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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황금만능 꾸짖는 ‘청담동 처용가’

등록 2013-06-04 19:57수정 2013-06-05 11:58

오페라 <처용>
오페라 <처용>
신라말 타락사회를 현대로 옮겨
물질만능 빠진 우리사회 오버랩
바그너풍 선율과 입체적 아리아
26년전 창작 오페라 ‘처용’ 넘어
26년 만에 <처용>이 돌아왔다. 국립오페라단이 8~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1987년 초연 이후 창작 오페라 <처용>을 다시 선보인다. 1991년에도 초연작품 그대로 한차례 더 공연했으나, 오늘의 현실에 맞게 작품 전체를 대폭 손질해 무대에 올리는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다.

창작 오페라 <처용>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외국인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1987년 처음 만들어졌다. <삼국유사>에 실린 ‘처용 설화’를 전통 음악과 서양 음악의 기법이 어우러진 구성으로 녹여내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작곡가 이영조(70·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씨가 각 등장인물을 상징하는 음악적 주제가 반복되는 바그너의 ‘유도 동기’(Leitmotiv) 기법을 써 인물의 심리적인 변화를 선명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페라 <처용>의 바탕인 ‘처용 설화’는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통일신라 말 헌강왕(875-886)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동해 용왕의 아들인 처용이 아내를 범한 역신 앞에서 자신이 지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춰 귀신을 물리쳤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을 그대로 이어온 이번 <처용>은 젊은 감각의 연극연출가 양정웅(45·극단 여행자 대표)씨가 연출을 맡아 초연과는 또 다른 처용을 선보인다.

■ 천년 전 처용이 지금 서울을 배회하다 사치와 향락에 빠진 신라 말기를 배금주의가 팽배한 오늘로 옮겼다. <처용> 초연은 연극연출가이자 극작가 김의경(77·현대극장 대표)씨가 신과 인간의 만남이라는 신화적 사건을 통해 ‘인간은 구원받을 수 있는가’라는 묵직한 주제를 형상화했다. 또한 처용과 그의 연인인 기생 가실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2013년 <처용>은 물질만능 사회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강조했다. 고연옥(42) 극작가는 원작 속 천년 전의 인물을 현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오늘의 캐릭터로 빚어냈다. 처용은 갈등하고 고뇌하는 구원자로, 가실은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지고지순한 여인이자 권력의 피해를 받는 소수의 여성으로 태어났다. 또 역신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와 같이 사랑이 아닌 힘의 권력으로 인간의 본성을 유혹하는 갈등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 청담동 거리에서 통일신라를 엿보다 9세기 신라 서라벌 시대가 21세기 서울 청담동과 압구정동으로 이동한다. 원작의 시대적인 배경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 사회의 모습을 투영한 무대와 의상으로 꾸며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오페라 <보체크>,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을 디자인한 무대미술가 임일진(청주대 연극과 교수)씨가 꾸민 ‘황금 감옥’ 무대는 황금을 숭배하다 멸망한 신라 사람들의 모습이 배금주의에 빠진 우리의 자화상과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발레뮤지컬 <심청>과 연극 <벚꽃동산>의 의상 디자이너 김영지(35)씨는 전통적인 문양과 색감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의 서양 드레스와 양복과도 비슷한 의상을 디자인했다.

■ 바그너풍의 선율과 입체적인 아리아의 조화 이영조 작곡가는 남성 합창 위주였던 원작에 ‘거리의 여자들의 노래’를 새롭게 작곡해 균형을 맞췄다. 또 퇴폐와 향락에 빠진 나약한 현대인을 상징하는 가실의 캐릭터를 극명하게 표출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바그너의 극적인 관현악을 연상시키는 무게감 있는 서곡과 남성적 카리스마가 넘치는 웅장한 합창의 선율이 감동을 자아낸다.

처용 역에는 테너 신동원씨, 가실 역은 소프라노 임세경씨, 역신 역에 한국을 대표하는 바리톤 우주호씨가 캐스팅되었다. 이 외 전준한(옥황상제), 오승용(임금), 박경종(노승)씨 등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성악가들이 참여한다. 지휘자 정치용(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씨가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을 이끈다. (02)586-5284.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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