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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가족사에 얽힌 권력의 알리바이 추적”

등록 2013-09-05 19:39수정 2013-09-05 20:24

김재엽씨,  사진 극단 드림플레이 제공
김재엽씨, 사진 극단 드림플레이 제공
[문화‘랑’] 문화인
‘알리바이 연대기’ 연출 김재엽씨
한국 현대사는 거대한 ‘알리바이’로 점철된 연대기일지 모른다. 일제 친일세력부터 전두환 독재정권까지 현대사의 권력자들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려고 ‘현장부재증명’을 남발했다.

연출가 김재엽(40·사진·극단 드림플레이 대표)씨가 자신의 가족사와 맞물려 있는 한국현대사의 알리바이 연대기를 추적해 연극으로 꾸몄다. 3일부터 서울 소격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 무대에 올린 <알리바이 연대기>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한 알리바이가 궁금했어요. 권력이라고 하는 모든 것들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알리바이를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빠지고 하거든요. 우리도 정부를 욕하면서 ‘나는 여기까지 했다’고 알리바이를 찾잖아요. 우리 모두가 알리바이를 계속 꾸며대는 사회 구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나도 이런 연극을 하는 게 나 좋으라고 하지만 사회적인 책임도 좀 필요한 것 같다는 알리바이를 꾸며대고 있는 셈”이라며 웃었다.

그는 재개발지역 철거당국과 시위대의 마찰을 다룬 <여기 사람이 있다>, 촛불집회를 다룬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88만원 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그들도 우리처럼> 등의 작품으로 꾸준히 시대의 민감한 문제를 건드려왔다. 이번 <알리바이 연대기>에선 자신의 아버지 김태용(1930~2004)씨와 두 아들 재진(1964~)·재엽(1973~)씨의 개인사와 가족사에 개입되어 있는 역사의 순간들을 조명했다. 극본을 직접 쓴 김재엽씨는 “지난해 대선을 지켜보다 ‘나의 대통령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아버지와 형, 내가 인생에서 만났던 대통령들에 대한 장면들을 모아 에피소드로 이어볼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아버지 김태용씨는 재일동포로 해방 뒤 귀국해 한국전쟁 때 육군포병학교 장교를 지냈고, 대구에서 한 상업학교 영어 교사로 일생을 보냈다. 재엽씨는 아버지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웃 동네에서 살았고, 5·16쿠데타 전에 장면 총리와 장준하의 <사상계>가 주도한 민관합동의 국토개발 요원으로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아버지가 쿠데타 이후 모교인 경북대 사무국 서기로 공무원 발령을 받았으나 곧 사표를 냈던 사연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연극에서 밝혀진다. “국가 권력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해 내는 거대한 알리바이가 한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동시대의 소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담론으로 확장되었으면 좋겠어요.”

중견배우 남명렬(54)씨를 비롯해 지춘성, 정원조, 이종무, 전국향, 유준원, 유병훈, 백운철씨 등이 출연한다. 15일까지. 1688-5966.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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