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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4050 연극 놀이터 문 엽니다

등록 2014-02-12 19:43수정 2014-02-12 22:10

오는 3월1일 문을 여는 연극 전용극장 ‘수현재씨어터’ 객석에서 조재현씨가 공연장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수현재’는 10년 전 고인이 된 친형 ‘조수현’과 그 자신의 이름 ‘재현’을 합쳐서 지었다고 한다. 수현재컴퍼니 제공
오는 3월1일 문을 여는 연극 전용극장 ‘수현재씨어터’ 객석에서 조재현씨가 공연장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수현재’는 10년 전 고인이 된 친형 ‘조수현’과 그 자신의 이름 ‘재현’을 합쳐서 지었다고 한다. 수현재컴퍼니 제공
연극전용극장 ‘수현재’ 만든 조재현
어릴적 뛰놀던 곳에 연극관
젊을때 연극 즐기던 중장년
문화욕구 총족할 공연 계획
낮에는 독립·예술영화 상영
“형 갑작스런 죽음에 서둘러…
멋있게 갖고 놀 생각입니다”
그에게 대학로는 유년 시절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그는 서울 대학로 낙산 자락의 판자촌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까지 살았다. 학교를 마치면 철조망 담장을 넘어 옛 서울대 문리대 운동장에서 뛰어놀다가 저녁 무렵이면 수위에게 쫓겨났다. 혜화유치원에 몰래 들어가 시소와 그네를 타다가 경비원에게 들켜 매를 맞기도 했다. 어린 소년에게는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가 늘 꿈이었다. 마침내 그는 40여년 전 자신이 놀았던 그 자리에 근사한 연극 놀이터 ‘수현재’를 마련했다. 고인이 된 일곱살 위 친형 ‘조수현’과 그 자신 ‘조재현’(49)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수현재가 들어선 곳은 저희 형제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운동장 자리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나만의 놀이터가 절실했는데 배우를 하면서 어른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꿈이 커진 셈이죠. 그 옛날 철조망 담장을 넘으면서 꿈꿨던 기분좋고 걱정 없는 놀이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3월1일 개관을 앞둔 수현재에서 지난 주말 조재현을 만났다. 그는 요즘 <한국방송>의 드라마 <정도전>의 주인공을 맡은데다 오는 4월 개봉 예정인 사극 영화 <역린>의 촬영 준비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수현재는 중극장 2곳(400석, 300석)과 소극장 1곳(260석)을 갖춘 6층짜리 복합문화공간이다. 대명그룹이 지원해 건립된 이 건물의 공식명칭은 DCF대명문화공장이다. 중극장 2곳은 대명컬처테인먼트가, 소극장은 그가 대표로 있는 수현재컴퍼니가 ‘수현재씨어터’라는 연극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포스터.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포스터.

그는 “대학로에 공연장을 짓게 된 것은 30대에 계획했던 10가지 인생 목표 중의 하나였다”며 “무엇보다 형의 급작스런 죽음이 공연장 계획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문화방송>의 베테랑 촬영감독이었던 형은 1995년 드라마 <제4공화국> 촬영중 음주차량이 촬영장을 덮쳐 40살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조재현의 연기 인생을 바꾼 사건이었다.

“당시 드라마에서 단역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큰 배우의 길이 보이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형이 갑자기 죽자 집에서 배우를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 뒤 거의 1년간 실의에 빠져 있었는데 마침 김기덕 감독이 영화 <악어> 시나리오를 보내왔어요. 저에게 다시 연기의 불을 지핀 거죠.”

그는 “<악어>가 굉장히 거칠면서 자유로운 작품이라 제 가슴속 욕구를 마음대로 발산할 수 있었고, 갇혀 있던 연기의 틀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형이 저한테 좋은 선물을 한 것 같아서 저희 형제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대학로에서 형을 기억하는 공연장을 만들자고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수현재씨어터를 40~50대 중장년층이 즐길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 공연하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연극이라는 공연문화에 처음 재미를 들이는 게 대부분 20~30대인데 40~50대가 되면 다 등을 돌리고 있어요. 대학로 공연장에 다양한 콘텐츠가 공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요. 주로 20~30대가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넘쳐나고 있고 40~50대가 볼 만한 작품이 드문 실정입니다.” 그는 “40~50대 관객뿐만 아니라 젊은층들에게도 ‘연극이 재미뿐만 아니라 깊이와 매력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수현재컴퍼니’에서 매년 창작극 한 편을 포함해 네 편을 제작해 수현재씨어터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또 공연을 하지 않는 낮 동안에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김기덕 씨어터’로 활용할 생각이다.

‘수현재씨어터’의 개관작은 지난해 11월 예술의전당 초연 당시 20~50대 관객들에게 고루 사랑을 받으며 관객점유율 99%를 기록했던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작은 사진). 3월1일부터 시작한다. 그와 박철민, 정은표가 남자주인공을 번갈아 맡고 배종옥, 유정아, 정재은씨가 여자주인공으로 함께 무대에 선다.

“수현재를 짓고 난 뒤에 어떻게 보면 내가 20~30년 갖고 노는 것인데 기왕이면 ‘잘 갖고 놀아야 하겠다’, ‘멋있게 갖고 놀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공연에 대한 것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더군요. 어떤 공연을 하고, 작지만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계속 고민할 생각입니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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