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 이순재씨부터 20대 대학 재학생 후배까지, 서울대 동문 극단 ‘관악극회’가 아서 밀러의 작품 <시련>을 무대에 올린다. 연출을 맡은 이순재(왼쪽)씨와 배우로 서는 심양홍(오른쪽 둘째) 등이 16일 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연극센터 대학로 연습실에서 후배들과 함께 연극 연습 중이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관악극회, 연극 ‘시련’ 연습장
70대부터 20대 학생후배까지
직업 다른 서울대극단 동문들
저녁6시 모여 공연준비 비지땀
이순재씨 25년만에 연출 맡아
심양홍 “합숙연습 대학때 떠올라” 연극의 메카 서울 대학로에 있는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연습실 2관. 요즘 밤이 늦도록 불이 환하다. 이곳에선 서울대연극동문회(회장 이순재) 부설 전문극단인 ‘관악극회’가 다음달 5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 무대에 올리는 연극 <시련>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지난해 창단공연 <하얀 중립국>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지난 16일 밤, 연습실 문을 열자 ‘훅~’ 하고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대단했다. 그 열기 속에서 배우 10여명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연습실 한가운데에는 심양홍(69·국문학과 64), 박찬빈(69·독문학과 64), 최종률(67·서양화과 66), 김인수(59·건축과 74)씨와 같이 텔레비전과 연극무대에서 낯익은 중견 배우들, 그리고 이 선배들의 아들 또는 손녀뻘 되는 어린 후배들이 함께 손발을 맞추고 있었다. 연습 무대 맨 앞쪽에는 ‘꽃할배’ 이순재(78·철학과 54)씨가 대본을 들고 배우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평생 연기를 해온 그는 이번에는 배우가 아니라 연출자로 나섰다. 배우들이 대사를 까먹을 때마다 그의 입에선 특유의 꺼칠한 톤으로 “놓치지 말어”라는 가벼운 호통이 터져나온다. 연기가 어색하면 곧바로 “어이~ 잠깐” 하고 무대로 걸어나가 몸소 연기 시범을 보인다. 요즘 인기 높은 방송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보여주고 있는 급한 성미 그대로다. 그럴 때마다 여성 스태프들이 웃음을 참느라 손으로 입을 가리기 일쑤다.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공연 준비에 어려움이 많죠. 저 친구들이 과거 학생 시절 연극반 경험을 되살리고 그것을 다듬어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아요. 또 이 작품이 현대 사실주의 연극을 대표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화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시련>은 6월 하순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서로 바쁘다보니 저녁에만 모인다. 대신 6시께부터 밤 10시 넘어서까지 만만찮은 연습이 이어진다. 한국 연극계의 주요한 산실 중 하나이자, 오랜 역사를 이어온 서울대연극동문회의 전통을 보여주자는 취지인 만큼 나이와 직업과 유명함에 상관없이 단원들은 다시 학창 시절 연극반으로 돌아간 듯 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에 고른 <시련>은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1915~2005)의 대표작으로 2차대전 이후 미국에 불어닥친 ‘매카시즘’ 광풍을 꼬집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연극동문회 왕고참이자 ‘국민 아버지’로 유명한 이순재씨가 25년 만에 연출을 맡은 점이 눈길을 끈다. 그는 “세종대와 가천대에서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두어번 워크숍 공연을 했기 때문에 낯설지 않다”며 “요즘 연극계가 연기보다는 재미에 치우치는데 수준 높은 작품으로 연극을 사랑하는 분들을 다시 불러모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슬쩍 대본을 보니 지문과 대사마다 밑줄과 메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댄포스 부지사 역을 맡은 심양홍씨는 “이순재 선배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학교 다닐 때 부모님 몰래 이불을 가지고 와서 같이 밥 해먹으면서 연극 합숙 연습을 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이 선배 열정이야 대학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매일 놀라게 돼요. 선배가 저렇게 열심이시니 우리가 더 열심히 하게 되죠.” 막내 배우로 참여한 재학생 당가민(22·언론정보학과 10)씨와 황도원(22·응용생물학부 10)씨는 “선배님들이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전혀 권위적이지 않으셔서 편하게 연습하고 많이 배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관악극회는 1947년 서울대 단과대 연극반 연합으로 출발한 서울대연극회가 2011년 만든 전문극단으로, 치대 48학번인 신영균(85)씨부터 10학번 재학생까지 세 세대에 걸친 선후배들이 참여하고 있다. <시련>에는 주부, 교사, 성악가 등 다양한 분야의 동문들도 함께한다. 공연은 9월14일까지. 070-7788-5331.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직업 다른 서울대극단 동문들
