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연희단거리패 ‘욕망이라는…’ 공연
잔혹극 거장 연출에 명품배우 열연
잔혹극 거장 연출에 명품배우 열연
전차는 허영과 욕망에 취한 승객들을 싣고 무서운 속도로 달린다. 기관사도 브레이크도 없이 한없이 가속만 내는 전차의 종착역은 파멸이다.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사진)가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연희단거리패가 지난해 9월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공연한 것을 큰 무대로 옮겼다. 워낙 유명한 고전이지만, 국내 잔혹극의 거장 채윤일(66·극단 쎄실 대표)씨의 연출, 연희단거리패의 간판배우들의 연기, 고풍스런 극장 무대라는 궁합과 잘 맞아떨어지며 한층 더 품격 높은 공연을 빚어냈다. 지난해보다 극중 인물의 심리 묘사가 좀더 촘촘해졌다.
이번 공연은 무엇보다 ‘연극은 배우예술’이라는 연극계의 진리를 확인시킨다. 허영의 덩어리 블랑쉬를 연기한 김소희(43·연희단거리패 대표)씨나 욕망의 화신 스탠리로 변신한 이승헌(41)씨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135분간 명동예술극장 무대를 뜨겁게 달군다. 김소희씨는 가난하고 냉혹한 현실을 외면한 채 과거 좋았던 시절의 환상에 빠져 비참할수록 더 밝은 척, 모든 것을 잃은 후에도 더욱 고고한 척, 가식을 일삼는 여주인공 블랑쉬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또 이승헌씨는 블랑쉬의 가식과 허위에 맞서 그의 추한 과거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스탠리의 잔인함과 욕망을 카리스마 있게 표현했다.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유리동물원>,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와 함께 미국의 극작가인 테네시 윌리엄스(1911~1983)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그의 일생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연되었던 작품이다. 연극은 술과 폭력, 재즈 선율이 넘쳐나는 낡은 항구 도시 뉴올리언스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한 여인이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몰락한 남부 지주의 딸인 블랑쉬 드부아(김소희)는 가난한 노동자의 도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림으로 여동생 스텔라(김하영)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게 된다. 그는 무식하고 가난한 폴란드 노동자 스탠리(이승헌)가 여동생의 남편이라는 사실이 끔찍하고 수치스럽다. 스탠리 또한 블랑쉬의 허영과 가식에 진저리치며 그의 어두운 과거를 캐내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원작 희곡은 1947년 뉴욕 에텔 배리모어 극장 공연 첫날 30분간의 열렬한 박수를 받고 초연으로는 드물게 855회 공연기록을 세웠다. 또 이 작품은 테네시 윌리엄스에게 퓰리처상과 도널드슨상, 그리고 뉴욕 극비평가협회상을 안겨주면서 그를 20세기 최고 극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1951년 비비언 리와 말런 브랜도 주연의 영화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9월1일까지. 1644-2003.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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