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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지중해 유리가 빚은 ‘2천살 청년’의 얼굴

등록 2012-12-13 20:22

‘유리, 삼천년의 이야기’ 전에 나온 주요 유리공예품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3~4세기 동지중해 연안의 얼굴모양 병과 기원전 3세기~기원후 1세기의 동지중해 연안, 이집트의 모자이크 구슬, 5~7세기 이란의 원형 커트 장식 사발, 4세기 동지중해 연안의 등잔(램프).
‘유리, 삼천년의 이야기’ 전에 나온 주요 유리공예품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3~4세기 동지중해 연안의 얼굴모양 병과 기원전 3세기~기원후 1세기의 동지중해 연안, 이집트의 모자이크 구슬, 5~7세기 이란의 원형 커트 장식 사발, 4세기 동지중해 연안의 등잔(램프).
중앙박물관 유리공예전
청춘이 영생한다면 혹 이런 모습일까. 2000여년 전 이집트 청년의 유리 얼굴이 푸르게 빛을 뿜었다. 명쾌한 눈매와 다문 입, 미래에 대한 확신과 자존감을 담은 얼굴이다. 기원전 3세기부터 지중해 일대에서 만들어진 유리 구슬·모자이크판 속 얼굴에는 애수 어린 표정들이 많다. 유리 얼굴을 만든 사람들, 그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2000년 전 유리 얼굴과 공예품에 서린 장인들의 마음과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지난달 말 시작한 국립중앙박물관(중박)의 특별전 ‘유리, 삼천년의 이야기’ 전시장이다. 4000여년 역사를 지닌 서아시아 지중해 유리공예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일본 히라야마 이쿠오 실크로드 미술관이 소장한 메소포타미아·지중해의 옛 유리공예품들이 나왔다.

유리는 고대 하이테크 기술의 정수다. 심지에 녹은 유리를 감아올리거나, 틀에 떠서 형상을 빚는 주조 기법에서, 기원전 1세기 길쭉한 대롱을 불어 갖가지 형태를 빚는 기법이 고안되면서 대량생산과 디자인 혁신이 가능해졌다. 메소포타미아에서 비롯된 유리의 태동부터 그리스·로마의 기법적 변주, 사산조의 커팅 글라스, 이슬람의 에나멜 금박 기법 등으로 이어지는 유리공예술의 변화에 따라 동선이 이어진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영험이 녹아들어간 산물로, 고대 근동인들은 악귀를 쫓는 상징물로 유리를 아꼈다. 고대인들이 느꼈을 법한 이런 신비감이 유리병 아래 장착된 첨단 엘이디 조명을 받아 연출된다. 창백하게 빛나는 청색 안료 라피스줄리를 씌운 잔과 병, 표면을 각진 무늬로 엄정하게 다듬질한 사산조시대 커팅 세공그릇의 단단한 자태 등이 눈에 들어온다. 삼각뿔 모양으로 내걸린 4세기께 지중해 장인의 유리 등잔은 로마시대의 공회당이나 교회당 안을 빛의 은총으로 밝혔을 것이다. 과일을 수북히 담았을 로마시대의 풍만하고도 투명한 유리그릇에서는 중국 당나라 시인 왕유가 “밝음을 품었지만, 안에는 숨김이 없네”라고 노래했던 유리의 맑고 관능적인 미학을 새삼 느껴볼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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