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훈(한겨레)
현역기자 4명 사진전, 30일까지
경력을 합하면 100년에 이르는 신문사 현역 사진기자 네 명이 함께 사진전시를 연다. 1980년대에 언론 현장에 뛰어들어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지켜봤으며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셔터를 눌러온 베테랑들이다.
조용철(중앙일보), 김선규(문화일보), 우철훈(경향신문), 강재훈(한겨레)이 그 주인공으로,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법련사 전시실에서 ‘취만부동’이란 이름의 전시회를 마련했다.
한 달 동안 7000㎞에 걸친 고선지 루트 취재에 참여했고(조용철), 무장탈영범의 최후와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목격했고(김선규), 밤을 꼬박 지새우며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을 지켰으며(우철훈), 북한 기관원들의 추적을 받으면서 시베리아 벌목공의 현장을 찾아 헤맸던(강재훈) 이 사진기자들이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들은 뜻밖에도 치열한 보도 현장의 기록이 아니라 여유로운 세상에서 발견한 깊은 생각과 긴 호흡의 사진들이다.
조용철은 여러 나라의 하늘에서 발견한 구름사진을 걸었다. 하늘나라로 먼저 간 아들을 생각하며 하늘을 자주 보게 되었고 구름을 사랑하게 되었으며 본인의 존재 또한 한 조각 뜬구름인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울산, 항저우, 키르기스스탄에서 찍은 구름사진을 보다 보면 눈이 시린다.
김선규는 전북 고창 선운산 자락의 낡은 집 아궁이에서 만난 여든 넘은 노부부의 정담을 포함한 10장의 사진 ‘동행’을 냈다. 인생은 고행의 바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희로애락을 같이하는 동행이 있어 험난한 여정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뜻한 그의 사진에선 자연의 길과 인생의 길이 보인다.
우철훈은 ‘제주 올레길’을 전시한다. “좁은 신문 공간에 사진을 넣을 궁리를 20년 하다 보니 사진에서 여백이 점점 더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신문사의 바쁜 일정에서 벗어나 삶의 여백을 찾아 제주 올레길을 걸어봤다고 한다. 신문 지면에선 잘 받아주지 않을 여유로운 사진들이 주를 이룬다.
강재훈은 30년 전 해인사에서 성철 큰스님이 건네준 화두를 아직 잊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연꽃을 프레임에 담은 ‘염화미소’를 소개한다. “내가 연꽃인지 연꽃이 나인지 묻고 되물으며 어느 날 염화시중의 미소처럼 답을 얻고 싶다”고 밝혔다. 연꽃이 떠 있는 못의 물처럼 사진이 잔잔하다.
네 명의 사진들은 거의 대부분 미공개작이다. 오늘 찍어 오늘 마감하는 것을 목숨으로 생각하던 사진기자들이 길게는 찍은 지 10년 만에 지각 마감하는 사진들은 사건, 사고 현장의 사진들 못지않게 볼만하다. 신문에 실리는 사진만 뉴스사진이 아니라 블로그, 전시회, 트위터에 올리는 사진도 뉴스가 될 수 있는 시대란 것을 생각하면 이들이 전시회장에 마감한 사진이 다르게 보인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김선규(문화일보)
우철훈(경향신문)
조용철(중앙일보)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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