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창작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동생과의 편지 700여통 토대로
고흐의 삶 풍경화처럼 그려내
작품 60여점 3D 무대영상으로
2NE1 작곡가의 감성적 노래 눈길
동생과의 편지 700여통 토대로
고흐의 삶 풍경화처럼 그려내
작품 60여점 3D 무대영상으로
2NE1 작곡가의 감성적 노래 눈길
“언젠가는 내 그림이 생활비와 물감 값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줄 날이 올 것이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캔버스가 화가를 두려워한다.”(<반 고흐 영혼의 편지> 중)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사진)는 고흐가 그의 동생인 테오와 주고받은 700여통의 편지를 담은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토대로 만든 남성 2인극이다. 평생 대중들의 몰이해와 캔버스를 살 돈도 없을 정도의 가난을 견디며 우울증을 겪었던 고흐는 사후엔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1순위로 꼽힐 정도로 대조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런 그의 삶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오롯이 무대에 펼쳐진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반 고흐 미술관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인 무대 영상이다. 2D로 그려진 고흐의 그림을 3D 프로젝트 매핑 등의 영상기술을 통해 무대 전체에 쏘아 마치 그림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표현해낸다.
예를 들어 하얀 캔버스를 앞에 두고 고흐가 붓을 움직이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무채색의 반원형의 극장은 한순간 ‘별이 빛나는 아를의 밤’이 됐다가, 고흐의 손때가 묻은 ‘아를의 침실’이 됐다가, ‘삼나무가 있는 밀밭’이 된다. 관객은 모두 60여 점에 이르는 고흐의 작품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관을 맛볼 수 있다. 김규종 연출은 “고흐의 그림이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그의 무의식과 혼란스런 내면 등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제3의 배우”라며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고흐의 그림을 살려내기 위해 제작비의 40%를 무대 영상에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2NE1 등의 음악을 작곡한 선우정아가 만들어낸 16곡의 감성적 넘버들도 귀를 사로잡는다. 기존 뮤지컬 음악의 문법에서 과감히 벗어나 가요 감성이 짙게 묻어나는 곡들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로 포크와 블루스 등 다채로운 음악을 구사하며, 그 안에 아버지와의 갈등, 동생 테오와의 형제애, 실연의 아픔 등 고흐의 삶을 지배했던 삶의 편린을 담아낸다. 16곡의 넘버 가운데 특히 ‘사람을 닮은 그림’에서 마치 랩을 하듯 대사를 빠르게 읊조리는 부분이 귀에 꽂힌다.
고흐와 테오 역의 두 배우만이 등장해 대화와 독백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점과 뚜렷한 기승전결이 없는 점도 독특하다. 대신 그림을 그리기 전 시기, 사랑으로 상처받은 시절, 그림을 통해 꿈을 꾸던 시기, 우울증을 앓다 자살시도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흐의 삶을 4개의 섹터로 나눠 극을 진행한다. 점차로 고조되는 갈등을 통해 강렬한 서사구조를 끌어냈던 기존의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다소 어색할 수 있지만, 반대로 새로운 전개방식이 주는 강한 흡입력에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다.
주인공 고흐 역에는 라이언·김보강이, 테오 역에는 김태훈·박유덕이 열연한다. 특히 군 제대 뒤 첫 작품으로 뮤지컬을 선택한 라이언(그룹 파란)은 미성으로 고흐의 순수한 영혼을 표현해내며, 배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작법을 찾기 위해 모험을 강행했다”는 김규종 연출은 “끝없는 열등감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이 꿈꾸던 예술세계를 포기하지 않았던 인간 고흐의 모습을 통해 각자의 가슴에 깃든 열정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4월27일까지. (02)588-7708.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에이치제이컬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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