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랑’] 문화 콕콕
여성 음역 노래하는 남자…과거엔 거세, 요즘엔 두성 훈련
여성 음역 노래하는 남자…과거엔 거세, 요즘엔 두성 훈련
이달 클래식팬들이 손꼽는 연주회로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46)의 리사이틀이 있습니다. 카운터테너를 잘 모르는 이들도 몇해 전 한 자동차 회사 광고에서 삽입된 숄의 노래 ‘백합처럼 하얀’은 귀에 익숙할 것입니다.
카운터테너는 여성의 고음 음역을 담당하는 테너입니다. 사춘기 이후에 가성을 훈련해 두성을 이용한 ‘팔세토 창법’으로 여성 알토의 음역을 노래합니다. 여성의 부드러움과 남성의 힘이 어울리는 절묘함이 카운터테너의 매력입니다. 영화 <파리넬리>에서 주인공 파리넬리가 귀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 목소리입니다. 이 영화에서 파리넬리는 소년기에 남자의 고환을 제거해 변성기를 거치지 않게 한 ‘카스트라토’였지만, 실제 목소리는 테너와 소프라노 목소리를 컴퓨터로 합성한 것이었습니다.
카운터테너는 16~18세기에 유행한 이 카스트라토를 대신해서 등장했습니다. 중세 교회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린도전서 14장 34절)는 성경 구절을 교조적으로 해석해 여성이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변성기 이전의 사내아이를 거세해 맑은 고음의 보이 소프라노로 노래하게 한 카스트라토가 여성을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교회에서 여성 음역을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바로크 오페라의 주역 가수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렸습니다.
그러다 19세기 들어 카스트라토의 비인간적인 행위가 문제가 되면서 1903년 로마교황청은 카스트라토를 공식 금지시켰습니다. 1902년 리코딩을 남긴 ‘인류 마지막 카스트라토’ 알레산드로 모레스키(1858~1922)를 끝으로 맥이 끊기자 목소리 훈련으로 카스트라토의 세계에 도전하는 성악가들이 나타난 것이 바로 카운터테너입니다. 현재 세계적인 카운터테너로는 독일의 안드레아스 숄과 미국의 데이비드 대니얼스, 일본계 미국 국적의 브라이언 아사와가 ‘빅3’로 꼽힙니다. 국내에선 이동규, 정세훈, 루이스 초이(최경배), 김세진씨 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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