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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불신의 시대, 사랑할 수 있나요?

등록 2014-04-02 19:38

연극 ‘베키 쇼’ (두산아트센터)
연극 ‘베키 쇼’ (두산아트센터)
연극 ‘베키 쇼’ 두산아트센터 공연
현대인들의 상처와 불안 보여줘
“나는 건강보험이 없어요!” 소개받은 남자와 데이트하다 권총강도를 만난 여자는 엄청난 충격을 받지만, 건강보험 가입자가 아니어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요즘 논란의 중심에 선 ‘의료 민영화’를 얘기하자는 건 아니다. 돈도 없고 승용차도 없는 서른다섯 살 임시직 여성 ‘베키 쇼’의 삶은 온통 상처투성이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얘기하자는 건 더욱 아니다. 가난과 실연의 상처를 지닌 대학 중퇴의 베키 앞에 어느 날 잘 생긴 재산관리전문가 맥스가 ‘등불처럼 구원자처럼’ 등장한다. 그런데 맥스 또한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상처가 깊어 누구를 잘 믿지 못한다. 서로의 상처가 서로의 허리를 휘감고 섹스를 벌이지만, 서로의 불안과 불신은 다시 서로의 가슴을 밀쳐낸다.

베키를 둘러싼 30대 남녀 4명의 얽히고 설킨 관계와 감정을 담은 연극 <베키 쇼>(사진)가 1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26일까지 서울 종로33길 두산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또다른 주인공 수지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상심했다가 자상한 남자 앤드류를 만나 결혼한다. 잘 나가는 성공주의자 맥스가 포르노를 봐야만 잠이 드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반면, 페미니스트 앤드류는 포르노를 보면 눈물을 흘리는 성격이다. 흠집투성이 인물들이 2시간 내내 갈등하고 할퀴는 동안 연극은 묻는다. 이 불신의 시대, 우리는 서로 사랑할 수 있느냐고.

“반창고를 붙여서 상처를 가리는데, 그게 떨어지면 서로의 상처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연극은 그런 상처들을 견디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잠 못드는 밤은 없다>로 2010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을 받은 이 연극의 연출가 박근형은 “4명의 남녀를 포함한 5명의 등장인물은 모두 상처를 가진 불안한 상태”라고 말한다. 베키역의 강지은은 “상처와 좌절을 겪고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욕구를 직설적으로 드러내 남자한테 호감을 주지 못하는 여자가 베키”라고 설명한다. <베키 쇼>는 미국 텔레비전 드라마 <콜드 케이스>를 쓴 지나 지온프리도의 작품으로 2009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두산 인문극장’은 7월5일까지 연극뿐 아니라 강연과 전시행사를 통해 ‘불신시대’를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베키 쇼>에 이어 <엔론>(5월7~31일), <배수의 고도>(6월 10일~7월5일) 등 세 편의 연극이 공연되고, 5월12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과 같은 달 19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강연 등도 이어진다. (02)708-5001~2.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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