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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 왕관 위 십자가, 왜 삐뚤어졌을까

등록 2013-12-10 19:28수정 2013-12-10 21:10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고궁박물관 ‘헝가리 왕실 보물’전
17~19C 전성기 유물 190점 선봬
896년 도나우강 옆의 카르파티아 분지에 건국한 헝가리는 서유럽을 지키는 방파제였다. 15세기 오스트리아 빈까지 영역으로 거느렸지만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침입으로 100년 동안 오스만 제국, 트란실바니아 공국,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등 셋으로 나뉘었다. 이후 오스만이 물러간 다음 헝가리는 다시 300년 동안 합스부르크 왕가의 통치를 받았다. 지속적인 독립운동과 오스트리아의 쇠퇴로 1867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이 만들어졌고, 이 시기 헝가리는 영토와 경제력이 3배로 늘어났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헝가리 왕실의 보물’(내년 3월9일까지)은 1차 세계대전 동맹국에 가담해 패전국이 되면서 3분의 1로 쪼그라들기 전 전성기를 누리던 17~19세기 헝가리의 전성기를 보여준다. 헝가리 왕을 겸한 합스부르크 왕에 대한 헝가리인들의 정서는 애증이 겹친다. 유화적인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재위 1740~1780)한테는 애정을, 공포정치를 펼친 페렌츠 요제프 1세한테는 증오감을 갖고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와 헝가리 귀족사회’라는 부제를 단 이 전시는 헝가리 국립박물관 소장품 1만여점 가운데 190점을 추렸다. 외세이긴 하지만 자국의 역사임을 부정할 수 없는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 자부심이 묘하게 묻어난다. 헝가리를 무시할 수 없어 토착화하려는 합스부르크 왕가와 외세 왕조와 결탁하여 부를 누리는 귀족사회의 왕조 친화적인 모습이 겹친다. 전시는 인물, 복장, 일상, 무기, 종교 등 5부로 구성돼 있다.

전시의 중심에는 신성한 왕관(사진)이 있다. 이슈트반 1세(재위 1000~1038)가 즉위식 때 교황한테서 받았다는 전설이 서린 이 왕관은 헝가리 왕실의 상징이 되어 대대로 대관식 행사에 쓰였다. 헝가리 왕을 겸하는 합스부르크 왕들이 부다페스트에 와서 이 관을 쓰고서야 왕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리스도와 사도 8명의 아이콘 판이 붙어있는데 맨위의 가운데 그리스도 판 위에 부착된 십자가가 비뚤게 서 있는 게 특징이다. 2차대전 때 소련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미군에게 맡겨 미국 포트 녹스에 있는 금괴 보관소에 보관돼 있다가 1978년 헝가리로 돌아왔다. 전시품은 정교하게 만든 복제품.

그 다음은 헝가리 여성의 연회복. 1차세계대전을 일으킨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대관식 때 백작부인인 슈테파니아 프란다우가 입었던 옷이다. 코르셋 스타일의 블라우스, 치마, 베일, 앞치마로 구성돼 있는데, 흰 비단에 금실로 놓은 수가 매우 아름답다. 헝가리 평민들의 앞치마를 정장에 차용하는 센스가 돋보인다.

절대적인 미모로 헝가리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엘리자베트 왕비(1837~1898)의 초상, 외출복, 부채도 눈여겨 볼 만하다. 무료.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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