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영(31) 큐레이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전 기획 정다영씨
기증품 2만점 2년 연구·분류
“자료 통해 작가 철학·사상 표현” 9월22일까지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전은 여러 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건축가 고 정기용(1945~2011)이 남긴 자료들을 모은 이 아카이브전은 우선 국립현대미술관이 건축을 독립된 장르로 다루기로 하고 전용 전시공간을 마련해 처음으로 내놓은 전시이고, 건축계로선 ‘건축 아카이브’를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선보이는 첫 전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국내 첫 ‘건축 전문 큐레이터’가 기획한 건축 전시란 의미가 있다. 미술관 쪽이 처음으로 건축 큐레이터로 영입해 이 전시를 준비한 이가 정다영(31·사진) 큐레이터다. 건축 전문 잡지 <공간> 기자로 일하다가 미술관에 들어간 정 큐레이터는 정기용이 기증한 2만여점의 자료를 2년 넘게 분류·연구해 2000점을 추려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그런 수고 덕분에 건축계에선 전시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는 중이다. 최초의 건축 큐레이터로서 그는 이번 전시를 어떻게 준비하고 기획했을까? 그는 ‘자료를 통해 건축을 알게 되는’ 전시로 기획했다고 했다. 정기용 건축가가 남긴 그림과 도면, 글, 모형 등의 1차 자료를 중심으로 하여, 전시된 자료들이 마치 길처럼 공간을 관통하기도 하면서 이어지도록 꾸몄다. “건축 전시는 건축물 자체를 미술관으로 들여올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건축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합니다. 보통 컴퓨터그래픽이나 패널 등으로 건축을 설명하는데, 이런 자료들은 실제 작품인 건축물과는 괴리가 있고 가공된 점이 많습니다. 최대한 작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자료들 위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아 사진도 최대한 배제하고 드로잉 등 직접 그린 것들을 중심으로 했습니다.” 그는 또한 정기용 건축가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정 선생님은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셨고,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료도 많습니다. 건축을 넘어 도시라는 공간을 중시했던 고인의 철학과 사상에 대한 자료들을 최대한 많이 포함시켰어요.” 고인이 프랑스 유학 시절 많은 영향을 받은 ‘68혁명’과의 연결고리, 그리고 도시 문제에 대해 남긴 자료들이 상당하다. 처음 열리는 건축 아카이브전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2만여점 자료를 보는 데만 1년이 걸렸고, 전문가 위원들과 수많은 회의를 거쳤다. 전시 이후의 연구를 위한 준비 작업도 병행해야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최근 건축 큐레이터를 1명 더 뽑았고, 아카이브 연구는 별도의 팀을 구성하면서 정 큐레이터는 두번째 건축 아카이브전인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1937~2011, 한국 이름 유동룡) 전시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타미 준 역시 정기용처럼 한국 건축계에선 유명하면서도 비주류에 가까웠던 인물이어서 그에 대한 재평가를 하는 의미가 크다. “한국에서 건축 아카이브의 중요성 자체를 건축계가 인식한 것이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이번 전시가 아직은 낯설 수도 있겠지만, 관객들이 각자 정기용이란 건축가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시면 좋겠어요. 자료 하나하나는 보잘것없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런 자료들이 모여 정기용이란 건축가의 역사가 되고 나아가 한국 건축의 역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 구본준 기자,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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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통해 작가 철학·사상 표현” 9월22일까지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전은 여러 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건축가 고 정기용(1945~2011)이 남긴 자료들을 모은 이 아카이브전은 우선 국립현대미술관이 건축을 독립된 장르로 다루기로 하고 전용 전시공간을 마련해 처음으로 내놓은 전시이고, 건축계로선 ‘건축 아카이브’를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선보이는 첫 전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국내 첫 ‘건축 전문 큐레이터’가 기획한 건축 전시란 의미가 있다. 미술관 쪽이 처음으로 건축 큐레이터로 영입해 이 전시를 준비한 이가 정다영(31·사진) 큐레이터다. 건축 전문 잡지 <공간> 기자로 일하다가 미술관에 들어간 정 큐레이터는 정기용이 기증한 2만여점의 자료를 2년 넘게 분류·연구해 2000점을 추려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그런 수고 덕분에 건축계에선 전시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는 중이다. 최초의 건축 큐레이터로서 그는 이번 전시를 어떻게 준비하고 기획했을까? 그는 ‘자료를 통해 건축을 알게 되는’ 전시로 기획했다고 했다. 정기용 건축가가 남긴 그림과 도면, 글, 모형 등의 1차 자료를 중심으로 하여, 전시된 자료들이 마치 길처럼 공간을 관통하기도 하면서 이어지도록 꾸몄다. “건축 전시는 건축물 자체를 미술관으로 들여올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건축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합니다. 보통 컴퓨터그래픽이나 패널 등으로 건축을 설명하는데, 이런 자료들은 실제 작품인 건축물과는 괴리가 있고 가공된 점이 많습니다. 최대한 작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자료들 위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아 사진도 최대한 배제하고 드로잉 등 직접 그린 것들을 중심으로 했습니다.” 그는 또한 정기용 건축가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정 선생님은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셨고,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료도 많습니다. 건축을 넘어 도시라는 공간을 중시했던 고인의 철학과 사상에 대한 자료들을 최대한 많이 포함시켰어요.” 고인이 프랑스 유학 시절 많은 영향을 받은 ‘68혁명’과의 연결고리, 그리고 도시 문제에 대해 남긴 자료들이 상당하다. 처음 열리는 건축 아카이브전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2만여점 자료를 보는 데만 1년이 걸렸고, 전문가 위원들과 수많은 회의를 거쳤다. 전시 이후의 연구를 위한 준비 작업도 병행해야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최근 건축 큐레이터를 1명 더 뽑았고, 아카이브 연구는 별도의 팀을 구성하면서 정 큐레이터는 두번째 건축 아카이브전인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1937~2011, 한국 이름 유동룡) 전시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타미 준 역시 정기용처럼 한국 건축계에선 유명하면서도 비주류에 가까웠던 인물이어서 그에 대한 재평가를 하는 의미가 크다. “한국에서 건축 아카이브의 중요성 자체를 건축계가 인식한 것이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이번 전시가 아직은 낯설 수도 있겠지만, 관객들이 각자 정기용이란 건축가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시면 좋겠어요. 자료 하나하나는 보잘것없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런 자료들이 모여 정기용이란 건축가의 역사가 되고 나아가 한국 건축의 역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 구본준 기자,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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