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지켜주세요’ 포스터
EBS, ‘스페이스 공감’ 축소에
음악인들 “상업적 결정” 반발
성명내고 공연열고 항의서한
음악인들 “상업적 결정” 반발
성명내고 공연열고 항의서한
<교육방송>(EBS)이 한국 방송계의 대표적인 공연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이비에스 스페이스 공감>(이하 공감)을 돌연 축소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음악인들과 음악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음악인들이 축소 반대 공연을 여는 등의 단체행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발단은 교육방송 노조가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면서부터다. 노조는 “최근 사쪽이 2014년부터 공감의 공연 횟수를 주 5일에서 2일로 줄이고, 제작 피디를 3명에서 2명으로 감축하겠다고 했다. 신용섭 사장이 편성위원회에서 의결한 ‘2014년 편성개편안’을 결재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뜯어고친 결과”라며 결정을 되돌릴 것을 촉구했다.
2004년 시작한 공감은 지난 10년 동안 수준 높은 공연과 방송을 만들어 한국 방송계의 대표 음악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무료로 공연을 열고 좋은 공연 실황을 엄선해 방송으로 내보낸다. 신중현, 김창완, 황병기 등 대가는 물론 방송에서 좀처럼 소개되지 않는 인디·재즈 등 비주류 음악인들의 무대도 대거 소개해왔다.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 ‘한국방송대상’(예능콘서트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시청자들은 공감 누리집(www.ebs.co.kr/space) 자유게시판에 비판 글을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에 만들어진 ‘공감의 독단적 축소 개편에 반대하는 예술인들의 서명 페이지’에는 8일 현재 7645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교육방송 시청자불만 전담 전자우편(hotline@ebs.co.kr)으로 항의 서한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한국독립음악제작자협회·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서교음악자치회·뮤지션유니온·자립음악생산조합 등 음악 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31일 공동 성명을 내어 “공감 축소는 공익과 공영의 의무나 사명을 저버린 일방적이고 상업적인 결정”이라며 재고를 촉구했다.
공감 축소를 반대하는 음악인들의 자발적 공연인 ‘공감을 지켜주세요’(사진) 무대는 12~13일 서울 홍대앞 벨로주에서 열린다. 지난달 27일 에스엔에스를 통해 처음 제안된 이후 많은 음악인들이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공연이 성사됐다. 모든 출연자들은 돈을 받지 않고 출연하며, 공연장인 벨로주도 무료로 장소를 내어줬다. 특정 프로그램의 개편을 반대하는 집단행동으로서의 공연이 이뤄지기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국내에서 다양한 음악이 소개되는 통로가 그만큼 적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2일 오후 6시에는 나희경, 선우정아, 말로, 허소영, 공감 재즈 프로젝트, 로큰롤라디오가 무대에 오른다. 13일 오후 8시에는 유발이의 소풍, 박주원, 웅산, 김혜미, 공감 재즈 프로젝트, 크라잉넛이 출연한다. 예매는 벨로주 누리집(http://cafe.naver.com/veloso)에서 할 수 있으며, 공연 수익금은 전액 문화소외계층을 위해 쓰인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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