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의 첫 한국어 공연을 기념해 처음 방한한 오리지널 작사·작곡가 스티븐 슈왈츠(66)
뮤지컬 ‘위키드’ 작곡가 스티븐 슈왈츠
위키드엔 정치·사회 풍자 가득
보는 사람따라 다양한 해석 가능
진정성 담은 이야기가 성공 비결
위키드엔 정치·사회 풍자 가득
보는 사람따라 다양한 해석 가능
진정성 담은 이야기가 성공 비결
“<위키드>는 표면적으로는 두 소녀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정치적·사회적 상황에 대한 은유와 풍자가 담겨있습니다. 아이부터 성인까지,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층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컬 <위키드>의 첫 한국어 공연을 기념해 처음 방한한 오리지널 작사·작곡가 스티븐 슈왈츠(66·사진)는 24일 기자간담회 내내 이 작품이 가진 ‘함의’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무려 75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와 이 이야기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는 <위키드>가 계속해서 사랑을 받는 이유도 이런 점에서 찾았다. “많은 정치가가 필요에 따라 ‘공공의 적’을 만들어냅니다. <위키드> 속의 초록마녀처럼.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라크죠. 한국 역시 비슷한 상황이 많이 있을 겁니다. 이런 현실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 싶었어요.” 그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한국에서는 이 작품이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즐기는 동화 같은 공연’으로만 주로 홍보됐다는 점이 의아할 정도다.
지난 2012년 내한공연으로 25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위키드>는 지난해 11월 개막한 한국어 공연 역시 15만명 이상을 끌어모으며 ‘스테디셀러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2박3일 짧은 방한 기간 중 주역 배우들의 공연을 캐스팅 별로 모두 보았다는 그는 “옥주현·박혜나(엘파바), 정선아·김보경(글린다) 등 더블 캐스트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과 차별성을 보여준 점이 만족스러웠다”며 “특히 모리블 학장 역을 맡은 배우(김영주)가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어느 나라의 모리블보다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또 네사로즈 역의 이예은, 보크 역의 김동현의 이름도 거론하며, “조연들과 수준 높은 앙상블의 실력이 공연의 작은 부분까지 살려냈다”고 칭찬했다. “‘이쯤에서 웃음이 나와야 하는데’라는 부분에서는 어김없이 객석에서 폭소가 터지고,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까지 반응이 크게 나오는 것을 보면서 한국어로 전달이 잘 됐구나 싶더라고요.”
“7살 때 처음 부모님 손을 잡고 공연장에 갔다 음악과의 ‘운명적 사랑’에 빠졌다”는 그는 26살의 나이에 작곡한 뮤지컬 <피핀>, <갓스펠> 등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영국의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 버금가는 천재’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뮤지컬은 물론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 <이집트의 왕자> 등의 작곡가로도 명성을 날렸으며, <위키드>로 그래미상, 아카데미상, 골든글로브상 등을 휩쓸었다.
“성공의 비결요? 항상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진정성을 담아 하려고 노력해요. <위키드> 역시 너무나 간절히 원했던 작품이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캐릭터가 확실하면 곡도 한번에 줄줄 써지더군요. 예를 들어 글린다의 캐릭터를 단적으로 표현한 ‘포퓰러’같은 넘버는 쉼 없이 한 번에 쭉 써내려갔어요.” 그는 창작 뮤지컬에 도전하는 한국의 젊은 작가·작곡가들에게도 “마음속 깊이 하고픈 이야기가 무엇인지 되묻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은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설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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