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청년문화의 주역이었던 밴드 데블스. 리더 김명길(맨앞)이 다시 결성했다, 뒤 왼쪽에서부터 하세가와 요헤이, 정중엽, 정두진, 강경남, 장인근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고고 클럽의 독무대 ‘데블스’
헤비메탈 대표주자 ‘백두산’
나란히 재결성·가을께 음반
헤비메탈 대표주자 ‘백두산’
나란히 재결성·가을께 음반
1970년대와 80년대를 대표하는 추억의 록 밴드, 데블스와 백두산이 돌아왔다. 70년대 밤무대를 주름잡았던 그룹 ‘데블스’, 그리고 80년대 헤비메탈의 대명사인 백두산 모두 올해 전격 재결성해 이번 여름 록 페스티벌에서 귀환을 알렸다.
■ 파격 퍼포먼스의 원조, 데블스 <그리운 건 너>로 히트한 6인조 그룹 데블스는 70년대 ‘고고 클럽’을 주름잡았던 밤무대 스타다. 당시 ‘고고 클럽’은 통금에 갇혔던 젊음의 해방구였다. 나이트클럽과 달리 밴드가 나와 생음악을 연주했는데, 통금 때문에 새벽 4시까지 문을 닫아 걸고 연주를 이어갔다.
고고 클럽 붐을 타고 양산된 수많은 그룹 가운데 데블스는 독특한 퍼포먼스로 단연 돋보였다. 잠옷이나 무도복, 망토 복장을 하는가 하면 맨발로 무대를 누비며 기타를 뒤로 둘러메고 연주하는 등의 무대 매너로 인기 높았다. 작곡과 편곡을 도맡았던 리더 김명길은 당시를 회상하며 “김태화가 있던 ‘라스트 찬스’도 우리 퍼포먼스를 따라 하고 그랬다”고 웃었다.
데블스는 이은하의 세션으로도 활동하며 인기를 이어나갔다. 이은하의 <밤차>나 <아리송해>, 혹은 정난이의 <제7광구> 등이 당시 김명길이 편곡하거나 지은 곡들이다. 데블스를 소재로 하는 조승우 주연의 영화 <고고70>도 곧 개봉할 예정이다.
데블스의 부활은 2년 넘게 걸린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데블스의 음반을 복각한 비트볼뮤직 이봉수 대표가 데블스의 부활을 제안하면서 추진됐다. 원년 멤버들의 나이가 지긋해 작곡과 보컬을 맡은 김명길씨 외에는 현역 뮤지션들로 섭외했다. 최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대한민국 그룹사운드의 원조임을 보여준 데 이어 가을 새 음반으로 새로운 데블스의 음반을 선보일 예정이다.
■ 백두산, 꼭 20년 만에 돌아오다 시나위, 부활과 함께 80년대 3대 록 그룹으로 꼽혔던 백두산이 다시 뭉쳤다. 보컬 유현상, 기타리스트 김도균, 베이시스트 김창식 원년멤버에 ‘위대한 탄생’ 출신의 드러머 이건태가 가세했다. 돌아온 백두산은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동두천 록 페스티벌’을 앞두고 일주일에 5일을 연습실에서 보내는 중이다. 한창 연습 중인 이들은 사진기 앞에선 “일단 배를 가려야 돼”(김창식)라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공연 리허설을 시작하자 <업 인 더 스카이>부터 <우리가 대한민국이다>까지 40여분 동안 격정적인 연주를 펼쳐 보이는 모습에선 나이를 따질 수가 없었다.
“전부터 록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지금이 멤버들의 의지와 열정이 모두 성숙한 시기라고 판단했습니다.” 국내 헤비메탈 보컬의 대명사로 깊이 각인된 유현상은 91년 아시아 수영스타 최윤희와의 결혼 뒤론 트로트 대중가수로 살아왔다. 로커로 돌아온 것에 대해 그는 “음악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음악계, 그중에서도 록이 침체된 상황에서 새 음반을 내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김도균은 “상업성만 바라보는 음반들이 판치지만, 예술은 그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새 음반 <우리가 대한민국이다>(가칭)를 통해 나라가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대화 속에서 풀어나가며 신나는 나라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두천 록 페스티벌 공연(17일)이 끝나면 대학로에서 22일과 23일 사전 음반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가을께 음반을 내고 전국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들어보시면 예전 백두산과 달라진 성숙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멤버 각자가 각 분야에서 도를 닦아 돌아왔으니까요.”(웃음) (유현상)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20년 만에 돌아온 80년대 한국 헤비메탈의 대표그룹 백두산. 왼쪽부터 이건태, 김창식, 김도균, 유현상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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