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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 기타 하나로…

등록 2014-01-08 19:38수정 2014-01-08 21:50

‘아시아 버서스’ 우승자 최고은
‘아시아 버서스’ 우승자 최고은
일 후지TV 글로벌 오디션 프로
‘아시아 버서스’ 우승자 최고은

‘국보급’ 극찬받은 싱어송라이터
기타와 자신의 목소리 하나로
한·일·대만·인니 밴드 꺾고 우승
 
올가을엔 첫 정규앨범 발표 계획
“음악 제대로 배우지 않아 늘 고민
오디션 통해 자신감 갖게 됐어요”
“일본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볼래요?”

여성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사진)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왔다. 음악에 점수를 매긴다는 점이 마음에 안 들어 <슈퍼스타케이> <나는 가수다> 등 국내 오디션·경연 프로그램 출연 권유도 마다한 그다. 주변에 얘기하니 “후지티브이? 거기 엄청 큰 방송국이야”라며 출연을 부추겼다. ‘재밌을 것 같아. 내 음악을 외국에도 알릴 수 있는 기회고.’ 평단으로부터 “국보급 여성 싱어송라이터 감”이라는 평을 듣는 최고은은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다.

<아시아 버서스>는 일본 최대 민영 방송사인 후지티브이가 지난해 처음 시작한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매주 한국·일본·대만·인도네시아 네 나라의 밴드·싱어송라이터 2팀씩 모두 8팀을 대상으로 동영상 심사를 한다. 이 가운데 상위 2팀이 스튜디오에서 경연을 한다. 최고은은 지난해 5월 둘째주 스튜디오 경연에 진출했다.

인도네시아 일렉트로닉 밴드의 화려한 무대에 맞서 최고은은 소박한 기타 연주와 목소리만으로 자신의 첫 미니앨범 <36.5℃>(2010) 수록곡 ‘에릭스 송’을 들려줬다. 재니스 조플린, 크랜베리스 보컬 돌로레스 오리어던, 노라 존스의 음색을 섞어놓은 듯한,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짙게 드리운 목소리에 심사위원들이 눈을 반짝였다. 심사위원이자 일본 인기 록 가수인 각트로부터 “퍼포먼스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도 인도네시아 밴드를 꺾고 주장원을 차지했다.

다음은 월장원에 도전할 차례였다. 도전자 대부분이 밴드인 상황에서 ‘솔로 가수로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할까’를 고민하던 중 “월장원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월장원은 스튜디오 경연 없이 심사위원들이 기존 영상만으로 선정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크게 실망하진 않았어요. 저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데, 이미 충분히 즐겼거든요.”

한국으로 돌아와 까맣게 잊어가고 있는데, 추석 즈음 갑자기 연락이 왔다. 12월에 연말결선을 하는데, 월장원 탈락자 중 상위 2팀을 패자부활전 형식으로 출전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번엔 밴드를 꾸려 가겠다”고 했더니 “그냥 혼자 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가보니 한국에선 자신과 일렉트로닉 밴드 루비스타가 올랐고, 일본 2팀, 대만과 인도네시아 각각 1팀씩 모두 6팀이 겨루는 자리였다. 자신을 빼고는 모두가 밴드였다. ‘어차피 힘들겠구나. 그냥 편하게 하자.’ 기타를 치며 첫 미니앨범 수록곡 ‘엘오브이이’(L.O.V.E)를 차분하게 불렀다.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각트가 퍼포먼스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기타 실력이 좋아졌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무대였다”고 칭찬했다.

“최종 우승자는 최고은!” 믿겨지지 않았다. 사회자가 수상소감을 묻는데, 말없이 웃기만 하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떨궜다. “기대를 전혀 안해서 할 말을 준비 못했어요. 감사드립니다.” 수상소감의 다였다. 연말결선은 지난달 27일 방송됐다. 그는 “지금도 실감이 안난다. 우승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그래도 남의 노래가 아니라 내 노래를 불렀다는 것, 다른 나라 음악인과 겨뤄서 이겼다는 데서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올해는 더 큰 도약이 기다리고 있다. 올여름 영국에서 열리는 유명 페스티벌을 포함해 유럽 투어를 예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니앨범만 3장을 냈는데, 마침내 올 가을께 첫 정규 앨범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2월28일~3월1일 서울 홍대앞 벨로주에서 단독공연을 한다.

“저는 음악을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고, 독학으로 이론을 공부한 것도 아니에요. ‘다음 노래가 나올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해왔는데, 이제는 ‘지금처럼 그냥 나오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저 음악을 좀더 해봐도 되겠죠?”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소닉아일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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