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연에서 추희명(오른쪽)은 강인하고 화려한 카르멘으로, 김선정(왼쪽)은 여성스런 캐릭터로 승부한다.
메조소프라노 추희명·김선정
국립오페라단 ‘마이 퍼스트…’
‘원숙함 대 우아함’ 두가지 매력 대비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초보 관객의 첫 작품으로 흔히 추천된다. 주인공 카르멘이 오페라 역사상 가장 강렬한 캐릭터로 평가받고, 이국적이며 화려한 음악들 또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카르멘>의 유명한 전주곡은 방송사의 스포츠 프로그램 시작음악으로 친숙하며, 아리아 ‘하바네라’와 ‘꽃 노래’, ‘투우사의 노래’ 등은 특히 유명하다.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 초보를 위한 ‘마이 퍼스트 오페라’ 시리즈의 하나로 <카르멘>(8월1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을 고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이번 <카르멘>에서는 주목할 대목이 있다. 바로 카르멘 역을 맡은 두 메조소프라노다. 카르멘 공연만 20여차례 해 온 추희명(38)은 강인하고 화려한 카르멘으로 이름나 있다. 메조소프라노의 떠오르는 별 김선정(36)은 이번이 두번째 카르멘으로, 주로 지적이고 정숙한 이미지의 연기를 해 왔다. 국내 대표적 성악가들인 두 사람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카르멘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 ■ 카르멘만 100번, 강하고 요염한 카르멘-추희명 추희명씨는 2000년 카르멘 역으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갈라콘서트까지 합치면 100번 가까이 카르멘으로 무대에 섰다. ‘카르멘 전문 성악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토록 많이 했으니 초보자를 위한 작은 무대면 부담이 없지 않을까. “천만에요. 오늘은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불러봐도 카르멘은 그 역할 자체가 색다르기 때문에 할 때마다 어려워요. 5분짜리 갈라콘서트 무대라고 해도 한 번도 편하게 불러 본 적이 없어요.” 관객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세세하게 감정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작은 무대의 공연은 오히려 더 어렵다고 한다. 추씨는 왜 카르멘 전문으로 이름이 난 걸까? 다른 메조소프라노처럼 가녀리지 않고 중저음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그를 김학남 이후 차세대 카르멘으로 일컬어지게 만들었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와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것 같지 않은 큼직한 춤사위도 정열적인 카르멘 역에 제격이다. ‘강하고 요염한 카르멘’ 연기 하나로 오페라에서 맡는 역할이 많지 않은 메조소프라노인데도 스타로 떠오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오히려 조역에 도전하는 중이다. 카르멘처럼 화려하고 예쁜 역이 아니어도 다른 역을 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란다.
이번 공연에서는 “섹시한 카르멘뿐 아니라, 눈을 감고 들어도 노래에서 고뇌가 느껴지는 카르멘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처음 카르멘을 했을 땐 겁없이 불렀지만, 이제는 카르멘의 고통이 보여 섣불리 노래할 수 없어요.” ■ 새롭게 시작하는 외강내유의 부드러운 카르멘-김선정 “카르멘은 섹시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떨치고 싶었어요. 남자를 끌려고 하지 않는 데서 여자의 매력이 느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유혹하지 않는, 그래서 더욱 유혹적인 카르멘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김선정씨는 요즘 떠오르는 메조소프라노다. 갸름한 얼굴, 큰 키, 늘씬한 몸매의 ‘벨라 피겨’에서 나오는 부드럽고 선명한 목소리로 새로운 카르멘을 선보이려 한다. 지난해 말 연출가 최지형씨가 감독한 <카르멘>에서 첫 주연을 맡은 뒤 두번째 카르멘이다. 그가 무대로 불러온 카르멘은 “자의식이 강하고, 겉으로는 강하지만 속은 여린 그래서 어쩌면 좀더 여성스런 캐릭터”다. 지난 공연에서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강인한 카르멘’을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그러나 ‘자존심을 잃지 않는 고고한 카르멘’을 연기한다. 그래서 그가 추는 하바네라는 남성을 유혹하는 야한 춤이 아니다. 정중동의 격을 추구하는 하바네라다. 플라멩코의 화려하고 격정적인 맛은 덜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면 예쁘장한 틀을 벗고 격렬한 카르멘의 내부를 드러낸다. 김선정 자신의 지적인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각오도 엿보인다. 카르멘에 이어 가장 해보고 싶은 배역을 물었다. “너무 많지만, 우선 생각나는 건 독일 오페라 <장미의 기사>에서 옥타비안 역이네요. 특별한 캐릭터여서라기보단, 카라얀이 지휘한 것으로도 유명한 아름다운 음악의 오페라가 한국에선 아직 원어로 공연된 적이 없어서 아쉬워요. 