! 궁짝 궁짝 궁짝 궁짝, 라이트인!” 배우의 노래가 다시 이어진다. “푸른 가로수에도 똑같은 이파린 단 한개도 없죠?/ 우린 서로 다른 수백만의 장애를 가진 바로 사람!~” 국내 최장수 뮤지컬 <지하철1호선>으로 유명한 극단 학전이 오는 29일부터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 올리는 아동 뮤지컬 <슈퍼맨처럼!> 공연을 앞두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슈퍼맨처럼!>(원작 폴커 루드비히&로이 키프트·음악 비르거 하이만)은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떡볶이>에 이은 학전의 세번째 아동극이다. <지하철1호선>의 원작팀인 독일 그립스극장의 뮤지컬 <스트롱거 댄 슈퍼맨>을 김 대표가 번안·연출했다.
<슈퍼맨처럼!>은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과 고민을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게 큰 특징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천재 교수나 <말아톤>의 달리기 소년처럼 재능을 가진 ‘특별한’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소 ‘인위적인’ 감동을 이끌어내려 하지도 않는다. 뮤지컬은 교통사고로 1급 장애인이 된 초등학생 동규와 개구쟁이 여동생 은영, 보험설계사로 힘겹게 생계를 꾸려가는 엄마 등 세 가족의 이야기다. 뉴타운 재개발 지역으로 이사온 동규와 은영 남매가 주변의 편견을 극복하고 새 친구 승원과 사귀는 과정을 통해 장애는 ‘차별적인 요소’가 아니라 ‘차이와 다양성’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통과되었고, 장애아와 비장애아를 의무적으로 통합교육 하게 되어 있지만 학부모들의 반발로 시행은 잘 안되고 있습니다. 그런 게 우리 현실이죠.”
김민기 대표는 “세상에 장애 아닌 사람은 없다. 차이가 조금씩 있고 종류가 다를 뿐이지 모두가 장애인인데 그것이 다 같이 어울려 하나의 새 모습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공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동규 역을 맡은 배우 김동규(28)씨는 “장애아는 우울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장애인들을 접하고 장애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오히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더 밝고 건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은영 역의 배우 김은영(36)씨도 “장애아 또한 우리처럼 일상스런 생활을 하고 있고, 불편하지만 열심히 생활하고 있구나 라고 깨닿게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 대표는 원작의 내용을 한국적 상황으로 옮기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원작의 배경인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 장애문제에 대한 인식과 국가의 지원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 작품을 거의 다시 쓰다시피 했다고 한다.
“우리 공연에서는 엄마가 보험설계사로 생계를 꾸려나가지만 원작이나 그립스극단의 공연에서는 엄마가 일하러 나가지 않고 아이들과 늘 같이 있어요. 모든 게 국가에서 보장이 되니까요. 우리는 장애인을 위한 국가의 지원이라는 게 정말 ‘새발의 피’여서 가족 중에 장애가 오게 되면 가족의 생계라는 것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어요.”
이번 공연에는 60~70년대 활발하게 활동했던 ‘60대 할아버지’ 기타리스트 강근식씨(기타)와 베이시스트 조원익씨(플루트)가 참여해 손자, 손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음악을 연주한다. <지하철1호선>의 최다 출연자인 이황의(42)를 비롯해 이정은(41), 김동규, 김은영, 박승원(24) 등 ‘학전표’ 배우들이 무대에 선다. 9월7일까지. (02)763-8233.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장애는 차별 아닌 차이’ 보여줄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할 수 없는 일도 많지만/ 한번 해보지도 못한다는 게 바로 문제지 흥!/ 나도 한번 시켜줘 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두 눈 뜨고 똑바로 봐! 놀래 뒤로 자빠질걸?” 14일 오후 대학로 극단 학전 연습실. 동규가 휠체어를 밀며 여동생 은영과 노래 <나도 한번 시켜줘 봐>를 부르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동규는 교통사고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지만 영화 속 슈퍼맨처럼 건강하고 밝은 어린이다. “아니지, 손으로 다리를 옮겨야지, 다리를 움직여선 안돼. 동규, 네 다리는 아무런 힘이 없고 기능도 못하잖아. 오케이, 다시 한번!” 김민기(57) 학전 대표가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특유의 저음으로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살핀다. 탁자 위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다. 그는 녹차를 한 모금 달게 마시더니 입으로 음향효과를 넣는다. “잘 부르려고 하지 말고 아이들처럼 씩씩하게 불러봐! 궁짝 궁짝 궁짝 궁짝, 라이트인!” 배우의 노래가 다시 이어진다. “푸른 가로수에도 똑같은 이파린 단 한개도 없죠?/ 우린 서로 다른 수백만의 장애를 가진 바로 사람!~” 국내 최장수 뮤지컬 <지하철1호선>으로 유명한 극단 학전이 오는 29일부터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 올리는 아동 뮤지컬 <슈퍼맨처럼!> 공연을 앞두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슈퍼맨처럼!>(원작 폴커 루드비히&로이 키프트·음악 비르거 하이만)은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떡볶이>에 이은 학전의 세번째 아동극이다. <지하철1호선>의 원작팀인 독일 그립스극장의 뮤지컬 <스트롱거 댄 슈퍼맨>을 김 대표가 번안·연출했다.
<슈퍼맨처럼!>은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과 고민을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게 큰 특징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천재 교수나 <말아톤>의 달리기 소년처럼 재능을 가진 ‘특별한’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소 ‘인위적인’ 감동을 이끌어내려 하지도 않는다. 뮤지컬은 교통사고로 1급 장애인이 된 초등학생 동규와 개구쟁이 여동생 은영, 보험설계사로 힘겹게 생계를 꾸려가는 엄마 등 세 가족의 이야기다. 뉴타운 재개발 지역으로 이사온 동규와 은영 남매가 주변의 편견을 극복하고 새 친구 승원과 사귀는 과정을 통해 장애는 ‘차별적인 요소’가 아니라 ‘차이와 다양성’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통과되었고, 장애아와 비장애아를 의무적으로 통합교육 하게 되어 있지만 학부모들의 반발로 시행은 잘 안되고 있습니다. 그런 게 우리 현실이죠.”
김민기(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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