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윤이상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번에는 서울뿐 아니라, 춘천·전주·통영 등 전국 네 도시에서 차례로 윤이상(사진)의 음악이 울려퍼질 예정이다. 윤이상이 세상을 떠난 지 10주년이었던 2005년, 윤이상평화재단이 출범하면서 시작된 추모 음악회는 매년 윤이상이 태어난 날인 9월17일부터 숨진 날인 11월3일 사이에 ‘윤이상 평화음악축전’ 등으로 이어져 왔다.
올해 주제는 ‘표상’이다. 장용철 윤이상평화재단 상임이사는 지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정신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잇고 경계를 허무는 소통의 정신”이라며 “그러한 삶과 예술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표상”이라고 주제를 설명했다.
특히 윤이상평화재단은 이번 축제를 통해 그동안 정치적 이슈로 더욱 주목받아 온 음악가 윤이상의 삶을 음악적으로 제대로 조명해보려고 한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윤이상 선생의 딸 윤정씨는 “해마다 윤이상 페스티벌이 개최됐지만, 정치적 이유에 가려 음악가로서의 업적은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이번 축제가 아버지의 음악을 널리 알리고, 한 걸음 나아가 한국 음악가들이 세계로 진출하는 발판이 된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주곡 또한 가장 ‘대중적’인 곡들로 선정됐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브람스의 <비극적 서곡>을 시작으로, 윤이상의 곡 중 현대음악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에 이어 <광주여 영원히>가 이어진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며, 첼리스트 고봉인씨가 협연한다. 지휘를 맡은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음악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이유로 다른 의미의 대중성을 가졌던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이번엔 연주로 직접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윤이상 페스티벌은 17일 저녁 8시 서울 예술의 전당을 시작으로 춘천 문화예술회관(19일 저녁 7시30분), 전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20일 저녁 7시30분), 통영 시민문화회관(21일 오후 5시)에서 차례로 개최된다. 1만~7만원. (02)723-0364.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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