묻혀 있는 주옥같은 오페라들로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원숙함 대 우아함’ 두가지 매력 대비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초보 관객의 첫 작품으로 흔히 추천된다. 주인공 카르멘이 오페라 역사상 가장 강렬한 캐릭터로 평가받고, 이국적이며 화려한 음악들 또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카르멘>의 유명한 전주곡은 방송사의 스포츠 프로그램 시작음악으로 친숙하며, 아리아 ‘하바네라’와 ‘꽃 노래’, ‘투우사의 노래’ 등은 특히 유명하다.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 초보를 위한 ‘마이 퍼스트 오페라’ 시리즈의 하나로 <카르멘>(8월1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을 고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이번 <카르멘>에서는 주목할 대목이 있다. 바로 카르멘 역을 맡은 두 메조소프라노다. 카르멘 공연만 20여차례 해 온 추희명(38)은 강인하고 화려한 카르멘으로 이름나 있다. 메조소프라노의 떠오르는 별 김선정(36)은 이번이 두번째 카르멘으로, 주로 지적이고 정숙한 이미지의 연기를 해 왔다. 국내 대표적 성악가들인 두 사람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카르멘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 ■ 카르멘만 100번, 강하고 요염한 카르멘-추희명 추희명씨는 2000년 카르멘 역으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갈라콘서트까지 합치면 100번 가까이 카르멘으로 무대에 섰다. ‘카르멘 전문 성악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토록 많이 했으니 초보자를 위한 작은 무대면 부담이 없지 않을까. “천만에요. 오늘은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불러봐도 카르멘은 그 역할 자체가 색다르기 때문에 할 때마다 어려워요. 5분짜리 갈라콘서트 무대라고 해도 한 번도 편하게 불러 본 적이 없어요.” 관객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세세하게 감정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작은 무대의 공연은 오히려 더 어렵다고 한다. 추씨는 왜 카르멘 전문으로 이름이 난 걸까? 다른 메조소프라노처럼 가녀리지 않고 중저음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그를 김학남 이후 차세대 카르멘으로 일컬어지게 만들었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와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것 같지 않은 큼직한 춤사위도 정열적인 카르멘 역에 제격이다. ‘강하고 요염한 카르멘’ 연기 하나로 오페라에서 맡는 역할이 많지 않은 메조소프라노인데도 스타로 떠오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오히려 조역에 도전하는 중이다. 카르멘처럼 화려하고 예쁜 역이 아니어도 다른 역을 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란다.
이번 공연에서는 “섹시한 카르멘뿐 아니라, 눈을 감고 들어도 노래에서 고뇌가 느껴지는 카르멘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처음 카르멘을 했을 땐 겁없이 불렀지만, 이제는 카르멘의 고통이 보여 섣불리 노래할 수 없어요.” ■ 새롭게 시작하는 외강내유의 부드러운 카르멘-김선정 “카르멘은 섹시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떨치고 싶었어요. 남자를 끌려고 하지 않는 데서 여자의 매력이 느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유혹하지 않는, 그래서 더욱 유혹적인 카르멘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김선정씨는 요즘 떠오르는 메조소프라노다. 갸름한 얼굴, 큰 키, 늘씬한 몸매의 ‘벨라 피겨’에서 나오는 부드럽고 선명한 목소리로 새로운 카르멘을 선보이려 한다. 지난해 말 연출가 최지형씨가 감독한 <카르멘>에서 첫 주연을 맡은 뒤 두번째 카르멘이다. 그가 무대로 불러온 카르멘은 “자의식이 강하고, 겉으로는 강하지만 속은 여린 그래서 어쩌면 좀더 여성스런 캐릭터”다. 지난 공연에서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강인한 카르멘’을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그러나 ‘자존심을 잃지 않는 고고한 카르멘’을 연기한다. 그래서 그가 추는 하바네라는 남성을 유혹하는 야한 춤이 아니다. 정중동의 격을 추구하는 하바네라다. 플라멩코의 화려하고 격정적인 맛은 덜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면 예쁘장한 틀을 벗고 격렬한 카르멘의 내부를 드러낸다. 김선정 자신의 지적인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각오도 엿보인다. 카르멘에 이어 가장 해보고 싶은 배역을 물었다. “너무 많지만, 우선 생각나는 건 독일 오페라 <장미의 기사>에서 옥타비안 역이네요. 특별한 캐릭터여서라기보단, 카라얀이 지휘한 것으로도 유명한 아름다운 음악의 오페라가 한국에선 아직 원어로 공연된 적이 없어서 아쉬워요. 묻혀 있는 주옥같은 오페라들로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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