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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눈빛 지휘’

등록 2013-03-17 20:12수정 2013-03-17 22:51

지휘자 정명훈(가운데 앉은 이)씨가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지휘자 정명훈(가운데 앉은 이)씨가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 베토벤 ‘삼중협주곡’

음악감독 취임 뒤 첫 1인2역
피아노 쉴 때는 팔 들어올려
연주땐 고개짓으로 단원 리드

잘 정돈된 현악 파트 비해
목관 연주 활기 떨어져
15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덮개를 떼어 낸 콘서트용 그랜드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와 마주 놓였다. 무대로 나온 지휘자 정명훈(60·서울시향 음악감독)씨는 포디엄(지휘대)에 올라서는 대신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 양쪽으로는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37·서울시향 악장 및 파리음악원 교수)와 첼리스트 송영훈(39·경희대 음대 교수)씨가 자리했다.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 연주가 시작되자 정명훈씨는 피아노 협연자와 지휘자의 1인2역을 노련하게 소화했다. 피아노 부분이 쉴 때는 앉은 채로 팔을 들어올려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을 지휘했고, 피아노가 등장할 때는 손가락으로 건반을 두드리면서 눈빛과 고갯짓으로 단원들을 이끌었다. 그는 피아니스트로서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모습이었다. 안정된 시선으로 곡 전체를 조망하면서 단단하고 입체감 있는 소리를 빚어냈다. 지난 1월25일 허리 통증 악화로 바그너 작품 연주회를 취소한 지 50일 만에 청중 앞에 선 그에게서 예전의 활기가 느껴졌다.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은 하나의 악기가 협연하는 일반적인 협주곡과 달리 세 개의 악기(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협연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협주곡이면서도 마치 피아노 삼중주처럼 실내악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협연자들끼리의 앙상블이 매우 중요하다. 서울시향의 지휘자와 악장, 단골 협연자인 세 사람은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줬다. 악기들이 돌림노래를 주고받다가 오케스트라 합주(투티)에 바통을 넘기는 3악장에서 ‘바이올린과 첼로가 좀더 적극성을 발휘해 쫀득한 긴장감을 유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으나 전체적으로 좋은 연주였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말 다음 시즌 프로그램이 공개되면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정명훈씨가 피아노 협연과 지휘를 동시에 한 것은 2006년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뒤로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서울시향은 예정된 15일 공연 관람권이 일찌감치 동나자, 같은 연주회를 하루 전인 14일에도 한 번 더 했다.

다니엘 바렌보임(71),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76), 미하일 플레트네프(56) 등 피아니스트 출신 지휘자가 협연과 지휘의 1인2역을 하는 일은 이따금 있었다.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도 자신이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같은 곡을 지휘하곤 했다. 보통은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등 비교적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작고 독주와 합주가 번갈아 등장해 피아노 독주를 쉬는 부분이 충분한 곡일 때 이런 형태의 연주가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김대진(51·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수원시향 상임지휘자의 연주 외에 실제로 경험할 기회가 드물었다.

2부에 이어진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은 지난 2월 잇달아 내한했던 시카고 심포니(로린 마젤 지휘), 런던 심포니(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지휘)가 연주했던 곡으로, 이 연주들을 관람했던 음악 팬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연주 스타일을 비교하게 될 법했다. 서울시향 역시 여러 차례 연주했던 곡이기에 편안하게 음악을 풀어나갔다. 현악 파트는 늘 그렇듯 유려하고 잘 정돈돼 있었다. 팀파니 수석 아드리앵 페뤼숑(30)은 지휘자 정명훈씨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 긴장감이 고조됐다 해소되는 지점을 날카롭고 정확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플루트, 클라리넷 등 목관 악기들은 평소에 비해 침체해 있었다. 특히 목관 악기의 역할이 큰 1악장과 3악장에서 생기가 부족하고 힘 있게 뻗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향이 이제 여느 유명 외국 악단 못지않은 높은 수준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청중의 기대치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복 없이 연주의 질을 유지하는 것 또한 서울시향의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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