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마케팅컴퍼니 아침 제공
7번째 난장이의 짝사랑 이야기
12년 장기공연작에 음악 덧입혀
12년 장기공연작에 음악 덧입혀
‘어른들도 울리는 동화’로 불리며 12년 동안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이하 백사난)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3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 무대에서 막이 오른 뮤지컬 <백사난>은 백설공주 이야기를 뒤집어 재해석한 기존의 이야기에 아름다운 음악을 새로 입혀 그 감동의 깊이를 더했다.
가장 큰 장점은 탄탄한 이야기다. <백사난>은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 <백설공주>를 말 못하는 7번째 난장이 ‘반달이’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사악한 새엄마의 핍박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한 백설공주를 몇 번이고 목숨 바쳐 구해내는 반달이, 그렇지만 백설공주 앞에 제대로 된 고백조차 하지 못하는 반달이의 모습은 ‘짝사랑’에 한번이라도 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다.
연극이 뮤지컬로 바뀌면서 덧입혀진 노래들은 잔잔하고 따뜻하다. 난장이를 한 명씩 소개하는 ‘난장이들의 인사’는 웃음이 빵 터질 만큼 재기발랄하고, 백설공주를 구하기 위해 인간마을에 간 반달이가 부르는 ‘난 쉴 수 없어’는 마음을 울린다. 대형 뮤지컬처럼 웅장하진 않지만, 듣는 이의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곡들이다.
아기자기한 무대장치와 무대효과도 재미를 더한다. 가느다란 철사에 은박종이를 붙여 만든 나비, 형광 불빛을 이용한 반딧불이 등 소박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돋보인다. 알록달록 칠을 한 사다리 두 개, 네모 상자 몇 개로 구성된 세트도 허술하고 빈약해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동화’가 원작인 이 작품에 잘 어울린다. 연극에서도 반달이 역을 맡아 큰 호응을 받은 배우 강연정씨는 뮤지컬에서도 대사 한마디 없이 몸짓과 춤만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백설공주가 반달이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관객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객석을 채운다. ‘백설기 마을’이라는 팬클럽까지 만들어졌을 만큼 마니아층을 확실히 굳혀온 원작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초등학생 딸과 극장을 찾은 이미영(38)씨는 “화려하고 거창한 볼거리는 없지만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며 “연말에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보기에 제격인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1월19일까지. (02)556-5910.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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