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백조의 노래>의 한 장면.
[문화‘랑’] 문화인
박정자 ‘백조의 노래’
손숙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
박정자 ‘백조의 노래’
손숙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
연기 50년 관록의 두 여배우가 자신의 자서전 같은 연극 무대에 나란히 올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울 동빙고동에 있는 소극장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공연중인 안톤 체호프의 단막극 <백조의 노래>(왼쪽 사진)의 한 장면. 연극이 끝나고 컴컴한 분장실에서 은퇴를 앞둔 69살의 늙은 배우 바실리 바실리치 스비예틀로비도프(박정자 역)가 무대부 스태프인 니키타 이바니치(박상종)에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관객? 관객들이 어디 있어. 그들은 극장문을 나서면 자기들 어릿광대에 대해선 잊어 버리지! 난 아무한테도 필요 없고,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아무도….” 마침내 그는 “지난 생의 50년을 광대, 조롱꾼을 연기하고, 어릿광대 짓을 하며 살아왔다”며 “이제 내 노래는 끝났다”고 흐느낀다.
여배우 박정자(71)씨가 주인공 스베틀로비도프의 심정을 털어놓는 모습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실감난다. 실제로 지난해 그는 1962년 이화여대 연극반 시절 장 밥티스트 라신의 비극 <페드르>로 연극 무대에 선 지 50년을 맞았다.
5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오른쪽)도 올해로 연극 데뷔 50년을 맞은 배우 손숙의 자서전 같은 작품이다.
70살 여배우 김정숙이 올해 연기생활 50년 기념으로 연극 <굿나잇 마더>를 연습하고 공연하면서 지난날 가정불화로 인한 딸, 남편과의 사별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연극이다. 극작가 박춘근씨가 쓰고 연출가 윤정환씨가 만든 이 작품은 무대 위 연극과 무대 뒤 삶이 중첩되는 독특한 극중 극의 형식에 촌철살인의 대사를 음미하는 맛이 쏠쏠하다.
“배우(俳優)를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알아? 배우는 인간도 아니야. 사람 인(人) 변에 아닐 비(非). 그게 배우의 ‘배(俳)’ 자더라. 근데 그 인간도 아닌 것이 인간(人)을 걱정(憂)해. 그게 배우야. 그런데 어떻게 배우가 하는 일이 낙이 되겠어? 인간이 하는 일이 아닌데.”
연극 <백조의 노래>와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는 극중 인물들과 주연 배우들의 나이가 비슷해서 실제와 연기가 구분이 안 되는 것이 묘미다. 또 무대가 곧 인생이었던 배우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두 노배우의 연기와 어우러져 감동으로 다가온다.
2인극 <백조의 노래>는 체홉의 1인극 <담배의 해로움에 관하여>, 3인극 <곰>과 <청혼>, 2인 낭독 연극 <불행>과 함께 ‘14인(人) 체홉’(연출 오경택)이라는 이름으로 7일까지 공연하고, 8월17~22일에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앙코르 공연한다.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는 손숙씨가 중견배우 김원해, 서은경씨와 함께 28일까지 공연한다.
정상영 기자, 사진 연극열전·플래너코리아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 이런 유언 어때요?…“내가 죽으면 제사 지내지 말고 외식해라”
■ ‘대한민국 1%’ 고위공직자, 그들이 재산 불리는 방법
■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깔았던 호피는 어디로 갔을까?
■ [단독] 일 ‘방위백서’ 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
■ [화보] 이집트 군부, 무르시 축출
연극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
■ 이런 유언 어때요?…“내가 죽으면 제사 지내지 말고 외식해라”
■ ‘대한민국 1%’ 고위공직자, 그들이 재산 불리는 방법
■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깔았던 호피는 어디로 갔을까?
■ [단독] 일 ‘방위백서’ 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
■ [화보] 이집트 군부, 무르시 축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