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블레이크
리뷰 l 제임스 블레이크 내한공연
2011년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덥스텝이라 불린 전자음악 위
감미로운 목소리 매력적 무대
2011년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덥스텝이라 불린 전자음악 위
감미로운 목소리 매력적 무대
19일 저녁 서울 광장동 유니클로악스홀에선 유난히 음악인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김동률, 김바다, 이이언, 버벌진트, 다이나믹 듀오, 윈디시티, 이디오테잎, 허클베리핀, 피터팬 컴플렉스, 게이트 플라워즈, 킹스턴 루디스카, 코어매거진…. 이렇게 많은 음악인들을 관객으로 불러모은 이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블레이크(사진)다. 2012년 여름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로 처음 한국을 찾았던 그는 이날 첫 단독 내한공연을 펼쳤다.
2011년 데뷔해 이제 단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냈을 뿐인데도 그는 이미 평단으로부터 천재성을 인정받고 있다. ‘덥스텝(전자음악의 한 종류)의 아이돌’이라 불릴 정도로 스타성도 지녔다. 오는 26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적 권위의 그래미 시상식에서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꼽힌다. 몸값이 더욱 치솟을 미래의 슈퍼스타를 보기 위해 1700여명이 객석을 메웠다.
공연 시작 시간이 되자 어두운 무대 위 한 지점을 조명이 비췄다. 그곳에서 제임스 블레이크가 건반을 연주하며 ‘아이 네버 런트 투 셰어’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 소절을 부른 뒤 이를 녹음해 반복 재생했다. 그 위에 덧대어 노래하고, 그 위에 또다시 덧대어 노래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소리를 켜켜이 쌓아가며 입체적인 소리의 덩어리를 만들어갔다. 곧이어 기타·드럼 연주자가 가세해 3인조가 됐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리의 물결은 귀뿐 아니라 온몸을 자극했다.
음향 장비를 조작해 사운드 요소를 더하거나 빼면서 특별한 효과를 내는 덥스텝은 일반적인 전자음악과 달리 묵직하고 음울한 편이다. 제임스 블레이크의 음악은 특히나 더 그렇다. 하지만 제임스 블레이크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흐를 때면 또다른 분위기로 전환됐다. 리듬앤블루스·솔 보컬리스트를 떠올릴 정도로 진성과 가성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들며 특히 여성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드럼은 엇박과 변박으로 긴장감 넘치는 리듬감을 만들어냈다.
관객들은 몸을 흔들며 즐기기보다는 소리 자체에 깊게 몰입해 머릿속에 그림을 만들어나가는 듯했다. 그래도 ‘리미트 투 유어 러브’, ‘레트로그레이드’ 같은 히트곡이 나올 땐 함성을 지르며 따라불렀다. 제임스 블레이크는 “대단한 반응”이라며 “한국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곡 ‘더 빌헬름 스크림’을 마친 그는 무대 뒤로 사라졌다가 앙코르를 위해 무대에 다시 올랐다. 혼자 건반을 연주하며 ‘메저먼츠’의 한 소절 한 소절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그의 목소리가 덧대어질 때마다 솔로에서 이중창으로, 이중창에서 삼중창으로, 갈수록 중창단원이 늘어나는 것만 같았다. 멋진 화음의 중창이 반복되는 가운데 그는 조용히 퇴장했다. 빈 무대에는 목소리만이 남겨졌고, 관객은 끝까지 여운을 느끼려는 듯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예스컴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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