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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통영 ‘개’들 대학로에 떴다

등록 2013-12-04 23:46수정 2013-12-05 11:00

<블루 도그스>. 극단 벅수골 제공
<블루 도그스>. 극단 벅수골 제공
통영 유일의 연극단체 ‘벅수골’
17일부터 ‘블루도그스’ 서울 공연
개들의 수다통해 인간사 풍자
경남 통영의 중앙전통시장은 조선시대 삼도수군 통제영 본영과 400여년 역사를 함께한 이 고장의 명소이다. 사시사철 바닷냄새가 가시지 않는 시장 골목에 통영이 자랑하는 향토 극단 벅수골과 소극장이 있다.

통영 유일의 연극단체인 ‘벅수골’은 1981년 창단한 뒤로 32년 동안 180여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극작가 동랑 유치진(1905~1974)이 뿌린 통영 연극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 시골 극단이 서울 대학로 원정에 나서 17~31일 키작은소나무 소극장 무대에 연극 <블루 도그스>를 올린다.

이 작품은 신진 극작가 선광현(43)씨가 대본을 쓰고 장창석(60) 벅수골 대표가 연출해 지난해 경남공연장 상주단체 창작 초연 선정작으로 첫선을 보인 데 이어 2012 대학로페스티벌에서 사흘 동안 공연해 호평을 받았다. 올해는 제31회 경남연극제에서 단체 은상과 연기대상(박승규)을 수상하면서 경남공연장 상주단체 레퍼토리 공연 선정작으로 뽑혔다.

원래 ‘블루 도그스’는 미국 민주당 내 보수파로 불리는 의원들을 지칭하는 정치 용어로 무조건 당에 충성하는 ‘옐로 도그스’와 대비된다.

<블루 도그스>는 ‘개들의 수다’를 통해 우리 인간사와 계층·계급 갈등을 통렬하게 풍자하는 부조리극이다. 복날을 하루 앞둔 어느 달밤 허름한 개장 안에 개 다섯 마리가 갇혀 신세타령을 늘어놓는다. ‘개도르’(역 이상철)는 사냥개 종자의 깡패 투견으로 힘의 논리를 내세운다. ‘누렁이’(이규성)는 오직 먹을 것에만 관심이 있는 똥개다. ‘졸리’(정서희)는 혈통 좋은 암컷 애완견으로 주인에게 버림받기 전 귀족견 시절을 꿈꾼다. ‘체개바라’(박승규)는 자신이 늑대라고 착각하며 사는 몽상가로 개의 평등과 권리를 부르짖는다. 개들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털어놓다가 개도르의 강압에 못 이겨 서열을 정하기로 한다. 이때 한쪽 모퉁이에서 책을 읽던 늙은 개 ‘개리스토텔레스’(김영환)가 내일이 복날이니 살아있는 동안 마음껏 자유를 누리라고 충고한다. 그제서야 개들은 개장을 탈출할 방법을 찾아나지만 이미 날은 밝아오고 있다.

연극은 우리 사회와 다양한 인간 군상을 개장 안의 개들에 비유한다. 개도르는 세계적인 이종격투기 선수 예멜리야넨코 표도르를, 졸리는 미국의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를, 체개바라는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를, 개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패러디했다.

장창석 연출가는 “개들을 통해서 인간의 갈등을 인문학적인 은유로 풀어놓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인문학적 깊이가 있는 작품과 지방극단이 가진 순수한 연극열정으로 상업성에 물든 대학로 연극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극단 이름 ‘벅수’는 통영을 지키는 장승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바보’ 또는 ‘융통성이 없어 답답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지만 지역을 지키는 문화 지킴이의 뜻도 지니고 있다. 극단은 지난 2006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신나는 예술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8년째 섬과 오지를 찾아다니며 순회공연을 올리고 있다. 또 2010년 홍콩 온앤온 소극장 초청공연, 2011년 미국 워싱턴주 서북미문화재단 초청 3개 도시 순회공연 등 지방 극단으로 드물게 해외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문의 조은컴퍼니 (02)765-8880.

통영/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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