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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예쁜 역할, 질리도록 많이 했잖아요”

등록 2013-12-12 20:00수정 2013-12-12 20:09

뮤지컬 ‘고스트’의 오다메, 최정원
뮤지컬 ‘고스트’의 오다메, 최정원
새로운 변신에 대한 목마름
배우생활 26년만에 첫 조연
팔자걸음 등장부터 객석 폭소
‘160억 무대 못잖아’ 찬사
한눈 안팔고 장인정신 무장
“나이 듦? 설레고 기대돼요”
1990년 개봉해 세계적으로 대히트한 영화 <사랑과 영혼>. 당시 관객들은 주인공 몰리(데미 무어)와 샘(패트릭 스웨이지) 못잖게 우스꽝스런 옷차림에 수다를 떨어대는 조연 오다메에 열광했다. 우피 골드버그는 이 역으로 그해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지금 공연중인 <사랑과 영혼> 원작의 뮤지컬 <고스트>에서도 관객들은 주원(샘)과 아이비(몰리) 이상으로 오다메 역을 맡은 배우 최정원(44)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다. 커튼콜 때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끌어내는 배우도 최정원이다. 지난 10일 만난 최씨는 “새로운 최정원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요즘이 진짜 전성기”라고 말했다.

배우 생활 26년차로 늘 정상에 있던 톱스타 최정원에게 이번 오다메 역은 생애 첫 조연이다. 그래서 그가 이 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는 팬들도 많았다. “주변에서 안 어울린다고 많이 말렸어요. 평소 제가 세련되고 도도한 이미지였나봐요. 새로운 변신을 해보고 싶었어요.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예쁜 역할, 질리도록 많이 했잖아요?”

주변의 우려는 기우였다. 막이 오르고 최씨가 뒤뚱거리는 팔자걸음으로 나타나는 순간부터 객석에선 폭소가 터진다. “최정원은 오다메 그 자체”, “160억짜리 무대보다 빛난 최정원”이라는 찬사가 잇따랐다. 이런 평가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원작에서 오다메가 흑인이라 뮤지컬에서도 흑인 정서가 밴 대사가 많아요. 이것을 어떻게 한국적인 감성에 맞게 바꿀까 고민을 거듭했죠.” 그래서 탄생한 대사가 “사진 속 남자가 샘(주원)이야? 와~ 의사처럼 생겼네~”(주원의 전작이 <굿닥터>인 점에서 착안),“이런 설득력 있는 목소리, 얘를 국회로 보내야 되는데~”등의 애드리브다. 원래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대사를 바꾸는 데 큰 제약이 따르는데, 최씨의 애드리브를 들은 외국 연출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고 한다.

‘한국 뮤지컬 배우 1세대’인 최정원은 다른 뮤지컬 배우들이 드라마·영화 등 다방면 진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난 26년 동안 단 한번도 한눈을 판 적이 없다. “나름의 장인정신을 갖자는 것이 제 신조예요. 전 이름 앞에 붙는 뮤지컬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너무 자랑스럽거든요.” 자기 관리에도 실로 철저하다. 26년째 체중 변화가 없도록 몸을 유지한다. “이번엔 오다메 역에 맞게 살을 좀 찌우려고 많이 먹었는데, 5㎏이 넘는 의상 때문에 힘이 들어 살이 안 쪄요. 배우 생활 중 유일하게 체중조절(?)에 실패한 작품이네요. 하하하.”

이젠 <시카고>에서는 젊고 예쁜 록시보다 농염한 벨마 역이,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는 풋풋한 페기나 애니보다 원숙한 도러시가 더 어울리는 나이가 됐다. ‘여배우의 나이듦’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여자로서 나이가 든다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배우로서는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관록이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기도 해요. 전 50대, 60대의 제 모습도 무척 기대되는걸요?”

최정원은 가난한 환경 탓에 장난감 대신 엄마의 ‘손거울’을 가지고 놀며 표정을 요리조리 바꾸는 재미에 푹 빠져 연기를 꿈꾸게 됐다. 그 꿈을 이룰 수 있었고, 언제나 정상을 지킨 힘을 그는 ‘긍정’에서 찾았다. “전 참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그때의 가난도 서러움이나 부끄러움이 아니라 제가 배우가 되는 데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80살까지 무대에 서는 게 앞으로의 꿈이에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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