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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원로 언론인의 늦깎이 사진인생 35년

등록 2014-03-24 19:49

동토의 민들레(유즈노사할린스크, 1991).
동토의 민들레(유즈노사할린스크, 1991).
윤주영 사진전 ‘잔상과 잠상’
사진가 윤주영(1928~)씨의 사진전 ‘잔상과 잠상’이 4월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에서 열린다. 윤씨는 중앙대 교수와 <조선일보> 편집국장, 민주공화당 대변인, 문화공보부 장관 등을 지냈으며, 1979년 정계를 은퇴한 뒤 50이 넘은 나이에 사진을 시작했다.

윤씨는 지난 35년 동안 사진 작업을 하면서 스무권의 사진집을 냈고 서른두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사진의 내용도 세월만큼 다채롭다. 180여점이 걸리는 대형 전시이긴 하지만 35년에 걸친 방대한 작업을 모두 보여주진 못한다.

크게 일곱가지의 테마로 나눠서 구성되었는데 ‘안데스의 사람들’, ‘내세를 기다리는 사람들’, ‘동토의 민들레’, ‘탄광촌 사람들’, ‘석정리역의 어머니들’ 등이다. 테마의 나열은 거의 연대순에 가깝다. 따라서 전시는 윤주영 사진인생을 초기부터 최근작까지 따라가며 읽을 수 있게 파노라마처럼 꾸며졌고 회고전의 성격이 강하다. 윤주영씨는 테마 선정에서 언론인 출신의 감을 충분히 잘 발휘했다.

‘동토의 민들레’는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던 조선에서 수많은 한국인들이 강제 징용되어 사할린으로 끌려갔으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도 돌아올 수 없어 잔류한 동포들의 삶을 다뤘다.

‘탄광촌 사람들’은 한때 산업역군으로 불리던 광부들이 1980년대 말부터 에너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쇠락의 길을 걷는 ‘인생의 뒤안길’에 관한 사진들이다. 사진가 윤주영을 떠올리면 역시 가장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어머니’다. 석정리와 부안 갯벌의 ‘어머니’들은 자식과 남편 뒷바라지에만 그치지 않고 생업의 현장에도 서야 했던 모습들을 보여준다.

평론가 김승곤은 윤주영의 사진에 대해 “상대적으로 불행한 경우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찍고 있지만,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서 비분강개하거나 격앙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도 않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과장이나 왜곡도 볼 수 없다. 그가 사진의 기교나 수사법을 구사하지 않는 것은 그 방법이나 효용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주관의 개입에 의한 왜곡 없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것이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가능한 한 정직하고 직접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적고 있다.

도서출판 눈빛의 이규상 대표는 “윤주영 선생은 뒤늦게 사진에 입문하여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에 일가를 이루신 보기 드문 사진가다. 카메라를 들고 시작한 그의 제2의 인생은 역사와 시대 그리고 사람들에게 바쳐졌다”고 말했다.

전시 제목에서 잔상은 눈을 감아도 남아 있는 상을 말하고, 잠상은 필름 같은 감광재료가 빛을 받아 변화된 상을 말하는 것으로 잠상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현상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상이 나타난다. 사진에 찍힌 것은 모두 사라졌거나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이라고 롤랑 바르트는 말했다.

윤주영 회고전은 사진가로 살아오며 찾았던 국내외 삶의 현장이 이젠 사라지고 없겠지만 사진 속에 남아 있어 관객이 볼 수 있게 했다는 의미다. 또한 사진가의 사진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메시지가 있으면 관객이 ‘현상’하여 상이 떠오르게 하라는 배려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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