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UBC)의 문훈숙(51) 단장
창단30돌 유니버설발레단장 문훈숙
남자없어 다리 긴 인쇄소 직원 뽑아
겨우 창단기념 공연 무대에 올렸죠
지금은 발레종주국서 박수받지만…
공연전 발레 감상법 해설하며 노력
목표요? 훌륭한 안무가 키워내는 것
남자없어 다리 긴 인쇄소 직원 뽑아
겨우 창단기념 공연 무대에 올렸죠
지금은 발레종주국서 박수받지만…
공연전 발레 감상법 해설하며 노력
목표요? 훌륭한 안무가 키워내는 것
‘노출과 남녀 신체 접촉이 심한 춤’이라는 편견 탓에 단원 지원자가 없었다. 같은 재단인 선화예고 한국무용 전공자 중 체형이 좋은 여학생을 꾀어 발레리나로 훈련시켰다. 남자 무용수는 더더욱 구하기 힘들었다. 학교 근처 인쇄소에서 다리가 긴 직원을 뽑아 겨우 창단 기념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1984년, 우리나라 첫 민간 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참으로 멀고도 험한 길이었습니다.” 창단 30돌을 맞는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문훈숙(51·사진) 단장은 3일 인터뷰에서 지나온 세월을 이렇게 표현했다. 현재 무용수 70여명에 스태프 40여명이 상주하는 최고 수준의 발레단으로 성장했지만, 시작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초라했다. “국내에서 토슈즈를 구할 수가 없어 제가 미국에 갈 때마다 보따리 장수처럼 수십 켤레씩 사왔어요. 세관 신고를 하느라 꺼내 놓으면 세관원들이 딱딱한 포앵트(앞코)에 놀라 ‘이게 대체 뭐냐’고 물어요. 토슈즈를 본 적이 없는 거죠. 호호호.”
창단 멤버이자 프리마 발레리나로 시작, 1995년 단장에 취임해 유니버설 발레단과 30년을 함께해 온 문 단장은 초창기 일화들을 소개하며 웃었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해를 거듭하며 한국 발레의 역사를 새로 써나갔다. 창단 이듬해인 1985년에는 첫 해외 공연에 도전했고, 86년엔 창작발레 <심청>을 만들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진출했다. “처음엔 ‘한국 같은 나라에서도 발레를 하냐?’고 묻는 지경이었죠. 연습실이 없어 공연장 복도에서 기둥 붙들고 몸 풀다 바로 공연 들어가고…. 서럽고 눈물나는 일도 많았어요.”
발레단이 비약적 발전을 한 것은 1992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에술감독 올레그 비노그라도프를 초청하면서부터다. “감독이 처음엔 너무 냉담하더라고요. <백조의 호수> 공연을 하자니까 단번에 ‘너희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거예요. 아! 뭔가 보여줘야겠다 싶었죠.” 평균 발레 공연 준비기간의 3~4배에 이르는 6개월 동안 피나는 연습을 한 뒤 <백조의 호수>를 무대에 올렸다. 그제야 비노그라도프 감독은 “한국인들은 한다면 한다. 대단하다”며 본격적인 안무와 지도에 나섰다고 한다.
이후 유니버설은 승승장구했다. 2001년엔 국내 공연단체로는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 뉴욕 링컨센터, 로스앤젤레스 뮤직센터 무대에 섰고, 지난해 5월엔 러시아 모스크바 스타니슬라브스키극장에 <심청>을 올렸다. “비노그라도프 감독과 협업한 뒤 20년 만에 이룬 쾌거였죠. 400년 역사의 ‘발레 종주국’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기분, 짜릿하더라고요.”
이렇게 한국 발레가 세계적 수준에 올랐고 많은 유명 발레리나도 배출했지만, 아직 한국의 발레 공연시장이 그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을 문단장은 아쉬워했다. 2008년 시작한 ‘공연 전 발레 감상법 해설’이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발레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이다. 그는 “관객들이 발레를 어려운 장르가 아닌 삶의 일부로 여겼으면 좋겠다”며 “한국 발레를 후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표를 사서 공연을 보러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0돌 기념 공연 역시 가장 대중적인 갈라 무대로 준비했다. 오는 2월21일부터 3일 동안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유니버설발레단 30주년 스페셜 갈라> 다. 이 무대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이 발굴한 서희(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강효정(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 등 유명 발레리나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장기적인 목표를 물었다. “모든 세계적 발레단의 전성기는 바로 천재적인 안무가가 등장한 시점이었어요. 미국 뉴욕시티발레단의 조지 발란신이나 영국 로열발레단의 프레데릭 애슈턴, 케네스 맥밀런 같은 훌륭한 안무가를 키워내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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