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66)씨. 사진 시엠아이 제공
정경화, 아시아투어 나서
한국이 낳은 ‘바이올린의 여제’ 정경화(66·사진)씨가 올해 아시아 투어에 나섰다. 지난봄 일본 4개 도시 순회 연주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18일부터 한국과 중국 투어를 앞두고 있다. 2011년부터 독주회에서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50)와 이번 투어도 함께 한다.
그는 7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첫출발을 하는 마음으로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복귀 이후 3년 동안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아서 아름다운 여름 페스티벌을 3번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하지만 솔로 활동으로는 올해가 첫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대 올라갈 때 항상 처음이자 마지막인 마음으로 연주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기적적으로 기회를 갖는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치명적인 손가락 부상을 겪었던 탓인지 그는 ‘기적’이란 말을 많이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느님이 기적적인 기회를 만들어주셨다. 꿈같은 일이다”라고 하는가 하면 “천생연분만큼 중요한 파트너 케빈 케너와의 만남도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2005년 9월 부상으로 연주를 중단했던 그는 2010년 5월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또 2012년 명동성당에서 4회에 걸쳐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곡> 6곡 전곡 연주 및 전국 순회 연주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현재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 이화여대 음대 석좌교수와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도 눈부신 활동을 하고 있다.
“젊은 날과 비교해서 지금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너무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런데 이 지구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게 ‘프리덤’(자유)이잖아요. 바이올린은 제 열정이고 의무였어요. 저는 거기서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정말 노력했습니다. 손가락 부상을 당하고 모든 것이 없어졌을 때 연주를 접고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했어요. 그런데 다시 기회가 주어졌어요.”
그는 “아직도 제 열정은 펄펄 살아 있다”며 “이제는 그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투어는 18일 베이징 공연을 시작으로 31일 홍콩 공연까지 모두 7개 도시에서 2~3일에 한번꼴로 연주를 한다. 국내에선 이달 12일 울산, 다음달 2일 고양, 8일 서울, 10일 부산, 12일 서울 차례로 순회한다. 베토벤 <소나타 5번 ‘봄’>과 그리그 <소나타 3번>, 포레 <소나타 1번>가 주요 레퍼토리이다.
“연주회에서 오랜 팬들에게 제 속에 있는 영혼을 다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올해는 아시아 투어를 마치고 내년 가을에는 1972년 데뷔했던 런던을 시작으로 유럽 투어를 하려 합니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시엠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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