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만에 새 음반 낸 서태지
4년만에 새 음반 낸 서태지
“정신 없지만 재밌습니다.”
4년 만에 요란하게 돌아온 서태지(36)가 3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군데군데 찢어진 청바지에 검정색 셔츠, 해골이 새겨진 흰색 넥타이 차림이 30대 후반의 나이를 잊게 한다.
그는 새 음반을 통해 “여행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은둔 기간에 여행을 계속했다고 한다. “나중에 배낭여행하면서 죽는 게 목표다 싶을 정도로. 미국의 레이크 타호와 칠레 문 밸리 등을 다녀왔지요.”
그는 “혼자 오지 같은 곳을 찾아가면서 자연 앞에서 작아지는 기분, 가슴 찡한 기분을 음악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모아이’(이스터 섬의 석상)에 관심이 많아 제가 좋아하는, 호기심 가질 만한 것을 해 보자고 해서 시작한 음악입니다.”
충남 보령에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고 서울 코엑스몰에 유에프오 불시착 이벤트를 벌이는 등 ‘미스터리 마케팅’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도 서태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 느낀 것들을 전달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4년 전 그는 ‘다음 새 음반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하며 떠났다. “(돌풍을) 일으키고 싶죠. 언제나 그건 똑같아요. 사실 그것 때문에 음악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해도 됩니다. 내가 만들 때 느꼈던 것을 팬들도 들으면서 똑같이 전율을 느낄 때, 그 기분이 가장 좋아요.”
서태지는 새로 선보인 음악을 ‘네이처 파운드’라고 이름 붙였다. 이에 대해 “아름답고 신비한 멜로디를 만들고 싶었다”며 “네이처는 아시듯 자연이고, 파운드는 쪼개다·리듬이란 뜻이므로 지금까지 만든 음악 중 가장 쪼개져 있는 음악으로 자연을 두드리는 것 같은 심장박동 소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실이데아>나 <컴백홈> <발해를 꿈꾸며> 등 이전 노래들보다 사회적 메시지가 약해진 것 같다는 질문에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 선보일 후속곡들에서 나름대로 메시지를 던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4년 만의 컴백, 문화 대통령 같은 거창한 수식에 예전에는 부담을 많이 느꼈는데 이젠 담담해진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었나 ….”
데뷔 때와 모습에 큰 차이가 없다는 말에 서태지는 “아무 비결이 없다”며 “계속 흥겹게 음악을 해 와서 아닐까” 하고 웃었다. “예전엔 제가 십대의 우상이었는데 지금 십대들이 저를 모른다는 게 신기해요. 나이 먹는데 제가 파악을 못하고 있어서 그런지.”(웃음)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서태지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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