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정명훈(가운데 앉은 이)씨가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 베토벤 ‘삼중협주곡’
음악감독 취임 뒤 첫 1인2역
피아노 쉴 때는 팔 들어올려
연주땐 고개짓으로 단원 리드
잘 정돈된 현악 파트 비해
목관 연주 활기 떨어져
음악감독 취임 뒤 첫 1인2역
피아노 쉴 때는 팔 들어올려
연주땐 고개짓으로 단원 리드
잘 정돈된 현악 파트 비해
목관 연주 활기 떨어져
15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덮개를 떼어 낸 콘서트용 그랜드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와 마주 놓였다. 무대로 나온 지휘자 정명훈(60·서울시향 음악감독)씨는 포디엄(지휘대)에 올라서는 대신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 양쪽으로는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37·서울시향 악장 및 파리음악원 교수)와 첼리스트 송영훈(39·경희대 음대 교수)씨가 자리했다.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 연주가 시작되자 정명훈씨는 피아노 협연자와 지휘자의 1인2역을 노련하게 소화했다. 피아노 부분이 쉴 때는 앉은 채로 팔을 들어올려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을 지휘했고, 피아노가 등장할 때는 손가락으로 건반을 두드리면서 눈빛과 고갯짓으로 단원들을 이끌었다. 그는 피아니스트로서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모습이었다. 안정된 시선으로 곡 전체를 조망하면서 단단하고 입체감 있는 소리를 빚어냈다. 지난 1월25일 허리 통증 악화로 바그너 작품 연주회를 취소한 지 50일 만에 청중 앞에 선 그에게서 예전의 활기가 느껴졌다.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은 하나의 악기가 협연하는 일반적인 협주곡과 달리 세 개의 악기(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협연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협주곡이면서도 마치 피아노 삼중주처럼 실내악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협연자들끼리의 앙상블이 매우 중요하다. 서울시향의 지휘자와 악장, 단골 협연자인 세 사람은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줬다. 악기들이 돌림노래를 주고받다가 오케스트라 합주(투티)에 바통을 넘기는 3악장에서 ‘바이올린과 첼로가 좀더 적극성을 발휘해 쫀득한 긴장감을 유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으나 전체적으로 좋은 연주였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말 다음 시즌 프로그램이 공개되면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정명훈씨가 피아노 협연과 지휘를 동시에 한 것은 2006년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뒤로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서울시향은 예정된 15일 공연 관람권이 일찌감치 동나자, 같은 연주회를 하루 전인 14일에도 한 번 더 했다.
다니엘 바렌보임(71),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76), 미하일 플레트네프(56) 등 피아니스트 출신 지휘자가 협연과 지휘의 1인2역을 하는 일은 이따금 있었다.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도 자신이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같은 곡을 지휘하곤 했다. 보통은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등 비교적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작고 독주와 합주가 번갈아 등장해 피아노 독주를 쉬는 부분이 충분한 곡일 때 이런 형태의 연주가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김대진(51·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수원시향 상임지휘자의 연주 외에 실제로 경험할 기회가 드물었다.
2부에 이어진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은 지난 2월 잇달아 내한했던 시카고 심포니(로린 마젤 지휘), 런던 심포니(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지휘)가 연주했던 곡으로, 이 연주들을 관람했던 음악 팬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연주 스타일을 비교하게 될 법했다. 서울시향 역시 여러 차례 연주했던 곡이기에 편안하게 음악을 풀어나갔다. 현악 파트는 늘 그렇듯 유려하고 잘 정돈돼 있었다. 팀파니 수석 아드리앵 페뤼숑(30)은 지휘자 정명훈씨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 긴장감이 고조됐다 해소되는 지점을 날카롭고 정확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플루트, 클라리넷 등 목관 악기들은 평소에 비해 침체해 있었다. 특히 목관 악기의 역할이 큰 1악장과 3악장에서 생기가 부족하고 힘 있게 뻗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향이 이제 여느 유명 외국 악단 못지않은 높은 수준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청중의 기대치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복 없이 연주의 질을 유지하는 것 또한 서울시향의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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