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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산사로 간 예술

등록 2013-10-01 19:40수정 2013-10-01 20:40

가을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간직한 사찰과 예술이 만난다. 해인사 일주문 앞에 들어선 조형물 ‘나 아닌 나’(최평곤 작). 해인아트프로젝트 제공
가을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간직한 사찰과 예술이 만난다. 해인사 일주문 앞에 들어선 조형물 ‘나 아닌 나’(최평곤 작). 해인아트프로젝트 제공
합천 해인사 ‘해인아트프로젝트’
홍류동 계곡부터 사찰 경내까지
국내외 30팀의 작품 70여점 전시

구례 화엄사 ‘화엄음악제’
‘첫번째 빛’ 주제로 19일부터 공연
참여자들 템플스테이 참여할수도
■ 해인사, 미술 전시장이 되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 깃발이 움직이는가, 바람이 움직이는가. 제자들의 다툼을 보고 육조 혜능선사는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깃발도 아닌 그대들의 마음이라 했다. 1100년 전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종찰 해인사에서 마음을 주제로 한 현대 미술제 해인아트프로젝트가 11월10일까지 열린다.

해인사 들머리 홍류동 계곡에서 성보박물관을 거쳐 해인사 경내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작가 30명(팀)의 평면, 입체, 미디어, 설치 작품 70여점이 깔렸다. 워낙 넓은 곳 구석구석에 설치돼 자칫 지나칠 수 있지만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 시선이 갈 법한 곳들에 작품들이 들어갔다. 자연-인공, 전통-현대, 옛것-새것 등이 만나 생기는 파장이 번져나온다.

홍류동 계곡을 따라 설치된 작품은 자연과의 만남. 인도 작가 실파 굽타는 100개의 돌판에 화엄경에서 얻은 글을 새겨 오솔길에 박았다. 흙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데, 발바닥, 손바닥으로 닦으면 ‘믿을 때만 눈앞에 나타나는 영혼의 존재’ ‘배설물 담즙 담 고름 피 땀 지방 눈물 기름 침’ 등의 글귀가 나타난다. 박상희 작가는 자연석 화강암 바위에서 천년 잠을 자는 와불을 깨웠다.

성보박물관과 사찰 경내는 고금의 대비. 박물관 지하 목판보관실에 조소희 작가는 실을 얽어 스멀스멀 피어나는 연기처럼 만든 작품을 선보인다. 절 앞 매점으로 쓰던 육각정에는 ‘김월식과 무늬만 커뮤니티’ 팀이 만든 ‘매점불’이 들어섰다. 108명의 어르신한테서 구입한 폐지로 동굴을 만들고 부처를 모셨다. 일주문 앞에 세워진 최평곤의 대나무 인간이 장승처럼, 미륵처럼 버티고 서 있고, 종각 기둥에는 안상수의 한글주련이 걸렸다. 저녁이면 대적광전 앞 석탑에 뮌의 작품이 투사되는데, 탑의 표면이 이미지로 채워지고 비워지면서 지켜보는 이의 마음도 비워진다.

화엄음악제 2011의 모습. 화엄음악제 제공
화엄음악제 2011의 모습. 화엄음악제 제공

■ 화엄사, 음악 공연장이 되다 단풍이 지리산 자락을 붉게 물들이는 19일부터 전남 구례 화엄사에선 불교문화가 어우러진 ‘화엄음악제’가 열린다. 올해 여덟번째를 맞는 음악제의 주제는 ‘첫 번째 빛’. ‘내 안의 빛’을 가리키며, 우리 모두가 빛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닫는 순간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인도 출신의 영적 지도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1895~1986)의 “스스로 빛이 되어야 한다. 진실은 외부가 아니라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에서 따왔다.

올해 ‘화엄음악제’에는 ‘소리의 생태학자’로 불리며 세계 각국의 민속음악과 악기를 연구하는 독일 음악가 슈테판 미쿠스를 비롯하여 정재일, 카입(이우준), 최고은, 정가악회, 원일이 출연하여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준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소실되어 420년 만에 복원된 화엄사 대범종의 소리를 바탕으로 음악제의 시작과 끝을 제의적으로 열고 닫는 카입과 정재일, 그리고 원일 세 음악가의 특별한 사운드 작업이 눈길을 끈다. 또한 18일 전석 초대로 이뤄지는 전야음악회에서는 국악인 강권순의 가곡이 화엄사의 각황전에서 처음으로 연주된다.

화엄음악제는 2006년 화엄사의 주지 종삼 스님과 순천대 박용범 교수(가수 박치음·전 총감독)의 인연으로 비롯되었다. 해마다 10월 대웅전 앞마당에서 우주의 모든 사물은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는 ‘화엄사상’을 배경으로 지난해까지 ‘화엄국제영성음악제’라는 이름으로 열어왔다. 세계적인 영성음악가들이 모여 전쟁과 기아, 인종갈등의 극복을 통한 개인의 내적 평화와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주로 선보였다. 올해부터 ‘화엄음악제’로 이름을 간소화하고, 화엄사의 새 주지 영관 스님과 총감독을 맡은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 영성음악제의 뜻을 이어간다. 딸림행사로 신청자를 대상으로 19일 오후 1시부터 20일 오전 11시30분까지 ‘템플스테이’도 열린다. www.hwaeom.org. (061)782-7600.

해인사/임종업 기자,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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