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시각장애 전제덕 3집 ‘댄싱 버드’
서정적 발라드 하모니카 연주
서정적 발라드 하모니카 연주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 3집 <댄싱 버드>(사진)를 발표했다. 2집 <왓 이즈 쿨 체인지>(2006) 이후 무려 8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그동안 한국 가요를 재해석한 스페셜 앨범 <어나더 스토리>(2008)를 내고 동료 음악인들의 음반 작업과 공연에 참여하긴 했지만, 새로운 정규 앨범을 내기까지는 고심이 적지 않았던 듯하다. 전제덕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반쥴에서 연 쇼케이스에서 “요즘 음반 시장이 좋지 않아 가수들도 음반을 자주 내는 게 힘든데, 우리 같은 연주자들은 더 심각하다”며 그동안의 고민을 내비쳤다.
전제덕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들고나온 비장의 무기는 ‘대중성’이다. 서정적인 발라드의 비중을 절대적으로 늘렸다. 그는 2004년 발표한 데뷔 앨범 <우리 젊은 날>에서 라틴과 펑키 스타일의 화려한 연주를 들려줘 “하모니카로도 이런 연주를 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냈다. 2년 뒤 발표한 2집에선 깊고 원숙한 재즈의 느낌을 내세웠다. 하지만 음악적 완성도가 반드시 대중의 사랑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게 시장의 어두운 얼굴이기도 하다.
“대중이 듣기에 2집이 좀 셌다고 해야 하나, 그런 지적이 있어 곧바로 우리 가요를 하모니카로 재해석한 스페셜 음반을 냈어요. 그 뒤로 내 몸속에서 끓고 있는 펑키를 할 것인가, 서정적인 음악을 할 것인가 많은 고민을 했죠. 결국 1집처럼 멜로디를 좀더 강조하고 아기자기한 음악을 하는 게 대중에게 다가가는 데 더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번 앨범에 대해 전제덕은 “꽃, 새 같은 자연을 통해 봄의 이미지를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태어난 지 보름 만에 열병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눈으로 보지 못해도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있다. 내가 온몸으로 느낀 봄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봄의 왈츠’는 봄의 화려함 뒤로 묘하게 깃든 슬픔을 3박자 왈츠곡으로 표현한 곡이다. 이 곡을 들을 대중을 배려해서인지, 연주자 스스로 어떤 경지에 이른 것인지, 편안함과 여유가 묻어난다.
“이번 앨범은 ‘내가 가진 힘의 60%만 하자. 소리를 좀 이쁘게 내자’ 하면서 만들었어요. 하모니카 톤이 차갑다는 느낌이 있는데, 이걸 최소화해 마치 가수가 노래하듯 연주해보자는 생각으로 녹음에 임했죠.”
그렇다고 느리고 서정적인 곡만 있는 건 아니다. 흥겨운 삼바 리듬의 ‘댄싱 버드’, 재즈 색소폰의 전설 소니 롤린스의 곡 ‘세인트 토머스’와 재즈 피아노의 거장 오스카 피터슨의 연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세인트 피터슨’, 펑키한 리듬 위로 하모니카가 거침없이 질주하는 ‘스카이웨이’ 등은 전제덕의 속주 본능을 충분히 펼쳐낸다.
재즈 색소폰 연주자 손성제가 작곡한 ‘돌이킬 수 없는’에선 하모니카로 온음과 반음을 오가며 늘어지는 벤딩 주법이 특히 인상적이다. 마치 기타리스트 제프 벡의 흐느끼는 듯한 연주를 듣는 듯하다. 일반 하모니카와 달리 반음을 연주할 수 있는 크로매틱 하모니카이기에 가능한 연주다. 전제덕은 4월19일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3집 발매 기념 공연을 열어 새 앨범 수록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02)3143-5480.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제이엔에이치뮤직 제공
전제덕의 3집 <댄싱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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