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안치환
‘정호승 시’로 음반 내놓는 안치환
김남주 헌정음반 이어 두 번째
시월엔 숲속 가족 콘서트 준비
김남주 헌정음반 이어 두 번째
시월엔 숲속 가족 콘서트 준비
시를 노래로 만들고 부르는 가수들은 많지만, 안치환만큼 시의 맛을 살려내는 이는 흔치 않다. 김남주부터 류시화, 나희덕, 신동엽, 황지우, 도종환 등의 수많은 시들을 노래로 품어온 그가 이번엔 정호승 시인의 시로 채워진 기획음반을 내놓는다. <안치환 9.5집, 정호승을 노래하다>의 발표를 앞두고 10월4일 ‘숲속 콘서트’를 여는 그를 만났다.
다음달 선보일 새 음반은 정호승의 시로 만든 열네 곡을 담았다. 다섯 곡은 자신이 직접 만들었고, 9곡은 다른 가수들이 이미 불렀던 노래들이다. 시 자체가 이미 한 곡의 노래 같지 않느냐는 말에, 그는 “그래서 시로 노래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받았다. 시의 문학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노래라는 새로운 장르로 탈바꿈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이런 기획음반은, 2000년 김남주 시인을 위한 헌정음반 <리멤버>에 이어 두번째다. “김남주 시인이 전사라면, 정호승 시인은 인간애를 노래한다. 격정과 서정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호승의 시는 같은 시대이면서도 소외되고 낮은, 쓸쓸한 시선을 갖고 있다. 시대를 관통해 온 내 마음의 흐름을 대표하는 두 분이었기에 두번째 음반을 헌사할 분은 정호승 시인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는 “기다림, 그리움, 외로움이 가득 넘치는 서정적 포크록이 될 것”이라며 “정호승 시인의 시 낭송도 넣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풍경 달다>는 시가 담고 있는 그리움과 쓸쓸함을 유장한 가락으로 풀어낸 곡이다. “운주사 와불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 처마 끝에 풍경 달고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는 가사 속에 섞여드는 아쟁 소리가 은은하다. 그의 연습실 바깥에도 풍경 두 개가 걸려 있었다. “풍경소리는 바람소리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음악”이라는 그의 말 뒤로 노랫속 풍경이 딸랑거렸다.
10월4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관광단지 야외극장에서 여는 ‘안치환과 자유 콘서트’(02-567-0043)에선 <풍경 달다> <고래를 위하여>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등 새 음반에 들어갈 곡들을 일부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콘서트는 특히 ‘가족 콘서트’ 콘셉트로 진행된다. “어린아이까지 온 가족이 함께 참석할 수 있는 야외 공연은 실내 공연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내 팬들이 이제 아이들을 가진 어른이 됐잖나. 노래할 때 보면 아이들은 앞에 나와서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는데, ‘너네 아빠가 찍어 오라고 시켰니?’ 하고 물어보고 싶어진다(웃음).” 그는 “한 세대의 팬이 두 세대로 분화하는 걸 보고 있다. 내 음악이 그런 분위기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안치환은 지난 5월부터 촛불시위를 겪으며 “여러 세대가 같이하는 시위에 개인적으로도 큰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젊은 친구들의 밝고 기발함, 즐기는 문화 등 새로운 저항문화가 처음엔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너무 엄숙한 문화에만 익숙하다 보니…. 부정의한 것과 대결할 때는 결국 극단적 부딪침이 없으면 해결나는 부분이 없기에 회의적인 예상을 했었지만, 결론적인 내 생각은 노랫말로 남았다.”
촛불집회에 함께하며 만든 새 노래 <삶이여, 감사합니다>는 “386세대의 아들딸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그의 마음을 보여주는 곡이다.(‘젊은 벗들이여, 감사합니다. 새롭고 당당한 그대들의 행진 그대의 노래는 나의 노래 그대가 추는 춤은 우리들의 춤 그대들을 우리 곁에 두신 삶이여, 오! 삶이여 감사합니다.’)
“사실 (가수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욕심을 버리는 것, 하지만 자신의 세대와 끊임없이 함께하면서 나이에 따라 깊어지고 또 넓어지다 보면 음악적 완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넘는 히트곡을 내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며 웃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사실 (가수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욕심을 버리는 것, 하지만 자신의 세대와 끊임없이 함께하면서 나이에 따라 깊어지고 또 넓어지다 보면 음악적 완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넘는 히트곡을 내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며 웃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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