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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진경화풍 꽃피운 궁중화가 가문들

등록 2013-10-08 19:44수정 2013-10-08 20:24

진경산수 시대에는 그림이 가업이 되어 부자, 형제가 나란히 궁중화가인 화원으로 활동한 사례가 많다. 4살 차이인 김득신, 김석신 형제도 그 가운데 한 사례다. 위 그림은 동생인 김석신의 <담담정>, 아래쪽은 형 김득신의 <송하기승>. 간송미술관 제공
진경산수 시대에는 그림이 가업이 되어 부자, 형제가 나란히 궁중화가인 화원으로 활동한 사례가 많다. 4살 차이인 김득신, 김석신 형제도 그 가운데 한 사례다. 위 그림은 동생인 김석신의 <담담정>, 아래쪽은 형 김득신의 <송하기승>. 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관 ‘진경시대 화원전’

숙종 대부터 정조 대까지 125년
조선 문화의 절정기인 진경시대
궁중화가 21명 작품 80점 전시

신한평-신윤복, 김득신-김석신 등
부자와 형제 화업이은 집안 많아
그림 비교하며 전시 관람도 재미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가을 정기전 ‘진경시대 화원전’이 13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한국 회화사의 진경시대, 곧 숙종(1675~1720) 대부터 정조(1776~1800) 대에 걸친 조선 중후기 125년 동안 궁중에서 활동한 화원화가 21명의 작품 80여점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눈여겨볼 작품으로는 벽은 진재해(1661~1729)를 시작으로 겸재의 진경산수를 따라 배운 불염재 김희겸(1710~1763년께), 겸재와 달리 중국 남종화풍을 고집한 현재 심사정을 모방한 호생관 최북(1712~1786), 겸재의 정밀사생을 본받은 화재 변상벽(1730~?) 등이 꼽힌다. 겸재와 관아재 조영석을 이어받아 진경풍속화의 절정에 이른 단원 김홍도(1745~1806)와 고송유수관 이인문(1745~1824), 한양서울의 바람둥이들을 그린 혜원 신윤복(1758~?), 겸재와 관아재, 현재 화풍을 아울러 독자 진경풍속화풍을 이룩한 긍재 김득신(1754~1822), 초원 김석신(1758~?) 형제들도 빼놓을 수 없다.

‘진경시대’(1675~1800)라는 말이 시대구분 명칭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85년 간송미술관이 열었던 ‘진경시대 특별전’부터다. 그 이후 간송학파에 의해 이론화되어 퍼지면서 이제는 ‘시와 그림을 통해 우리 땅과 우리 피붙이의 풍속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내면의 정신세계까지 묘사한 조선 고유색 문화의 절정기’라는 의미로 정착되었다.

진경시대의 단초는 창강 조속(1595~1668)을 친다. 29살에 인조반정에 참여했던 그는 벼슬을 버리고 명산대천을 돌며 그 느낌을 시와 그림에 녹여 넣었다. 이러한 전통은 삼연 김창흡(1653~1722), 죽천 김진규(1658~1716)를 거쳐 사천 이병연(1671~1716)에 이르러 시가 완성되었고 겸재 정선(1676~1759)에 도달해 산수화가 완결되었다.

진경시대가 열린 데에는 이론적 배경이 있다. 16세기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가 조선 성리학을 새롭게 중흥하면서 두 학자의 이념은 인조반정을 통해 주도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진경시대에 이르러 문화적으로 뿌리를 내린 것이다. 퇴계와 율곡의 사상이 사천 이병연과 겸재 정선에게서 시화로 꽃피고 화원 단원과 혜원에서 절정을 이룬 것이다. 독자적인 사상이 생겨나는 데 200년, 사대부 사이에 실제 적용되는 데 150년, 그림으로 난만히 꽃피는 데 90년이 걸린 셈이다.

진경화풍이 화원들에 의해 절정에 이른 데는 정조의 역할이 크다. 정조는 예조 관할의 도화서 화원 10명을 뽑아 규장각에 파견 근무하는 자비대령화원 제도를 실시했다. 화원들은 창덕궁 안 인정전 옆에 있는 이문원에 상근하면서 왕명으로 만드는 규장각 도서의 그림, 반차도와 같은 궁중행사 기록화, 국왕의 초상화 등을 그렸다. 정조는 이들을 수시로 독대하며 자신의 회화적 이념을 전달하고 시험을 보여 불성실한 자는 파면하고 성적이 우수하면 포상하는 등 직접 관할했다. 이 제도는 고종 18년(1881)까지 100여년간 이어지며 100명이 넘는 화원을 배출했는데, 진경시대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이번 전시는 화원의 그림만을 모은 탓에 사대부와 화원 화가의 그림들과 비교해볼 수는 없다. 대신 김희겸-김후신 부자, 신한평-신윤복 부자, 김득신-김석신 형제, 김득신-김건종 부자 등 화원으로 가업을 이은 집안의 그림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또 김홍도가 그린, 아주 다른 화풍의 금강산 묘길상 풍경 두 점의 차이를 찾아 보면 얘깃거리가 쑬쑬하다. (02)762-0442.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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