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햄릿 역을 맡은 정보석(앞)씨가 친구 호레이쇼 역의 지춘성(뒤)씨와 연기를 펼치고 있다. 명동예술극장 제공
오랜 꿈 ‘햄릿’ 주연 맡은 정보석씨
30여년 동안 해마다 1번 이상 탐독
“대학시절 내 모습서 햄릿 떠올려”
30여년 동안 해마다 1번 이상 탐독
“대학시절 내 모습서 햄릿 떠올려”
명동예술극장이 4일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을 무대에 올렸다. 남자 배우들이라면 한번쯤 꿈꾸는 ‘햄릿’ 역을 맡은 이는 안방극장의 스타 정보석(51)씨. 텔레비전 드라마를 하면서도 늘 연극 무대에 목말라했던 그의 오랜 꿈이 이뤄진 것이다.
4일 첫 공연을 마친 뒤 그는 “고교 시절 <햄릿>을 처음 읽은 뒤로 지난 30여년 동안 해마다 한번 이상씩 작품을 뒤적거리며 ‘햄릿’을 꿈꾸어 왔는데 이제 그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 전까지 사실 몹시 두려웠습니다. 연습을 하면서도 ‘괜히 한다고 했구나’, ‘꿈은 꿈으로 간직하는 게 더 아름답지 않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어요. 햄릿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상은 파고 파도 끝이 없더군요. 그 가운데 제가 선택했던 것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습해왔습니다.”
셰익스피어가 1601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비극 <햄릿>은 선왕의 원수를 되갚으려는 덴마크 왕자 햄릿의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햄릿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유령에게서 작은아버지인 클로디어스(남명렬)에 의해 독살당했다는 말을 듣고 복수를 다짐한다. 그는 재상 폴로니어스(김학철)를 클로디어스로 착각해 살해하면서 폴로니어스의 딸이자 사랑하는 여인인 오필리아(전경수)를 잃는다. 또 그가 오필리아의 오빠 레어티즈(박완규)와 결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그의 어머니이자 클로디어스와 재혼한 거트루드(서주희 분)도 햄릿이 마실 독배를 잘못 들이켜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새로운 감각으로 고전을 재해석해온 젊은 연출가 오경택(40·극단 이안 대표)씨가 4세기 전의 햄릿을 오늘의 무대로 불러낸다. 부패한 사회의 주인공 햄릿은 오늘날 어긋난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의 전형이자,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다.
정보석씨는 “햄릿은 미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미치기 직전까지 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저는 현대사에서 가장 부침이 심했던 80년도에 대학에 다녔습니다. 운동에 앞장선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그러나 앞에 나가기는 두렵고, 그러면서도 가만히 있지는 못하고 그 친구들을 따라다니며 자신을 위로하고, 그 순간이 창피하기도 하고…. 그러한 모습들이 햄릿을 떠올리게 했어요. 햄릿은 결국 자립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을 때, 혹은 무언가 행동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의 두려움과 그래도 극복해야 한다는 압박감, 마음처럼 되지 않는 사회현실 속에서의 좌절을 모두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오경택 연출가는 “정보석씨는 성실성과 사고의 유연함이 돋보이는 배우”라며 “여러 모습이 들어 있는 햄릿을 다채롭게 해석하여 동시대성을 잘 살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남명렬, 김학철, 서주희, 정재진씨 등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 오 연출가와 오래 호흡을 맞춰온 정승호(무대), 이주희(의상), 박호빈(안무), 김태근(음악), 김광섭(조명) 등 베테랑 스태프가 현대적 감각의 미장센을 선보인다. 29일까지. 1644-2003. 정상영 선임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