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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우리 춤으로 노래로…미국서 한판 놀아보세

등록 2014-03-27 19:36수정 2014-03-28 17:22

북미 투어 공연을 떠나는 명인들이 25일 한국의집 소화당에서 공연의 성공을 기원하며 한바탕 춤판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사익, 정영만(마이크 앞), 이정희, 김운태, 박경랑 명인.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제공
북미 투어 공연을 떠나는 명인들이 25일 한국의집 소화당에서 공연의 성공을 기원하며 한바탕 춤판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사익, 정영만(마이크 앞), 이정희, 김운태, 박경랑 명인.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제공
장사익과 한국의 명인들 북미투어
단순히 국외동포 위문잔치 아닌
외국에 경쟁력있는 전통문화 선봬
“흉곽 열고 심장 쥐는 최고의 판”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봄이 완연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집 소화당에서 즉흥 노래판과 춤판이 한바탕 벌어졌다.

소리꾼 장사익(65)씨가 봄의 흥취에 겨워 재즈 기타리스트 정재열(46·목원대 교수)씨의 기타 반주에 맞춰 ‘봄날은 간다’를 멋들어지게 뽑아냈다. 속절없이 흐드러진 봄을 떠나보내는 절절한 사연과 노래가 가슴을 울리자 교방춤의 명인 박경랑(54)씨가 꽃 한송이를 뽑아들고 춤사위로 화답한다. 그러자 밀양북춤의 예능보유자 하용부(59)씨가 엇걸음으로 나와 함께 어울린다. 소리가 춤을 부르고 춤이 소리와 어울리는 가무 화답의 무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11대째 무업을 계승한 정영만(58·남해안 별신굿 보유자) 명인이 남저음의 목청으로 구음을 토해냈다. 그의 구음은 “춤이 디딜 시간의 징검다리를 만든다”는 최고의 춤음악. 그러자 채상소고춤의 명인 김운태(51)씨가 징을 들고 장사익씨가 태평소를 꺼내 부니 또 한바탕 춤바람이 휘몰아친다. 도살풀이춤의 명인 이정희(56)씨가 하얀 수건을 휘날리며 구음 가락을 감싸자 하용부씨가 범부춤을 추다 갑자기 몸을 굽히는 ‘배김새’ 동작으로 흥을 돋운다. 박경랑씨도 치마 끝자락을 살짝 들고 나와 교방춤으로 봄을 희롱한다.

이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김종진)이 4월16일 캐나다 토론토 예술극장(1200석)과 19일 미국 뉴욕시티센터(2400석)에서 공연하는 ‘장사익과 한국의 명인들-소리가 춤을 부른다’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진옥섭(50) 예술감독이 영혼을 울린다는 가객 장사익씨와 하용부, 박경랑, 김운태, 이정희씨 등 내로라는 명무 4인방과 구음의 1인자 정영만씨를 불러 모아 해외에 우리 가무의 깊은 멋을 알리려고 기획했다. 특히 뉴욕 맨해튼 중심지에 있는 뉴욕시티센터는 뉴욕시립발레단이 1948년부터 상주하던 무용과 발레의 세계적인 명소여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장사익씨는 “춤은 일체 말이 없지만 몸짓 하나하나가 말을 수백 마디 한 것보다 더 마음 깊은 곳에서 설명하는 것 같다”며 “우리 선생님들의 춤이 4월의 미국 꽃동네 한복판에서 벌·나비처럼 노는 것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하용부씨도 “단순한 교포 위문잔치가 아니라 정말 외국에 경쟁력 있는 전통문화를 선보인다는 것이 뜻깊다”며 “외국 사람들에게 현재 한국의 소리와 몸짓을 보여주겠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이정희씨가 “진옥섭 예술감독으로부터 공연 제의를 받고 저의 스승이신 고 김숙자 선생님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1980년 초 선생님이 미국 공연을 가게 되었지만 너무 가난해서 (비자) 서류심사에서 떨어져 결국 못 가셨다. 선생님이 그 좋은 춤을 미국에서 추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번 북미 공연에서 춤 명인들은 자신의 장기를 선보이고, 장사익씨는 ‘찔레꽃’과 ‘동백아가씨’, ‘봄날은 간다’ 등을 노래한 뒤 다함께 ‘아리랑 환상곡’의 즉흥무대로 장식한다. 해외공연을 마치면 5월23일 엘지아트센터에서 국내 관객과도 만난다. 공연을 기획·연출하는 진옥섭 예술감독은 “흉곽을 드르륵 열고 심장을 덥석 쥐는 최고의 판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02)3011-1720.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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