저녁6시 모여 공연준비 비지땀
이순재씨 25년만에 연출 맡아
심양홍 “합숙연습 대학때 떠올라” 연극의 메카 서울 대학로에 있는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연습실 2관. 요즘 밤이 늦도록 불이 환하다. 이곳에선 서울대연극동문회(회장 이순재) 부설 전문극단인 ‘관악극회’가 다음달 5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 무대에 올리는 연극 <시련>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지난해 창단공연 <하얀 중립국>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지난 16일 밤, 연습실 문을 열자 ‘훅~’ 하고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대단했다. 그 열기 속에서 배우 10여명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연습실 한가운데에는 심양홍(69·국문학과 64), 박찬빈(69·독문학과 64), 최종률(67·서양화과 66), 김인수(59·건축과 74)씨와 같이 텔레비전과 연극무대에서 낯익은 중견 배우들, 그리고 이 선배들의 아들 또는 손녀뻘 되는 어린 후배들이 함께 손발을 맞추고 있었다. 연습 무대 맨 앞쪽에는 ‘꽃할배’ 이순재(78·철학과 54)씨가 대본을 들고 배우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평생 연기를 해온 그는 이번에는 배우가 아니라 연출자로 나섰다. 배우들이 대사를 까먹을 때마다 그의 입에선 특유의 꺼칠한 톤으로 “놓치지 말어”라는 가벼운 호통이 터져나온다. 연기가 어색하면 곧바로 “어이~ 잠깐” 하고 무대로 걸어나가 몸소 연기 시범을 보인다. 요즘 인기 높은 방송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보여주고 있는 급한 성미 그대로다. 그럴 때마다 여성 스태프들이 웃음을 참느라 손으로 입을 가리기 일쑤다.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공연 준비에 어려움이 많죠. 저 친구들이 과거 학생 시절 연극반 경험을 되살리고 그것을 다듬어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아요. 또 이 작품이 현대 사실주의 연극을 대표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화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시련>은 6월 하순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서로 바쁘다보니 저녁에만 모인다. 대신 6시께부터 밤 10시 넘어서까지 만만찮은 연습이 이어진다. 한국 연극계의 주요한 산실 중 하나이자, 오랜 역사를 이어온 서울대연극동문회의 전통을 보여주자는 취지인 만큼 나이와 직업과 유명함에 상관없이 단원들은 다시 학창 시절 연극반으로 돌아간 듯 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에 고른 <시련>은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1915~2005)의 대표작으로 2차대전 이후 미국에 불어닥친 ‘매카시즘’ 광풍을 꼬집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연극동문회 왕고참이자 ‘국민 아버지’로 유명한 이순재씨가 25년 만에 연출을 맡은 점이 눈길을 끈다. 그는 “세종대와 가천대에서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두어번 워크숍 공연을 했기 때문에 낯설지 않다”며 “요즘 연극계가 연기보다는 재미에 치우치는데 수준 높은 작품으로 연극을 사랑하는 분들을 다시 불러모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슬쩍 대본을 보니 지문과 대사마다 밑줄과 메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댄포스 부지사 역을 맡은 심양홍씨는 “이순재 선배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학교 다닐 때 부모님 몰래 이불을 가지고 와서 같이 밥 해먹으면서 연극 합숙 연습을 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이 선배 열정이야 대학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매일 놀라게 돼요. 선배가 저렇게 열심이시니 우리가 더 열심히 하게 되죠.” 막내 배우로 참여한 재학생 당가민(22·언론정보학과 10)씨와 황도원(22·응용생물학부 10)씨는 “선배님들이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전혀 권위적이지 않으셔서 편하게 연습하고 많이 배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관악극회는 1947년 서울대 단과대 연극반 연합으로 출발한 서울대연극회가 2011년 만든 전문극단으로, 치대 48학번인 신영균(85)씨부터 10학번 재학생까지 세 세대에 걸친 선후배들이 참여하고 있다. <시련>에는 주부, 교사, 성악가 등 다양한 분야의 동문들도 함께한다. 공연은 9월14일까지. 070-7788-5331.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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